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움의 최대 적 소셜미디어
지난주 넷플릭스에서 다큐 '소셜 딜레마'를 봤다. 본인은 다큐에서 강조하는 '소셜미디어의 위험성'을 짐작만 하는 수준이었다. 오히려 페이스북을 잘 사용하면 여러 면에서 좋은 도구라는 점을 설파하는 사람이었다. 페이스북이 초창기 내 걸었던 홍보 워딩처럼 내 관심사의 바운더리에 포함된 사람들과 장벽 없이 '연결' 되었고 뜻하지 않은 즐거움과 유익을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셜 딜레마 다큐를 추천받은 것도 페이스북 지인을 통해서다.
이 다큐에서 직접 소셜미디어를 개발하고 관리했던 이들은 이런 나의 생각에 비수를 꽂았다.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나의 행동을 나보다 훨씬 앞서 예측하여 나를 움직인다고 말이다. 이는 의지로 거부할 수 없는 인간 심리를 깊숙이 파고드는 고도화된 기술이라는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
어설픈 사족보다 이 다큐에서 던지는 주옥같은 메시지를 소개하겠다.
구글에서 ‘기후 변화’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거주지에 따라서 다른 결과를 보게 될 겁니다. “기후 변화는…” 어떤 도시에서는 이런 자동 완성이 뜰 거예요. 기후 변화는 거짓말’이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었다. 현재 미국의 유래 없는 정치적 양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대화와 타협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 소셜미디어를 개발했던 이들은 나와 생각이 다른 반대편의 이야기를 내게 보여주지 않는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시스템 안에 오래 갇혀 있을수록 편향된 사고의 형태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다.
서로 아주 가까운 두 친구가 있어요. 그 둘은 친구 목록도 거의 똑같아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페이스북 피드를 보면 똑같은 것들이 뜰 거야’ 근데 그렇지가 않아요. 둘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봅니다. 왜냐하면 그건 컴퓨터에 의해 각자에게 완벽하게 계산된 세상이거든요. 어떻게 생각해 보면 27억 개의 ‘트르먼 쇼’입니다. 각자에게 각각의 현실이 있고 사실이 있는 거죠. 왜 트루먼이 지금까지 그의 세계의 진실을 알아내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눈앞에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니까요.
우리는 영화 트루먼 쑈의 트루먼처럼 '진짜'인 줄 알지만 '가짜'를 살고 있을지 모른다. 27억 개의 트루먼 쇼는 지금도 인기 방영 중이다. 트루먼 자신이 당하고 있는 '현실'을 의심하기 전까지는 계속 그럴 것이다. 내가 보고 듣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현실이 '진짜' 내 것인지 의심해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가 ‘좋아요’ 버튼을 만들 땐 세상에 긍정성과 사랑을 퍼뜨리는 게 목표였습니다. 오늘날의 10대가 좋아요를 덜 받아서 우울해하거나 정치적 분극화를 야기하는 건 우리 의도가 아니었어요.
우리가 소셜미디어에서 보고 이용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를 붙잡아두기 위해 고안된 것 들이라는 사실을 이 다큐를 통해 알았다. 페이스북 메시지 및 인스타그램 DM의 이모지, 자동완성 서비스, 작성 중임을 표시하는 말줄임표 까지도 이용자의 활동시간을 늘리기 위한 장치로 개발되었다.
우리의 관심은 채굴될 수 있어요. 우리가 값진 인생을 사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화면을 보는 데 쓰고, 광고를 본다면 기업에 더 이익이 되는 거예요. 기업들이 강력한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법을 알아내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걸 보게 만듭니다. 우리의 목표와 가치와 삶에 가장 부합하는 게 아니라 말이죠. -저스틴 로젠스타인(전 구글, 페이스북 엔지니어)
“저는 제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은 앱을 제 스마트폰에서 엄청나게 많이 제거했습니다. 모든 소셜 미디어 앱과 뉴스 앱들요. 그리고 저에게 곡 필요하지도 않은 정보로 제 다리를 진동시키는 알림 설정도 껐습니다. 쿠키를 제 주머니에 넣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로요.”
처방 1
"알림의 수를 줄이세요. 알림 설정을 끄세요. 알림 설정 다 끄세요."
처방 2
유튜브의 영상 추천을 절대 받지 마세요. 항상 선택해서 보세요.
추천 목록을 제거하는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사용하세요.
처방 3
“우리 애들은 소셜 미디어를 전혀 쓰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IT업계 사람들은 자식들에게 이런 전자 기기를 주지 않습니다.
<가족 규칙 정하기>
1. 모든 전자 기기를 침실에서 제거하는 거예요. 매일 밤마다 정해진 시각이 되면요. 그 시각이 언제건 잠들기 30분 전 모든 전자 기기를 제거하는 겁니다.
2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소셜 미디어를 금지하는 거예요.
3 자녀와 시간 예산을 짜는 거예요. 이렇게 얘기해 보세요. “하루에 몇 시간이나 소셜 미디어에 쓰고 싶니? 얼마나 쓰는 게 좋겠니? 애들은 꽤 합리적인 대답을 할 거예요.
저도 잘 알아요. 제가 모든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지우게 할 순 없다는 거요. 하지만 몇 명은 그럴 거예요. “그런데 그 소수가 계정을 삭제하는 것도 의미가 큽니다.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저는 조작 엔진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적인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더 많았으면 좋겠거든요. 그러니까 지워요. 시스템에서 탈출하라고요. 네, 삭제해요. 멍청한 것에서 벗어나요.
나의 집중력과 시간을 잡아먹는 도둑은 카톡, 알림 센터, 잠금화면, 화면 배너, 배지(알림을 개수를 알려주는)그리고 페이스북과 인스타 등이다. 새로운 단톡 방이 생기게 되면 알람 소리부터 끈다. 하지만 아직 남겨진 많은 도둑들이 있기에 나의 집중력과 시간은 항상 도둑맞는다.
다큐를 보고서 아이폰의 설정-알림-앱에서 대부분의 알람을 off 했다. 눌러야 할 알림이 전혀 없음에도 무언가 눌러야 할 어플이 없는지 손가락을 휘돌리며 찾고 있는 모습을 볼 땐 웃프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확실히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중독 수준이었다
잠자리에는 항상 휴대폰을 들고 갔다. 무언가 보다가 눈이 피곤해지면 잠들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을 가장 먼저 찾았고 화장실 갈 땐 휴대폰을 들고 들어가 필요 이상 앉아 있었다. 이젠 휴대폰은 서재에 꽂아두고 잠자리로 간다.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이 아닌 책을 들고 들어간다. 소셜미디어가 나의 삶을 좀 먹지 않도록 지금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에 소출되어 살아가는 우리는 대부분 트루먼 쑈의 트루먼이다. 우리는 당장 트루먼 쇼의 거대한 연출을 끝장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과 없이 내가 보는 세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하고 다른 이들의 의견에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려는 노력은 할 수는 있다. 이로써 트루먼 쑈의 연출의 문제점을 나와 세상도 생각해 보게 할 수 있다. 앞으로 더 심각해질 소셜 미디어 세상에 살게 될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대안을 어른으로서 줄 수 있을까도 고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