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비슷한 우리
고개를 들고 하늘 한번 보기가
두려운 날이 있다
입고 나온 후드티의 모자가 유독 무거울 때
느슨히 두른 스카프가 조여올 때
신발 끈을 묶으려다
앞구르기를 할 것만 같은 그런 날
한숨이 그런 날들을 붙들어준다
그렇게 무겁기만 한 매일을
가벼운 것 하나가 살린다
가볍게 어디든 갈 수 있는 날
그런 날은 지하철에 나를 싣는다
돌아오는 무게에 양해를 구하고
내실 숨 하나를 미리 빌린다
가벼운 숨 하나를 마시고
승강장 문이 열리면
한발 한발 가볍게 들어선다
희망을 바라는 들숨과
위로를 바라는 날숨들이
지하철을 메운다
비슷하지 않은 우리는
그곳에서는 비슷한 우리가 된다
그런 날의 한숨을 세어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