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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이냐 이대야~

66일 동안 매일 읽고 매일 쓰기 18일 차

by 버츄리샘

10년이나 지났을까?

교육청 연수가 있어 오랜만에 오게 된 이역.


많은 이들의 추억이 있을 법 그곳.

미용실이 싸다고 친구들과

머리 하러 때로 몰려오기도 하고.

이대에 피자뷔페가 생겼다고 보자

달려오고.

옷 쇼핑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이곳이었는데.

요즘은 상권이 많이 쇠락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추억의 장소는 그렇게 시대에 따라 변해 가나보다.


2000년 어느 날.

삼수해서 이대에 들어갔던 친구를 만나러 간 스타벅스 이대점.

국내 스타벅스 1호점이었다.

국내 스타벅스1호 이대점

먼저 도착한 친구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작은 컵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 왜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왜 이리 안 좋아?"

" 아니, 여기 처음 온 거잖아.

커피값이 너무 비싸서 제일 싼 걸로 시켰는데. 우웩 맛이 사약보다 써. 너도 먹어봐."

" 우웩, 왜 이렇게 써~"

먼저 도착한 친구는 가장 싼 2500원짜리 에스프레소를 키고 우아하게 한 입 먹고 놀라던 차였다.

우리 둘은 배꼽 빠지도록 웃으며 다신 이거 시키지 말자며 다짐을 했다.

그땐 굴러가는 개똥만 봐도 웃기던 때라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 당시 인생의 쓴 맛을 모르던 때라

아메리카노도 안 마셨는데.

에스프레소의 쓴 맛을 제대로 봤던

우리는 알았을까?

인생 중 에스프레소처럼

쓴 시간을 통과해야 하는 때가 온다는 것을.



20대의 추억 속에 예쁘게 담겨있는 그곳을

오랜만에 가서 혼자 추억에 빠졌다.

둘러보고 오고 싶었지만

돌밥 고객님들이 눈 빠지게 기다리고 계셔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40대인 지금은

그때처럼 자유롭지도 못하고

겉모습도 늙어가지만

20대인 그때처럼

미래가 불안하지 않았고

외롭지 않았다.


'그래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지.'

그때의 젊음은 없지만

나의 온전한 가족이 생겼으니

그리고 그토록 꿈꾸던 꿈도 이뤘으니

나는 지금이 더 좋다.


지금의 20대들도

사회가 불안하고, 미래가 불안할 텐데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는 나라,

꿈꾸고 그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건강한 나라가 이루어지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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