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장 충전 케이블을 찾지 않을래.
65%라는 건, 35%를 채울 수 있다는 거지.
배터리를 100%로 완충해 두고 집을 나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어폰을 연결하고, 지도를 켜는 사이 숫자가 조금씩 줄어든다.
98%.
83%.
72%.
65%.
아직 한참 남았다는 건 안다.
그런데도 괜히 화면을 한 번 더 본다.
지금 이 속도면 몇 시쯤 몇 퍼센트일까.
보조배터리는 챙겼던가.카페에 들어가면 콘센트 자리가 있을까.
아직 당장 꺼질 단계는 아닌데 마음은 벌써부터 충전 대비 태세다.
굳이 지금 충전하지 않아도 되는데 머릿속에서는 자꾸 충전 케이블을 먼저 찾는다.
이상하다.
아직 남아 있는데도 자꾸 부족한 쪽부터 떠올린다.
어쩌면 나는 늘 100%를 유지하고 싶었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불안해지는 마음.
그래야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고, 그래야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것 같았다.
늘 가득 차 있어야만 안전하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마음도 비슷하게 살아왔다. 해야 할 일은 미리 더 끌어안고, 놓치면 안 될 기회는 전부 잡으려 하고,
누군가의 기대도 웬만하면 다 맞추려 했다.
이미 꽤 써냈는데도 “이걸로 괜찮은 걸까”를 되묻고,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스스로를 점검했다.
부족해질까 봐, 비어 보일까 봐.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배터리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쓰고 있으니까 닳는 거고,
움직이고 있으니까 숫자가 내려가는 거다.
65%라는 건 고장이 아니라 사용의 흔적이다.
이미 35%를 살아냈다는 뜻이다.
그리고 동시에
다시 채울 수 있는 35%의 자리가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워야 채운다는 말은 아마 여기에서 이어지는 것 같다.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안심되는 게 아니라,
조금 줄어드는 걸 허락해야
다시 채워질 공간이 생긴다는 것.
늘 완충 상태로 버티려 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 닳은 채로도 움직일 수 있고,
조금 부족한 상태로도 하루는 흘러간다.
나는 이제 숫자가 내려가는 걸 확인해도 조금은 덜 조급해지기를 바란다.
완벽하게 채워진 나로 증명하기보다, 닳고, 쓰이고,
그리고 다시 채워지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