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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필 Jul 17. 2022

<시험 능력주의>에도 해답이 있을까.

-<시험 능력주의>를 읽고.




 매년 11월.


 전국을 들끓게 하는 시험이 열린다.


 한국인이라면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시험.


 대학 수학 능력 검정시험.




 시험, 교육, 입시.


 대부분, 자식의 입시를 위해 최고의 사교육을 지원해주는 것이 부모의 의무이자 미덕으로 생각한다.



 <시험 능력주의>는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과 직업이 신분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시대를 비판한 책이다.



<'시험은 공정하고 그 결과는 능력의 증거'라는 생각>에서는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경쟁이 진짜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반론을 제시한다.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은 실패한 인생이라 평가하는 세상이 비정상적인 세상임에 공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뿐이었다.

 책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의식하고 있었던 한국 교육과 체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말고 새로운 분석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어디선가 나눠본 이야기를 다시 되짚는 기분이었다. 해결책이라고 제시한 것 또한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p. 41

조너선 거슈니 옥스퍼드대 사회학과 교수는...(중략)..."한국 청소년이 공부에 들이는 시간은 놀라운 수준을 넘어 기괴하다(grotesque)고 느껴질 정도"라 말했다.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왜 꼭 외국의 사례와 외국인의 말을 빌려한다는 것이다.



 매년 수능 시즌이 되면 각 프로와 유튜브 채널에서 수능 영어를 외국인들에게 풀게 하며 얼마나 이 문제들이 엉터리고 실제 영어실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 난상 토론을 하게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수능 영어가 기괴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는가?


 

 애초에 미국, 영국과 우리나라는 역사, 문화, 지리적인 조건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국가의 국력과 자원이 풍족한 나라와 국가의 자원이 인력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교육이 그들과 비교 자체가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특히 한국처럼 기괴한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베짱이처럼 살다 잡아 먹힌 경험이 그들에게도 있다면 그들 또한 이 기괴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괴한 문제를 시간 안에 잘 푸는 능력주의를 우대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할 것이다.

 

 

 침략당하는 것보다 침략을 많이 한 국가에서 뭘 알겠냐마는 우리도 미국, 영국처럼 컬렉션 별로 미사일과 핵이 있고 언제든 명분을 만들어 상대국에게 보복을 할 수 있는 국가였다면 애초에 우리도 문제 몇십 개에 인생을 거는 기괴한 삶을 살지 않았을 것이다.



 수능 영어를 지금처럼 기괴한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실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를 달리한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대치동을 필두로 학원가에선 변화된 대입에 맞춰 특강이 연일 개설될 것이다.



영국은 이러니까 네덜란드, 덴마크 교육은 이러니까

'비교'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괴한 문제를 풀지 않는다고 해서 그 나라의 청소년들은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p. 273

 "네덜란드에서는 의대, 치대 입시에서 일정한 성적이 되는 사람들을 추첨에 의해 선발한다고 한다."



 

두 눈을 의심했다. 내가 의사가 되고 싶어 노력 끝에  일정한 성적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추첨에 의해 대입이 결정된다니. 이게 공평한 일인가? 이걸 과연 누구나 만족할만한 행복하고 공평한 입시라 할 수 있을까. 어떤 아이들이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우리나라 군입대를 태국처럼 추첨제로 전환한다고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평하다 생각할까.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비리는 없을까. 태국처럼 입대자 대신 저소득층 아이가 금전을 대가로 군 복무를 대신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한국의 비상식적인 사교육 시장과 수능 문제는 절대 교육 제도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바꿔도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것이며, 그것이 지속될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대부분의 서민 가정과 저소득층 학생들이 될 것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사례 대부분은 절대 공정한 경쟁이라 할 수없다. 오히려 작가가 한국 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유층, 고위층 자제의 계급 세습과 위의 예시가 다를게 무엇이 있는가.




 책을 읽다 보니 문득 한 가지 사실이 궁금해졌다.

 부모의 소득에 의해 아이에게 주어지는 사교육의 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이 현재 우리가 치르고 있는 시험이 공정한 경쟁이라 할 수 없는 이유라 지적했는데, 그러는 작가 자신은 자식의 입시를 위해 사교육을 포기했는가 이다. 아마 아닐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현재 어떤 교육부 장관이 와도, 어떤 교육정책을 써도.


  밀리면 죽는다라는 DNA를 갖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사교육 시장 포기란 있을 수 없다. 그 경쟁에 따른 결과에도 승복할 수밖에 없다.



 나는 사회주의가 실패한 이유에 대해 아이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사회주의의 이론은 좋았을지 몰라도 그것이 하나 간과한 게 있다. 바로 인간의 본성이다.

내가 친구보다 더 갖고 싶고, 내가 친구보다 위에 서 있고 싶은 것이 인간이 갖고 있는 당연한 본성인데. 내 것을 남들과 똑같이 나누고 공유해야 한다면 누가 그렇게 하고 싶겠냐고.



 현재 한국 교육은 공자가 다시 살아 돌아온다 해도 바꿀 수 없다.

 애초에 어른보다 순수한 아이마저도 친구에게 지기 싫고, 친구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싶고 더 좋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어 하는데. 누가 사교육 시장을 과감하게 포기하겠는가. 설령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청소년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청소년들 또한 이 경쟁에서 이탈하고자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다소 불공정한 경쟁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인간의 본능을 가장 충실하고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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