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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게 만들어 준 일기 쓰기

일기, 나를 찾는 습관

by 작업공방 디렉터

아침을 잃어버린 육아휴직 파파

얼마나 되었을까 아침을 잃어버린 지가. 한 달은 된 것 같다. 육아휴직 중이지만 중요하게 생각해서 매일 빼먹지 않고 하는 것들이 있다. 가장 우선순위 활동으로는 운동, 독서, 영어공부, 글쓰기다.


그런데 육아를 하다 보면 위 활동들을 내가 생각한 때에 맞춰 끝내지 못하고 밀리기 일쑤다. 밤이 되면 가족들이 잠들 시간만 기다린다. 방해받지 않고 미뤄진 우선순위 활동 해치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올빼미형으로 생활패턴이 바뀌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는 아침 기상 시간을 늦어지게 만들었고 개운하게 아침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개운하지 못하다'는 것은 단순히 피로감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출근하는 아내의 아침을 챙기지 못하는 것도 포함된 내 속 마음인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 일과에서 '우선순위 활동'인데 다른 일에 밀리고 밀려서 밤에 하고 있으니 이도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내 안에 '나'는 알고 있다

이런 생활패턴의 문제를 자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경수점(경험수집잠화점) 30일 일기 쓰기 모임 덕분이다. 올해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매일의 일과를 일기로 남기고 싶었지만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챙겨가지 못했다. 그나마 한 달을 돌아보는 일기를 쓰며 위안을 삼았지만 긴 한 달의 시간을 글 하나의 기록으로 피드백하고 돌아보자니 놓이는 부분이 많이 보였다. 매일 일기 쓰기가 필요다고 느껴 경수점 모임에 참여했다.


일기 쓰기가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것뿐 아니라 고구마 넝쿨처럼 딸려 오는 여러 유익이 있다. 그중에서도 '하루를 복귀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것' 이게 일기의 본질이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일기는 그런 것이다.


경수점 일기 모임은 4가지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짧게 일기를 쓸 수도 있고 자유롭게 길게 쓸 수도 있다. 나를 돌아보게 했던 일기 항목 중에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라는 항목이었다. 2주간 쓴 일기를 돌아보니 대부분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적었다. 매일 이 항목을 적으면서도 '그런데 왜 맨날 늦게 자?' 일기를 쓰면서 내 안에 있는 'I(나)'가 이렇게 받아치는 게 아닌가.


그렇게 2주 같은 내용을 쓰고 있었다. 그 연장선에서 어제 일요일 밤에 쓴 일기는 이렇다.

아침형 인간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것만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육아파의 살길이다. 그래서 오늘 지금(11시) 자려고 한다.


11시에 누웠지만 한 달을 이 시간에 '열 일'했었기 때문에 잠이 오질 않았다. 스스로 손도 주무르고 엉덩이 마사지도 하면서 억지로 잠을 청했다. 뒤척이다 12시에나 잠이 들었을까.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5시가 조금 넘어서 눈이 번쩍 떠지는 게 아닌가. 감사했다. 잠들기 전에 새벽에 일어나면 할 3가지를 포스트잇에 적어두었다. 그 마법의 포스트잇 때문일까? 어쨌든 나는 2주 동안 일기를 쓰며 스스로와 대화했고 결심을 했고 실행했다. 글을 썼고, 달리기를 했고, 아내의 아침을 챙겨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아빠이고 싶다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육아의 내용과 강도도 계속 바뀌고 있다. 그렇다 보니 내 마음가짐도 때마다 휘청휘청한다. 일기를 쓰면서 휘청이는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어떤 선택을 해야 더 나은지를 찾아가게 된다. 일기 덕분에 다시 시작하게 된 아침형 인간 생활패턴을 잘 유지하고 싶다. 그래서 남은 육아휴직 기간을 더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 쫓기듯 살지 않고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며 올해 아이들이 크는 만큼 나도 성장하고 싶다.


이 글 쓴 후 달리기 한 기록(창릉천)

경수점 30일 일기 쓰기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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