명절이 다가온다.
이번 설 명절 연휴는 유독 길어 두려움에 떨고 있을 한국 며느라기들이 많겠지요?
어렸을 적 명절의 모습 속에 엄마는 늘 음식을 하고 상을 차리고 정리하다 하루가 다가 파스를 붙이고 쪽잠을 자는 모습이었습니다.
3일을 그렇게 보내고 오면 괜스레 뿔딱지가 나서 아빠랑 다투던 모습도 기억납니다.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집의 모습으로
남자들은 화투 치고, 제사 지내고,
술 마시고 또 놀고..
어린 제 눈에도 기괴해 보였습니다.
'나중에 시집을 가도 제사 안 지내는 집으로 가야겠다.
여자들만 고생하는 이 명절이 무슨 의미일까?'
여러 가지 생각들로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딸 하나인 저에게 일을 많이 시키지 않았습니다.
"시집가서도 평생 할 텐데
벌써부터 할 것 없다" 하시며
애지중지 키워주셨습니다.
딸이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의 바람 때문일까요?
결혼 후 저의 명절은 고요했습니다.
저희 시어머니는 저에게 설거지도 못하게 하셨고 음식도 간단하게 저희가 오기 전에
미리 하셨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더더욱 주방에 오지 못하게 하셨고 아버님 윗형인 중학생 때 돌아가셔서 동생인 아버님이 제사를 지내주시는데
저희가 자고 있으면 두 분이 조촐하게 제사 지내시고 저희가 일어나시면 그제야 같이 아침을 먹었습니다.
저도 노령의 어머니 혼자 일하시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기에 같이 상 차리고 치우고 설거지도 했지만 저에게 명절 스트레스를 주고 싶어 하지 않으셨던 어머니의 마음으로 그 일이 노동으로,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명절 때면 맘카페에 올라오는 진기명기 전대전으로 글이 쏟아집니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는 푸념,
친정 가고 싶다는 푸념들이 올라올 때마다
시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형님도 시댁에 다녀와서 친정에 오시면
곧바로 주방에 가셔서 주방일을 하십니다.
"올케는 아이가 어려서 힘들 때야.
그냥 쉬어." 하고 본인이 다 하시려 하십니다.
그래도 눈치껏 움직이지만 이 분들의 배려는 제 마음에 따뜻한 담요 같았습니다.
"사부인께 많이 배운다. 엄마도 며느리 오면 아무것도 안 시키잖아. 내 집에서는 내가 할 테니 너희 집에서는 네가 하라고 해. "
저희 친정엄마도 며느리를 보시더니
제가 평소 시댁이야기 한걸 들으시고 배움의 기회로 삼으시고 실제로 그렇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저희 올케는 엄마랑 아파트 같은 동, 옆동으로 가까이 살면서 거의 매일 시댁에 들려 밥을 먹고 갈 정도로 고부사이가 좋습니다.
이런 저희 좋은 시댁에 유일한 단점은 조금 심심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어머니께 "어머니 심심한데 전이라고 부칠까요?"하고 말을 꺼내봅니다.
"아니다. 낼 상에 올릴 것 한 접시만 새벽에 부치면 된다. 그것도 안 해도 돼. 사 와도 되고."
하시며 칼차단을 하십니다.
이런 시어머니가 계시기에 15년째 가는 명절행이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귀성, 귀경길의 차막임만 두려울 뿐이지요.
지난해는 설거지조차 못하게 하시려고 식기세척기를 장만하셨습니다.
두 분이 쓰실 때는 전기세 아까워서 많이 안 쓰실 텐데 저희들 오면 쓰시려고 사신 것 같습니다.
늘 자신보단 자식이 먼저인 깊은
사랑과 존중이 느껴집니다.
두 아들의 엄마인 저도 언젠가는 시어머니가 되겠지요?
저는 명절에도 밖에서 밥 한 끼 먹고 헤어지는 쿨한 시어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오래 같이 있다고 정이 쌓이는 게 아니더라고요.
잠깐 있어도 서로 배려하고 존중해 줄 때 마음은 깊어집니다.
이번 명절에는 모든 가정에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가득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