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세 아이 육아와 직장, 주말 부부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책 펼칠 시간 따윈 없었다.
독서를 포함해하고 싶은 일들 대부분을 아이들 좀 키우고 난 후로 미뤄두고 살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주위 환경은 급속도로 바뀌는데 나만 그대로 인 것 같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승진을 해도, 바라는 대로 아이들이 커가도 마음이 헛헛하기만 했다. 내 안의 샘물이 말라가는 느낌이었다.
직장 생활 15년 만에 그토록 바라던 퇴사를 했다. 주말 부부 생활도 청산하고, 당분간 직장에 얽매일 일도 없다는 생각에 천국이 따로 없었다. 가장 먼저, 미뤄둔 독서를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독서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1년간 매주 한 권 읽는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책만 읽는 게 아니라 매주 과제도 제출히야 했다. 안 읽던 사람이 가만히 책상에 앉아 읽으려니 엉덩이가 들쑤시며 집중이 안 됐다. 숙제하듯, 책을 읽었다. 내용은 고사하고 글자만 따라가는 식이었다. 내게 1주일에 한 권 읽기는 고된 수련이었다. 느린 속도와 집중 안 되는 상황 속에서도 과제를 끝내야 한다는 집념으로 버텼다.
고전 평론가 고미숙 님은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에서 백수는 백 권의 고전을 읽는 수행자라고 했다. 그 말이 큰 힘이 되었다. 당시 나는 책으로 도를 닦는 수행자였다. 1년 버틸 각오를 하긴 했으나 해낼 수 있을지 자신 없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 했는데 결국, 1년간 독서와 과제까지 제출해 연말에 우수 장학생까지 됐다.
내게 신의 한 수는 두려움과 걱정을 이겨내고 참석한 지역 독서 모임이었다.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사람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받은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 책 한 권 제대로 못 읽던 내가 독서 모임 6년 차 리더가 되었다.
책 이야기 나누기 부담이거나,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색하더라도 꼭 한 번은 이겨내고 참석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첫째, 관점의 발견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독서 모임. 살아온 배경과 가치관, 경험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한 권의 책을 여러 각도로 비춰주는 효과가 있다. 듣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확장이 된다.
둘째, 강한 동기부여
독서 루틴을 잡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함께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독서 습관이 자리 잡힌다. 깨진 루틴을 잡는데도 좋고, 다음 책으로 계속 연결시켜 읽을 수 있어 동기부여엔 모임만 한 게 없다.
셋째, 비슷한 취미의 사람들
책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의 모임에서 나누는 지적 대화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결이 맞아 오래도록 소중한 인연으로까지 발전하기도 하고, 서로 지적성장을 돕는다.
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에너지 소모로 느끼고, 책 이야기는 부담된다고 생각했었다. 눈 한번 질 끈 감고 도전하니 새로운 탐험의 길이 열리며 삶이 바뀌었다. 책 이상의 값진 경험과 평생 함께 책 이야기 나누는 친구들을 얻었다. 책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의 소중한 시간은 새로운 세계로 나를 안내하는 나침반이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