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사람>이라는 책에 나오는 질문 중 하나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내겐 운동이다. 애증의 관계다.
1년째 주 2회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하고 상쾌함까지 느낀다. 잘자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날 때 몸도 가볍다. 잠깐 떠올려도 좋은 점들 뿐인데, 애증이라니.
매주 화, 목요일은 운동가는 날로 정해져 있다. 아침 7시면 예약을 알리는 알람이 울린다. 급한 일 제쳐두고 예약부터 해둔다. 정확히 10시간 뒤, 퇴근하는 차 안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대부분 '오늘은 운동 안 가고 쉬고 싶다.'이다. 남편과 아이들 식사를 차리면서 다시 '아~ 나도 밥 먹고 쉬고 싶다.'를 생각한다.
아침엔 다짐, 저녁엔 내적갈등. 매번 비슷한 양상이다.
일주일에 두 번이나 필라테스를 하는 내게 주위에선 운동을 좋아하는 것 같다거나 열심히 한다는 말들을 한다. 그럴 때마다 "살려고 해요"라고 말한다.
20년 가까이 컴퓨터 쓰는 일을 했다. 늘 양쪽 어깨가 묵직하고 저리다. 독서를 즐기니 목뼈도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통증은 목과 어깨를 벗어나 위로 향한다. 찌릿찌릿 편두통까지 말썽이다.
우스갯소리가 아닌 몸이 덜 고생하려면 운동을 필히 해야 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하기 싫은 건 아닌데 귀찮은 자기 계발은?
글쓰기다. 책상에 앉기 까기가 왜 그리 힘들까?
예전엔 남들이 말하는 좋은 점 때문에, 남에게 보이기 위해 글을 썼다. 쓰다 보니 하나 둘 좋은 점을 느낄 수 있었지만, 굳이 꼭 써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냥 쓰기만 하다가 책 출간 작업을 경험하니 왜 써야 하는지 와닿았다. 책, 글 써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됐다.
그럼에도 엉덩이 붙이고 의자에 앉기까지가 참 쉽지 않다. 특히, 퇴근 후 저녁식사를 차리고 소파에 털썩 파묻혀 쉬고 싶다. 깔깔깔 웃으며 예능이나 드라마보다 잠들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머릿속에 글감이 흘러간다.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날 짓누른다. 하면 좋은데, 해야 하는데. 정말 귀찮은 자기 계발이다.
매일 이것만 하고 싶은 자기 계발은?
독서다. 책만 읽고 싶다. 정신적 피로가 몰려들 때 종종 하는 상상이 있다. 캐리어에 읽고 싶거나, 재독 하려고 했던 책들을 가득 담아 혼자 산골 북스테이로 떠난다. 침대에 누워 책 읽다 다시 잠들고, 간단히 조식을 먹고 다시 독서에 빠져든다. 느지막이 밖으로 나와 산책하고, 푸른 숲을 보며 스트레칭도 한다. 의자에 앉아 들고 온 책을 읽기 시작한다. 오롯이 책에 빠져들고 싶을 때가 있다. 나를 찾는 남편, 아이들, 직장으로부터벗어나 고요한 정적을 즐기고 싶다.
홀로 떠나는 북스테이 여행은 아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주말이면 이른 아침부터 책을 들고 집 앞 스타벅스로 향한다. 대리만족이랄까? 잠시 엄마, 아내의 자리에서 벗어나 책만 읽는 시간.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