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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필 Nov 19. 2021

#2 우리의 삶은 회색빛이야.


비트 주세요.

구ㅎㅡ레이~(Gray)




2021년 11월 18일 목요일



나의 뇌는 가출을 잘하는 편이다.



아무렇지 않게 밝은 인간인척 하며 살다가도 한 번씩 오는 외부적인 타격에 삐뚤어진 마음을 품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나의 멘탈.




멘탈붕괴로 생긴 뇌의 싱크홀을 의학 용어로 'Meori Teungteung' 이라고 한다.









이 끔찍한 사태의 원인은 바로 영화 '옥자'




 봐버렸다. 결국.

 하지만 이 정도로 날 힘들게 할 줄은 몰랐다.

 너무 잘 만들었다. 역시 배운 변..ㅌ 아니 배운 감독.






나를 괴롭혔던 장면은 의외로 도살 장면이 아니었다.

거기까진 예측이 가능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지만 회복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장면이 나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예상치 못한 더 끔찍한 장면이 있었다.




 돼지를 어떻게 사육하고 번식하는지 어떠한 비윤리적인 방식이 이용되는지 책을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로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그 장면을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감독이 괴짜라 그런 자극적인 장면을 넣은 게 아니다. 이 장면은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감독의 신의 한 수였다. 이 영화가 픽션보다는 다큐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 C.. 배운 변태!! 이 장면 나오는 줄 알았음 안 보는 건데...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그 순간의 잔상이 계속해서 남아 내 머릿속을 괴롭혔다.



 한 번 시작된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매 분, 매 초마다 영향을 끼쳤다.



 나지금잘하고있는거겠지?난왜이렇게겁이많을까.왜이렇게소심하지.아까아무래도이렇게하지말았어야했나봐.그냥모든게다잘못됐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나친 생각들은 계속됐다.




 이 글을 읽고

 개, 돼지가 불쌍하면 다른 가축은 안 불쌍하냐? 그런 거 따지면 먹을 거 하나 없어. 라는 식의 태클을 거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쓰레기면 그냥 가던 길 계속 가여... 주욱ㅠㅜㅠㅜ





 강제자연의 섭리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



 세렝게티의 약한 동물들을 보고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더라도 그것이 자연 순환의 원리임을 알기에 이렇게까지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을 통해 만들어낸 생명체끼리 강제로 교배시키고 그것을 공산품 만들어내듯 찍어내고 죽이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것은 당장 우리 모두가 육식 생활을 청산하고 동물 해방에 앞장서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아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장 그런 식습관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저 이 글은

 불편한 진실 하나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내는 이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을 덜어놓기 위한 것이다.

 



 산다는 것은 회색빛 진창 속에 사는 것이니까.






한 번씩 찾아오는 이런 정신적인 타격을 이겨내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찾아보았다.




주말에 조계사나 갈까.

디즈니 플러스 결제할까?

명상? 싱잉 볼?

호흡하기, 꼬순내 맡기.




그러나 나름의 터득한 방법으로도 이 우울감을 씻어내기엔 어림도 없었다.




무감각한 표정으로 멍하니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다 최근에 관심 있게 보았던 영상을 다시 찾아보았다.








추사랑 아님, 이상순 아님, 싱하형 아님.



머드 더 스튜던트- 접신하는 무당 st. 래퍼다







그리고 그를 프로듀싱하는 Gray구ㅎㅡ뤠이






널 담거나 가두지 않을게.

그냥 내가 담길게.



서사가 느껴지는 멘트





이 멘트 덕분에 마음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신곡 하나 내주세요.


제목 : 우리의 삶은 회색빛이야

feat.Gray구ㅎㅡ뤠이






우습게도 우리의 삶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로 상처를 받기도, 치유받기도 한다.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농담 같지만 진담인 오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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