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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Jul 18. 2019

장애에 대한 재정의

사회가 공통으로 이해해야 하는 장애 개념

넋두리

지난번 매거진에 "재활=운동"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우리사회 라는 글을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다. 100건이 넘는 공유수는 정말 뜻밖이었다. 그만큼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혹은 재활분야에 일하는 전문가로서 마주하는 현실에 동의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후속 글을 적어보고 싶었는데 어떤 우선순위로 풀어낼지가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오늘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김종배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후속글을 적어보았다.



지난 글의 요지는 이렇다.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재활=운동"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되었다. 그 프레임은 발병 후 환자가 병원을 끝내 떠나지 못하는 '재활 난민'으로 전락시키고 가족들도 재활 난민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다. 이게 과연 정상이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였다.


몸이 아프고 장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같은 '보통의 삶'이 나와 가족에게 동일하게 주어져 있음을 기억하게 하는 것, '다 나으면 나중에 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 초기부터 '보통의 삶'을 연습하도록 돕는 것 이것이 모두를 위한 건강한 재활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작업치료 현장에서 느끼는 병원 서비스의 한계

작업치료사로 일하는 나는 클라이언트가 비록 신체적인 어려움은 남아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자신의 장애보다 생활 그리고 삶을 보게 되는 경험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원 전에는 다시 신체적인 회복을 원한다고 말하고 집으로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미루고 또 미루는 모습을 본다. 왜 그러는 것일까? 장애수용이 안되서? 왜 장애 수용이 안될까?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측면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문화적 측면은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사회가 형성하게 해 준 맥락인데 우리 사회는 장애인 복지 선진국을 향해 (그래 정말)많이 달려왔지만 선직국 수준의 장애인 복지 실현을 위해 필요한 '장애'에 대한 이해 수준이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전보다 사회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이 늘면서 일상에서 장애인을 마주하는 것이 예전보다 많아졌고 자연스러워졌다. 그래서 좀 더 편안한 시선으로 장애인을 일상에서 마주한다. 하지만 딱 그 정도다. 막상 내가 장애인이 되었을 때에는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남의 시선이 중요한 한국사회

남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매우 중요한 한국사회에서 불편한 몸을 가지고 병원 밖을 나가고 내가 살던 동네로 돌아가는 것은 죽도록 운동하는 것보다 힘든 일로 여겨진다. 재활치료 과정에 있는 많은 클라이언트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무수히 많이 보아왔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정의

'재활=생활, 삶'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레 받아드려지는데 두 가지가 전제 되어야 한다. 첫째,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있지만 둘째, 사회적 관점에서 '장애'를 재정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장애 개념을 재활의 전문가들이 공유하고 더 나아가 이 사회 구성원들 모두와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때에라야 장애인 복지가 현실감각을 찾게 되고 중도장애를 갖은 후에도 병원에서 인생의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주체적인 자기다운 삶을 살아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IOM모델, Enabling America, 1997

이 모델을 미국에서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OM이라는 최고 학술기관에서 보고서를 내게 되는데 이 보고서에서 장애에 대한 개념을 아래와 같이 설명해내고 있다. 핵심적인 내용은 아래 그림에 담겨있다.

Disabling process & Enabling process

a. 맨 왼쪽 그림에서 'ㅁ'는 물리적 사회적 환경을 말한다. 네모 안에 사람이 들어와 있는 것은 물리적 사회적 환경에 적응하여 살고 있는 개인을 표현한 것이다. b. disabling process-사고나 질병으로 신체, 인지 손상을 입었을 때 물리적, 사회적 환경이 그 개인을 커버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c. enabling process-기능적인 회복을 위한 방식을 택하거나 d. 환경을 수정하는 방식을 택하여 어쨌든 그 개인이 물리적, 사회적 환경에서 enabling 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재활서비스여야 하고 작업치료의 전문성 발휘되어야 할 부분이다.


Disability is a function of the interaction between the person and the environment



IMO 모델은 위에 그림을 통해 신체 기능의 제한은 신체의 특징일 뿐 장애가 아니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표현하고 있다.


장애의 크기

<장애>도 <장애의 크기>도 신체기능의 특징과 환경(물리적, 사회적)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신체 기능의 제한이 있든 없든 사람은 같은 사람이다. 다만 매트(물리적, 사회적환경)의 상태가 개인의 신체적인 특징을 얼마나 받아내어 환경에 적응하게 하느냐가 주목해야 할 핵심이라고 이 모델은 말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척수손상을 당했기 때문에 장애가 아니라 손상 후 마주해야 할 환경이 개인을 적응하여 살게하지  못하게 한다면 그 환경이 장애라는 것이다.


장애에 대한 개념의 변화는 중재서비스의 변화로

이러한 장애이해를 가졌다면 재활 중재의 초점도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신체적인 특성이 이전과 달라져 똑같은 환경에서 생활이 어렵다고 객관적인 근거로 판단되었다면 이제는 enabling 할 수 있도록 돕는 즉 물리적 사회적 환경을 세팅하고 준비하고 거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중재로 반드시 넘어가야 한다.


작업치료사는 전문가로써 이러한 중재 방법을 전문적으로 택하고 시행 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중재방법의 효과를 클라이언트와 가족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기능회복 뿐 아니라 환경을 개선하고 적절한 보조도구 및 보조공학 서비스를 적용하여 클라이언트 스스로 enabling 한 상태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끼게 해 준다면 더욱 enabling 하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병원에 있으면서 오랜시간 동안 disabling 하기보다 병원 밖에서 더 enabling하고 싶지 않겠는가.


이 과정의 선순환의 흐름을 타게 된다면 클라이언트는 변화된 신체특성에 매달리지 않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내지 않겠는가. 뿐만 아니라 간병하고 있는 가족들의 삶도 보이지 않겠는가. 나는 그렇게 믿는다.



첨.Disabling process & Enabling process 자료 스크랩

첨. 글 표지 구글검색 '장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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