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업공방 디렉터 Jul 05. 2019

“재활=운동”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우리사회

미디어가 잘못 만들어 놓은 재활의 개념

운동은 재활의 한 부분

이렇게 이야기하면 반발심이 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운동은 재활의 한 부분'이라는 말은 내가 재활전문병원에서 10년간 일하면서 느낀 바 그대로다. 나는 사고나 병변으로 척수나 뇌(중추신경계)의 손상으로 인해 신체 인지 기능의 변화를 경험하는 분들을 만난다.


내가 느끼기에 환자분이 재활병원으로 입원을 했다는 의미는 보통 두 가지를 전제한다. 먼저 발병 초 생명의 불이 깜빡거리는 응급한 상태는 넘겼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기 때문에 이젠 재활(운동)만 제대로 하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운동만 열심히 해서는 퇴원 후 예전 생활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 왜냐하면 중추신경계 손상으로 인한 신체 인지 변화는 아무리 탁월한 의사와 치료사를 만나더라도 크게든 작게든 후유증(장애)을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장애수용을 위한 치료 중재, 재활 초기부터

이를 당사자와 보호자(가족)가 재활 초기부터 최대한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적 고민과 실재 치료 중재가 함께 제공되지 못한다면 막연한 희망(운동만 열심히 하면 예전처럼 된다는)을 붙들게 만들고 결국 1년 2년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을 때까지 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재활 난민으로 살게 해 버릴 가능성이 크다.


'재활=운동'이라는 프레임

결국 운동만을 강조하는 재활은 생활로 복귀하는데 고려되어야 할 무수히 많은 변수들을 외면해버리는 꼴이 된다. 병원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깨닫게 되지 않느냐고 반문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1년 2년 그 이상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면서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가혹하지 않은지 되묻고 싶다.


병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환자 당사자뿐 아니라 연결고리가 된 가족들 모두가 '보통이 삶'을 잃어버리게 되는데 이게 어찌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인가.


또 시간이 흘러 어쩔 수 없이 퇴원을 해야 할 때 (운동만 그렇게 열심히 해서) 일상을 살아갈 준비가 되어 퇴원하는가? 아니다. 여전히 ‘재활=운동’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다시 외래치료를 끊임없이 의존하는 형태로 이어진다.


이런 대가는 가족이기 때문에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가 아니다.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재활=운동'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운동보다 더 중요한 자신의 삶과 가족의 삶은 뒤로 처박아놓고 그저 낫기 위해 기안도 없이 병원을 전전하는 것이 정상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보통의 삶'은 '운동' 보다 더 크다

나는 이 프레임을 깨뜨릴 수 있는 전문가가 중에 한 사람이 작업치료사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프레임을 깨뜨리는 것은 작업치료 집단 하나가 바뀌어서 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사회의 재활 전문가 집단이 장애인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토론하고 협력하면서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재활에서 운동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님을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 몸이 아프고 장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같은 '보통의 삶'이 나와 가족에게 동일하게 주어져 있음을 기억하게 하는 것, '다 나으면 나중에 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 초기부터 '보통의 삶'을 연습하도록 돕는 것 이것이 모두를 위한 건강한 재활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림출처. 구글 검색 "재활"

매거진의 이전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문을 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