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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May 28. 2020

[책리뷰]아홉 살 독서수업

독서교육에 조급했던 나를 반성하다

동네 서점을 몇 차례 갔지만 아이 문제집 고르고 나면 둘째 셋째 하원할 시간이 다 되어 부랴부랴 돌아오기 일쑤였다. 이 날은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 서점 곳곳을 훑어 보았다. 고민끝에 <아홉 살 독서 수업>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5일 동안 읽는 과정에서 아이 독서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많은 부분 바꿔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달라진 나의 마음가짐과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책의 1부와 2부에서 저자는 아이의 독서교육의 주도권을 부모가 쥐고 있으면서 저지르는 실수들을 지적한다. "조급한 부모가 아이를 책과 멀어지게 한다."이 큰 제목부터 그랬다. 첫 소제목은 “조급한 읽기 독립은 독서이탈의 완벽한 조건”으로 달았다. 와우! 내용 중 가장 와 닿았던 몇 가지만 소개 해 보겠다.


'부모가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1부의 소제목 '책 읽어주기, 언제까지 해야 할까?'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저학년 독서를 주제로 다루는 이 책은 아이에게 독서가 즐거우려면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지속적으로 읽어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언제까지? 답은 아이가 원할 때까지다. 다시 말해 스스로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때까지다.이 즈음 되면 아이는 더이상 부모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하지 않는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떨지 모르겠다. 나는 큰 아이가 글을 읽게 되고서 부터 책 읽어주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이유는 아이가 글을 읽을 수 있으니 스스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시에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에 이르려면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이 부분을 놓이고 있었다. 솔직히 놓인 것인지 책을 많이 읽는 아이로 만들고 싶은 조급함 때문에 외면 한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영어로 된 문장을 읽을 수 있는 것과 그 내용을 읽는 동시에 이해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은 경험으로 너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아이에게 적용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큰 아이는 혼자 책을 읽을 수 있음에도 아빠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독서양을 늘 스스로 채우지 못했다. 오히려 동생들 책을 아빠가 읽어주고 있노라면 스스로 책을 읽다가도 달려와서 들으려고 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니 나는 이런 아이의 모습에 잔소리만 해 댔는데 아이에게 정말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물었다.


“혼자 읽은 때와 아빠가 읽어줄 때 언제가 더 재밌어?”  

(주저 없이) "아빠가 읽어주는 게 재밌지! “  

“왜?”

“내가 읽으면 그냥 글씨를 읽고 재미가 없는데 아빠가 읽어주면 이해도 잘 되고 더 재밌어!”


표현이 뭉퉁하지만 어떤 마음일지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짠한 마음이 같이 들었다. 이렇게 느끼고 있는데 동생들 책읽어 줄 때 쫄랑 거리며 달려오면 잔소리하고 오늘 읽을 책 분량을 정해주고 검사하고 그랬으니 정말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이 대화를 주고 받은 후 아이에게 사과를 했다. (다짐1) 그리고 혼자 읽을 책도 스스로 정하고 아빠가 읽어줬으면 하는 책도 따로 골라오라고 해서 자기 전에 다시 읽어주리고 했다.


더불어 저자는 부모가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아이에게 어떤 유익을 가져다 주는지 말해준다.



안정감을 전하는 시간

사랑하는 사람이 책을 읽어주면 우리는 긴장을 스르르 푼다. 그 순간 우리는 따뜻함과 빛 속에서 공존한다.

<<에드웓 툴에인의 신기한 여행>> 저자 케이트 디카밀로

아이 셋을 키우는 입장이다보니 더 와 닿는 부분이 있었다.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한다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있으면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책 거실에서 한 녀석 읽어주겠다고 하면 책을 읽을 생각도 없던 나머지 두 녀석도 책 한 권씩을 들고 금새 모여드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는 동시에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에 이르려면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나는 이 부분을 놓이고 있었다. 어른들도 영어로 문장을 읽을 수 있지만 그것을 읽는 동시에 이해하는 것과 단지 읽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앎에도 아이에게는 다르게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휘력, 상상력 그리고 표현력을 길러주는 지름길

어린아이들의 어휘력은 양육자와 나눈 대화를 수원지로 삼는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어휘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아이는 책을 통해 풍부한 어휘력을 습득할 수 있다. 또한 문어적인 표현을 혼자 읽고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만 부모가 읽어주면 쉽게 이해하고 어휘와 표현을 익힐 수 있다. 따라서 부모가 책 읽어주는 소리를 많이 들어 어휘력이 풍부한 아이는 커서도 독서 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독서가 즐거우려면 자신이 원하는 책부터 읽어야 한다.

어린이의 취향을 인정해줘야 한다.
<<어린이책 읽는 법>> 저자 김소영


아이가 즐거운 독서 경험을 하는데 있어 부모가 책을 읽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핵심 한 가지를 덪붙힌다. 바로 아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이 아니라 아이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을 읽어주라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부모의 욕심은 이 당연한 원칙을 너무도 쉽게 깨버린다.


“독서가 즐거우려면 자신이 원하는 책부터 읽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책을 내 돈 주고 사는 경험도 중요하다. 돈을 내고 자기 책을 사는 과정은 아이들은 책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3부에서는 저학년 아이들의 학교 교육과정에서의 독서이야기, 지식책, 일기, 동시, 위인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전해주고 있다.


4부에서는 <어린이 책으로 들여다보는 아이의 속마음>이란 주제를 통해 아이들의 감성과 발달을 어른의 기준이 아닌 그 자체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도움을 준다.


궁금하신 분들을 구매해 읽어보실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서두에 아이들 독서 교육에 조급증을 내는 부모들의 뼈 때리는 말을 소개하고 마치려 한다.

평생 책을 가까이하게 하는 방법은 도리어 책 읽으라는 소리를 거두는 것일 수 있다.
자발성 없는 반복독서는 아이를 책과 더 멀어지게 하거나 사춘기 아이와 부모 사이에 골을 더 깊게 만들 위험도 있다. 반복보다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마음이다. 즐거운 경험이 되어야 평생을 갈 수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나도 그렇게 책을 읽지 않다가 재밌는 소설책을 접하면서 책읽는 즐거움을 알았다. 대학교 엠티 때 버스 안에서 ‘샘에게 보낸는 편지’라는 책을 읽으며 혼자 펑펑 울며 좋은 책이 주는 희열을 맛본 기억이 난다. 아이에게도 필요한 것은 독서 숙제의 짐이 아니라 즐거운 독서경험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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