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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필 Jul 23. 2022

지푸라기로 만들어 낸 <튜브>

- 손원평 소설 <튜브>를 읽고






사실 무언가를 바꾸거나 개선하려는 시도가 처음은 아니었다.
김성곤은 동기부여 영상이나 자기 계발서에서 본 지침들을 여러 차례 따라 한 적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부터 개라거나 책상 정리부터 시작하라거나 윗몸일으키기를 딱 한 개만 해보라거나 새벽 네시에 일어나야 세상을 가질 수 있다는 조언들을 실제로 삶에 적용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심의 지속시간은 짧았고 그는 언제나,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김성곤 일뿐이었다.

<튜브> p.66

















 책을 읽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우리나라 작가 중 누굴 가장 좋아하세요?



 비문학이었다면 단번에 "생태학 분야에선 최재천 선생님, 철학자 중엔 강신주."라는 답변을 내놓았겠지만 문학 분야에서는 콕찝어 누굴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참 어렵다.




 아무래도 한 작가의 작품만 읽다 보면 자꾸 작가의 패턴이 읽혀서 웬만하면 여러 작가의 작품을 번갈아가면서 읽으려는 편이다.


 

 물론, 재미있는 작품을 쓰는 작가의 차기작은 언제나 날 설레게 한다.







 손원평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소설 <아몬드>때문이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성장담인 <아몬드>를 읽게 된 시점은 발간됐던 2017년보다 시간이 꽤 흐른 2021년이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른이 된 내가 청소년 소설에서 무슨 큰 울림을 받을 수 있겠냐며 그것들을 외면했었다.


 하지만 그런 편견을 깬 것은 손원평의 <아몬드>였다. 

 




'영어덜트(young adult)'.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몸만 다 큰 으른이인 현재의 청년들에게 영어덜트 작품은 성장의 아픔은 누구나 겪는 것이니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해준다. 소설 속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할 수 있는 것이 영어덜트 소설의 매력이다.



 

 <아몬드>를 통해 영어덜트 장인임을 몸소 증명한 손원평 작가가 <튜브>라는 차기작을 들고 왔다고 했을 때 나의 기대감은 말할 것도 없었다.





















실패한 내 인생도 다시 떠오를 기회가 있을까?





 "실패한 사람이 다시 성공하는 이야기를 추천해달라. 지금 자신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너무 필요하다. "는 글을 보고 쓰기 시작했다는 손원평의 <튜브>는 단언컨대, 서점가에 있는 자기 계발서 책을 전부 치우고 이 책 한권만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변화와 새로운 삶에 대한 갈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튜브>의 주인공 김성곤은 이미 갈 때까지 간 막장인생이다. 여러 번의 사업 실패와 그에 대한 반성 없이 지속된 독선으로 가족과 멀어진지도 오래다. 삶에 대한 아무런 희망이 없는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자살이었다. 


 살면서 제 뜻대로 풀린 적이 없었던 김성곤에게 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될 리 없었다.


 그러던 그에게 '변화'라는 단어가 운명처럼 다가온다. 

 아주 작은 것부터 '변화'해 보자는 그의 다짐은 어느새 변화를 갈망하는 많은 이들을 위한 프로젝트인 '지푸라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제가 제안하는 건, 함께하자는 겁니다.
어떤 인생이든 그 안엔 절망과 희망이 함께 깃들어 있고 작든 크든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게 도와줄 지푸라기를 잡고 싶어 하는 건 모두가 똑같아요. 하지만 어떤 지푸라기를 쥘 건지는 스스로 정해야 하죠. 누군가가 대신 쥐여주는 지푸라기는 잡아봤자 금세 가라앉을 테니까요. 이 프로젝트는 여러분이 스스로 만든 지푸라기에 바람을 넣어줄 겁니다. 지푸라기가 엄청나게 커다란 튜브가 될 때까지, 그래서 여러분이 당당하게 수면 위로 떠오를 때까지 말입니다.

p.198






 소설 <튜브>가 기존의 성장소설과 달랐던 점은 잘 풀릴 것 같던 주인공의 인생을 다시 한번 나락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듯 '변화'의 결말이 반드시 성공이 아니란 것을 작가는 알려준다.


 하지만 작가는 결국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다. 그리고 언제고 다시 넘어질 수 있는 것이 인생이며 그때마다 의연하게 다시 일어나야 하는 것이 현실임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김성곤이 이전과 달리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한결같은 표정과 자세로 살아가는 '박실영' 이라는 캐릭터를 만났기 때문이다. 학원의 운전기사로 일하는 박실영은 비가 오나 아이들이 통제가 안될 때나 늘 같은 표정을 한 채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한다. 




 박실영은 김성곤에게 중요한 힌트를 준다. 





난 정말 많은 일을 겪었어요. 아주 길고 오랜 시간 동안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화려하고 떠올리기 싫을 만큼 추악하고 몸이 떨릴 만큼 황홀한 일들을 말이죠. 그 시간 동안 난 내 모든 감정을 다 써서 반응했어요. 최선을 다해 천국과 지옥을 오가면서요. 달리 말하면, 당신과 똑같이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 이 자리에 있습니다. 당신이 보는 지금 이 모습으로.

p. 257





 인생지사 새옹지마라.

 살다 보면 잔잔한 날도, 거친 날도 있을 것이다. 

 피하고 싶다고 내 마음대로 오는 파도를 피할 수는 없듯이, 어떤 파도가 밀려와도 의연히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인생(人生)이 아닐까. 




 주인공의 말처럼 '성공의 반대는 실패다. 하지만 변화의 반대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실패로 인해 절망하고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손원평 작가의 <튜브>를 추천한다. 우리 모두 각자의 지푸라기가 튜브로 변하는 그날까지 서로의 건투를 바라며 인생이란 파도에 맞서 싸워보는 것은 어떨까. 















*해당 도서는 창비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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