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때는 바야흐로 9월 말.
할 일 없이 인스타를 눈팅하고 있었던 나.
자동 추천으로 뜨는 광고에 제9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에 관한 글이 올라왔다.
"호오, 이 몸이 나설 차롄가." 흔한 아가리어터
물론. 나는 어디 가서 작가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평범한 소시민.
고등학교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 때문에 전공도 그쪽으로 선택하였지만 20대 때는 거의 글과는 상관없는 다른 일을 했었고, 그렇게 '작가'라는 단어가 막연해질 때 즈음...
2021년.
갑자기 하는 일마다 잘 풀리기 시작했다. 일, 인간관계, 여러 가지 사건들.
마치 3n년동안 쌓아놨던 '운' 마일리지를 한꺼번에 쓰는 기분이랄까.
하는 일마다 잘 풀리니 나 스스로도 많이 성장하고 여유로워질 수 있었던 한 해였다.
과거의 나는.
정말 남들이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일 한 번 더럽게 안 풀리던 사람이었다. 하는 일마다 안되고 남들은 조금의 노력에도 쉽게 이루는 것을 나는 죽어라 하는데도 들어주지 않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종교는 없지만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멱살 잡고 흔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다 보니, 어떤 일을 하든 시작도 전에 '안될 거야.'가 자동적으로 나왔다.
물론 결과도...? 잘 안됐다.
마음을 편히 가져야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일이 잘 풀려야 마음이 편해지는 거다.
3n동안 한 번도 일이 잘 풀려보지 못했던 사람의 기준에서 생각하자면 일이 잘 풀려야 비로소 사람이 여유도 있고 너그러워지더라.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말이 정답이다.
2021년.
도전하는 것마다 잘 되기 시작했다.
내 디폴드 값은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과 함께 전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일을 하기 시작했고 잠깐의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현재는 내 인생 최고의 오너를 모시고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연초뿐만 아니라, 봄, 여름, 그리고 지금까지 3n 년 나의 디폴드 값이 계속해서 깨지면서 소위 말해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 모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이 비정상.
더불어 늘어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
잃을 게 없는 자는 두려울 것도 없지.
가끔씩 이 행운이 언젠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갑자기 찾아온 행운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전성기 야구선수들이 말하는 '폼이 올라왔다.'가 나에게서 느껴지고 있다.
'봄데'라는 말을 아는가.
봄의 롯데는 메이저리그 어느 팀이 와도 절대 이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가을엔... 또륵.. 왜 못가!! 왜 못 가냐고 가을 야구!
지금 나의 상태가 그러하다.
2021년은 바로 이 천재의 해.
하는 일마다 뭐든 잘 풀렸지.
지나가는 낙엽마저 나를 피해 갔다지?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느낌
온 우주의 힘이 느껴지는 시기였기 때문에...
그래서 넣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브런치 작가 신청 후 며칠 뒤,
애플 워치의 알람이 울렸다.
일하는 중이라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브런치에서 온 알람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처음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던 내가 가르치는 꼬마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 작가 됐냐벼. 껄껄껄."
두근, 세근, 네근.
얼떨떨한 기분에 기쁜 내색을 감추고
핸드폰을 켜 알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조금씩 현실감이 느껴졌다.
내가... 자까???
네에에에??? 저를요:????
제가 천재는 맞습니다만...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
브런치에 대한 나의 생각은 말 그대로 좀 쓰는 분들. 아뤼스트(artist)들이 소크라테스 뺨치는 고뇌 끝에 글을 올리는 곳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브런치를 자주 보진 않았다. 나는 범인이니까. (심오함과는 거리가 초큼 먼 사람)
브런치 작가가 된 후, 나를 왜 뽑아줬을까.
1. 담당자분이 다른 사람하고 착각한 것이다.
2. 불쌍해서
3. 뭐야, 몰래 카메란가. (트루먼 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바로 그 저세상 아티스트, 소크라테스가 되었단 건가.
우리 형의 시대는 갔다. 대세는 테스 형.
브런치 작가가 된 기념으로 나만의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설레발은 전국구급.
과연 이 천재의 운명은?!
괴물 신인의 시선으로 본 일상 글 시작 ٩( ᐛ )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