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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필 Jul 07. 2022

<처음엔 사소했던 일> 가짜 여론이 만들어질 때.

- 소설 <처음엔 사소했던 일>을 읽고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유튜브, 카카오톡 발 가짜 뉴스가 세상을 떠돌았다.

 혹세무민의 앞잡이가 된 그것들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자신이 손가락질 한 방향만 보게 만들었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가짜 뉴스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검색이 서툴거나 정보 취합을 어려워하는 이들은 곧이곧대로 날아드는 정보에 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아이돌 A군', '배우 B 양'과 같이 자극적인 키워드를 이용한 선전지가 활개를 치는 것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친구 혹은 같은 무리의 지인이 주목을 받거나 성공을 하게 되면 축하해줘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왜 마음 한구석이 편치가 않은 걸까.





 한때는 '내 심보가 나쁜 건가.' 싶은 생각에 스스로를 괴롭게 했었는데, 모 작가의 강연에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심리는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이란 말을 듣고 더 이상의 자아비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단,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은 맞지만 배가 아프다고 상대방의 것을 빼앗거나 해코지를 하는 것은 사이코패스나 하는 일이라 덧붙이셨다.





 

  '질투.' 

 

 인간에게 없어졌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질투란 감정이다.

 

 질투란 감정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고 자기혐오에 빠져들었을까.


 피해자나 가해자나 순간적인 감정에 자신을 맡긴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대만 작가 '왕수펀'이 쓴 <처음엔 사소했던 일>은 사회의 축소판인 교실에서 가짜 여론으로 인해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 보여주는 책이다.




 7학년 1반 교실의 어느 날.

 '린샤오치'는 자신이 아끼는 금색 볼펜을 잃어버린다. 같은 반 친구 '장쉐'는 그 볼펜을 '천융허'의 필통에서 본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장세의 말대로 그 볼펜은 천융허의 필통에서 발견됐고, 그 사건을 계기로 천융허에 대한 반 아이들의 시선이 전과 달리 묘하게 바뀌게 된다. 


 이후, 학급에서는 계속해서 도난 사건이 발생한다.

 '리빙 쉰'과 '차 이리리'의 돈, '저우유춘'의 버스카드, '장페이페이'의 돈이 차례로 사라지면서 아이들은 천융허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친구라 믿었던 '뤄추안' 마저 자신을 멀리하기 시작하자 천융허는 이 황당한 연극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한다.


 천융허는 담임인 왕선생님에게 가 말한다. 



 "제 돈 1,000위안이 사라졌어요."














 아이들의 돈과 물건을 훔쳐간 이가 천융허가 아니라면 범인은 대체 누구일까.


 

 




며칠 뒤, 리빙쉰 역시 돈을 잃어버리자 차이리리는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보며 깔깔대고 웃었다. 너무 정신없이 웃느라 하마터면 머리로 거울을 깨뜨릴 뻔했다.

반 아이들 사이에서는 ‘천융허가 도둑이다’라는 수군거림이 이미 시작된 터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천융허는 도둑과는 가장 거리가 먼 타입이었다.
천융허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무런 걱정 없이 자랐고, 천융허의 부모님에게 동물원에 놀러 가거나 인형을 사 주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천융허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 줄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차이리리는 아주 재미난 연극을 한 편 보는 기분으로 천융허의 고민 가득한 얼굴을 그저 주시하는 중이었다.

이토록 즐거운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P. 57



 





 .


  사건의 발단이 된 '금색 볼펜'은  장쉐가 린샤오치 몰래 볼펜을 구경하다 타이밍을 놓쳐 천융허의 필통에 넣어놓은 것이다. 말 그대로 처음엔 사소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후에 일어난 사건들은 전처럼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친구의 환심을 사기 위해, 게임 아이템을 사기 위해, 급식비를 내기 위해.

 저마다의 이유로 자신의 잘못을 천융허에게 뒤집어 씌우게 된다.


 




아빠를 보며 천융허를 떠올렸다. 그렇다, 일부 오만한 남자들은 한 방 제대로 먹여 코를 납작하게 해 줄 필요가 있었다....(중략)... 그리고 그토록 오만하게 구는 천융허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좀 잘생기면 다야?
사랑에 빠진 소녀에게 단 한 번의 기회도 줄 생각이 없다니,
네가 뭐 그리 잘났다고! 그냥 친구조차도 안 된다는 말이야?
일단 만나 볼 수는 있잖아? 잘난 척은!!’

마음속에서 증오심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P. 80




 학급의 인기남인 천융허가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비참한 처지와 달리 사랑을 받고 자랐다는 이유로 이들은 천융허를 교묘하게 공격했고, 무너지는 천융허를 보며 희열을 느낀다.




사라졌던 볼펜이 다시 주인을 찾은 그날, 사실 뤄추안은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장쉐가 잘못했지만 결코 고의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비록 천융허가 친한 친구일지라도
다른 아이들에게 오해를 받는 것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설령 범인으로 지목된다 하더라도 모든 여학생들이 옹호해 줄 것이었다. 뤄추안, 쓸데없는 일에 힘 빼지 말자고.

P. 103




 천융허의 친한 친구인 뤄추안마저 이런 상황을 관망하며 위기에 빠진 천융허를 외면한다. 

 더 나아가 늘 천융허의 엑스트라 역할이었던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학급 인기남인 천융허에게 겨눠진 화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한다.







 담임인 '왕 선생' 또한 마찬가지다.


 왕 선생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일거리에 이미 지칠 때로 지쳐버린 직장인에 불과했다.


 되려, 천융허가 평소에 아이들에게 뻣뻣하게 굴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평소에 잘만해줬어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거라고, 천융허에게도 분명 문제가 있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어쩌면 천융허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잘못을 저질러서 반 아이들이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걸지도 모른다. 천융허에게 분명 문제가 있다.

왕징메이는 꼭 시간을 내서 가정방문도 하고 천융허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다....(중략)... 하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숙제 노트를 검사하는 게 먼저였고 다음 학기 수업안과 다음 달 읽기 학습 지도안도 작성해야 했다.

일단 바쁜 업무 먼저 끝내고, 그다음에. 
P.121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을 보면 학교 다녔을 때가 떠오른다.


 밖에서 보면 별 일 아닌데, 학급 안에서는 작은 일에도 유난을 떨고 어떻게든 서로를 까내리는데 혈안이다.


 교실 내 정치질에 지쳤던 어린 시절의 나는 나중에 자식이 교우관계 때문에 학교에 다니기 싫다고 하면 아이가 원하는 대로 자퇴든 뭐든 시켜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보니 내가 아닌 타인을 미워하고 시기 질투하는 일은 비단 학교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었다. 



 집단생활이 대체 뭐길래.



 사람은 자신이 편한 대로 생각하고 상대를 판단하고, 그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한다.

 인간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을 해내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더러운 일을 만들어내는 덴 선수들이다.


 

 물론, 나라고 그렇지 않을까.


 나부터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자. 휩쓸리지 말자. 남을 깎아내리거나 오해하지 말자. 다짐을 해도 한 번씩 못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의 오해와 질투로 인해 원하든, 원치 않든 구설의 중심이 될 때가 있다.


 과거엔 나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소문의 유포자와 싸우곤 했다. 하지만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씹을 거리가 필요한 것이었다.





 현재는 웬만한 시빗거리는 흘려듣고 있다. 


 나만은 내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대처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며 사는 것이 이기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교우관계로 힘들 청소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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