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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필 Jul 26. 2022

<어떤 호소의 말들>이 들리나요.

-<어떤 호소의 말들>을 읽고.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세계 인권선언문 제1조>












 제9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작 <어떤 호소의 말들>인권위 조사관최은숙 작가가 직접 필드에서 뛰어다니며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풀어낸 책이다. '억울하다'는 누군가의 호소를 매일같이 들으며 외줄 타기 하는 심정으로 일한다는 그녀는 '탈곡기 조사관'이라는 조사관들의 자조석인 농담까지 언급하며 조사관으로서의 고충과 애환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억울한 사람 없이 하나하나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해결해주고 싶은 인권위 조사관으로서의 자아, 그리고 인간답지 않은 인간으로부터 받는 협박으로 인해 두렵고, 분개하는  한 개인으로서의 자아가 충돌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가 궁금해야 하는 범죄자의 인권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특히 성추행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낯선 캄보디아 프놈펜까지 출장을 갔다는 이야기가와 성범죄자가 출소하자마자 강간 사건을 벌이고 자신의 인권을 지켜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p.205 여성에게 폭력의 위험은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현존하는 실질적 위험임을 알기에 안전함은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포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곤 했다. 



 강간죄로 징역을 살고 출소한 당일에 곧바로 강간을 저질렀다는 범죄자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강간에 대해 얼마나 안일한 판결을 내리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형사가 자신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일부러 바닥에 짓이겼다며 이것은 인권침해라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범죄자의 뻔뻔한 태도를 보고 작가는 인권위 조사관임에도 "왜 그러셨어요?"라는 본심이 튀어나왔다고 한다. 


 인권위 조사관으로서의 자아와 한 여자이자 개인으로서의 자아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고충을 조금 은 이해할 수 있었다. 눈앞에 앉아있는 혐오스러운 인간을 혐오스럽다 말할 수 없는 것이 그들의 숙명이기에 각종 흉악 범죄의 피의자가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때 그들 스스로 얼마나 자조적으로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외쳤을지도 단적으로 느껴졌다.

 



p.156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인권의 피해자들은 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무해한 존재이며, 선량한 시민이거나 무고한 희생자, 억울한 피해자였지만, 현실에서 만난 이들이 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때때로 악랄하고 위선적이고 탐욕스러운 존재에 가까웠다. 그때마다 나는 놀라고 당황하며, 인권을 보호한다는 것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빠지곤 한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인권'이라는 방패막 하에 각종 흉악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의 얼굴이 철옹성처럼 견고하게 가려져 나온다.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들에게도 인권이 있음에 분노한다. 피해자 인권보다 피의자 인권이 우선이냐며 때마다 인권위는 집중 공격이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인권위 직원 또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감정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열 명의 범죄자를 놓쳐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기 위해서는 만에 하나 있을 억울한 피의자를 위해 그들의 인권과 가족을 보호해주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국가이기에 그 선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그들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p.234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세계 인권선언문 제1조>






   책의 마지막 장에서 그녀는 인간의 존엄이 이제는 다른 동물에게까지 확장되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남이 나를 대할 때 생기는 존엄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인간 외의 존재에게도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존엄이 처음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 듯, 동물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대와 생명에 대한 무지성 또한 앞으로 우리의 존엄한 삶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을 끝으로 그녀의 책은 끝이 난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그녀가 분노할 때 나 또한 분노했으며 그녀가 울었을 때 나 또한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책이 좋았던 것은 활자를 통해 인권위 조사관으로서 그녀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사건을 처리하는지 느껴진 것이다. 인권위 조사관 또한 사람인지라 화가 날 때도 있고 자신의 역량에 대해 회의감이 느껴질 때도 있을 텐데 그럼에도 어떤 호소의 말을 하나하나 정리한 그녀의 글에서 우리가 인권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해 준다.














*해당 도서는 창비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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