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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Feb 07. 2022

운전재활이 시작되다

새로운 시작, 그 설렘을 기록하다

내가 일하는 병원은 회복기 재활병원으로 지정받은 곳이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가셨지만 예전에 의사로 계시던 과장님 중에 작업치료에 매우 지지적인 분이 계셨다. 내 차를 가지고 환자분과 시운전도 할 수 있게 허락을 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6-7번 정도 내 차로 운전 훈련을 해볼 수 있었고 그중에 한 분은 외래 환자분으로 주 1회 본인 차로 6개월을 꾸준히 연습해 높은 만족도와 피드백을 받고 치료를 종결한 사례가 있다.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분들에게 운전 연습이라고 하면 위험하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 다행히 단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무모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가장 먼저 주치의의 판단과 허락이 있었고 담당 치료사인 나 조차도 인지적, 신체적인 제약이 경미한 분들을 대상으로 했었기에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치료사의 차로 운전을 해 보았던 환자분들이 반응은 어땠을까? 결과는 대부분 매번 매우 만족이었다. 재활 병원에서 만나는 많은 환자분들은 뇌졸중 이후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가장 큰 변화는 신체적인 제약이지만 이런 변화로 인한 심리적인 우울 상태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회 복귀가 언제 가능할지 스스로도 자신할 수 없을 때 운전이라는 경험은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매우 획기적인 재활의 양상을 바꿔 놓기도 한다. 운전이라는 활동을 여전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변화된 모습 자체를 보다 쉽게 받아들이고 사회 복귀 계획을 앞당기는 경우도 자주 보았다. 


아무쪼록 막연히 '운동'이라는 개념에 갇힌 재활이 아니라 '운전'이라는 경험으로 사회 복귀가 더 구체화되고 실제 생활로 연결되는 재활 치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병원에서 실제 운전 체험으로 중재를 하는 사례가 전무한 시점에 기획된 이 사업은 여러 작업치료 동료 선생님들의 조언과 국립재활 장애인 운전 예방과 주무관님의 도움이 컸다. 운전 재활이 작업치료사 업무 범위에는 들어가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 시행되지 못하는 법적 제도적 채움이 함께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환자 보호자분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 정리하다 보면 실질적인 제도적 의견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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