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가능한 사람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by Dakyung

유독 방향치인 나는, 길을 찾을 때 지도 앱을 먼저 켠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몇 분이 걸리는지, 어느 길로 돌아가야 하는지, 버스를 타는 게 더 나을지 지하철이 더 나을지 확인한다. 낯선 길이어도 대략적인 방향을 알고 있으면 마음이 덜 불안하다.


물론 지도를 확인했다고 해서 완벽하게 길을 알고 있는 건 아니다. 중간에 길을 한 번 더 돌아가야 할 수도 있고,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적어도 지금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 길이 조금 돌아가더라도 방향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도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 어떤 반응을 할지, 어떤 말투로 대답할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 곁에 있으면 괜히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특별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오래 알던 사이처럼 공기가 자연스럽게 흐른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지도를 새로 켜야 하는 느낌이 드는 사람도 있다. 어떤 말에 어떤 표정이 돌아올지 모르고, 어떤 순간에 분위기가 달라질지 모르는 관계. 그런 관계에서는 말 한마디라도 더 고르게 된다. 괜찮은 척 웃고 있어도 어딘가에서는 계속 방향을 확인하게 된다. 지금 내가 잘 가고 있는 건지, 방금 한 말이 괜찮았는지, 혹시 내가 길을 잘못 들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인지 요즘은 예측 가능한 사람이 좋다. 늘 같은 시간쯤 연락을 하고, 약속 시간을 크게 어기지 않고, 말투가 갑자기 달라지지 않는 사람. 기분이 좋아도 사람을 휘두르지 않고, 기분이 좋지 않아도 그걸 타인에게 그대로 쏟아내지 않는 사람.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 그래서 그 사람 곁에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자연스럽게 나의 모습이 나오는 사람.


삶에는 이미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갑자기 바뀌는 일정,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 예상하지 못했던 마음의 변화들. 하루는 늘 생각보다 훨씬 많은 변수들로 움직인다. 그래서인지 그 많은 불확실함 속에서 한결같은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는 하루 속에서도 그 사람 옆에 가면 잠깐 숨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언제든 돌아가 잠깐 쉬어도 괜찮을 것 같은 자리. 그래서 그런 사람은 믿음이 간다. 그리고 고맙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예측 가능한 사람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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