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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Jun 01. 2017

"나의 리더십 점수는 50점"

정책*사람 / 장성욱_충현중 교장

이번 호 정책·사람은 교장공모제 이야기입니다. 정책의 내용소개보다는, 현재 공모교장으로 살아가고 있는 두 분의 교장선생님 이야기를 통해 정책과 현장이 만나는 순간들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1. 공모교장 지원 이유?

  저는 2011년 3월 1일자로 우리학교에 교감으로 부임했습니다. 우리학교는 제가 부임하던 해에 개교하였고 동시에 혁신학교 예비지정교이기도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힘겹고 버거운 날들이었지만 선생님들과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 보겠다는 열망으로 숱한 시간들을 숯처럼 태웠습니다. 그때 우리는 학생들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서는 학교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때로는 격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고 또 때로는 서로 부대끼며 서로를 격려하며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 위해 열정을 다 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힘들지만 보람을 느끼는 학교, 학생들이 배움이 즐거운 학교, 학부모들이 안심하는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었지요. 


  그런데 교장선생님을 비롯해서 함께 했던 선생님들이 모두 떠나야 하는 때가 점점 다가왔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아직은 문화로 정착할 만큼 시스템이 견고하지는 않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구성원이 바뀌어도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문화로 거듭나야 하고 그러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우리들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 때마침 교장자격 연수를 받게 되었고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이 우리학교에 공모할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공모교장에 응모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답니다. 


2. 현재 고민의 지점은?

  공모교장에 지원했을 때,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지원자께서는 공모교장이 되면 하고 싶은 사업을 세 가지를 말씀해주세요.” 저는 공모교장이라고 특별히 새로운 교육활동을 만들지 않겠다고 대답했어요. 지금 우리학교는 진행하고 있는 교육활동도 버거울 정도이고 오직 지금의 시스템을 문화로 정착시키는 일에만 전념하겠다고.


  콘텐츠(교육활동 또는 프로그램)든, 시스템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을 운용하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콘텐츠나 시스템도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용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까지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것들이 구성원들에게 잘 맞는 옷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옷에 구성원들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자신들에게 잘 맞고 익숙한 옷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학교를 경험하고 싶어 찾아오시는 선생님들도 늘고 있어요. 기존의 선생님들이 떠나더라도 더 성장하는 학교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겨요. 오히려 지금은 교장을 처음 할 때보다 마음이 편해졌어요.


3. 리더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더불어 자신의 리더십에 점수를 매긴다면? 

우선, 제 점수는...50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하하. 

저는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순수성과 진정성에 대한 교감이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들의 자발성을 이끌어 내는 힘이지요.


 그런데 전략적 판단은 인위적 행위입니다. 전략적 판단이 앞설 때 자칫 선생님들은 수동적이 되지요. 교감 시절 선생님들과 으샤으쌰 하며 부대끼며 일을 할 때는 제가 어떤 전략적 판단을 하더라도 마음이 통했기에 즐겁게 일할 수 있었어요. 선생님들이 부족한 50을 얹어 주신거지요. 


그 50점은 교사들과 토론하고 그 토론의 과정과 결과가 저의 컨트롤타워가 되어줌으로써 채워졌습니다. 결국 저의 리더십이 100점이 되기 위해서는 교사들과 함께 하면서 갈등을 조절하고 균형을 맞추어가는 과정들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의사결정과정에서 교사들과 부딪힐 때도 있지만 이러한 불편한 순간들은 결국 건강한 민주주의에 토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 철학과 소신으로만 학교가 움직이면 학교가 교장 것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학교는 아닙니다. 충현중이 추구하고자 하는 학교의 모습은 구성원 모두가 주체가 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체가 되려면 교사들의 권리나 목소리들이 오롯이 인정이 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선생님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성취해야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기다려준다'는 의미를 역으로 이해하면 그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의미입니다. 관리자의 지시가 아니라 교사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는 의미입니다. 성공, 실패여부와 상관없이 선생님들에게 고민할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여건을 만들어준다, 이것이 ‘기다려준다'의 의미가 아닐까요? 


 선생님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기다린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러한 리더의 관점이 학교문화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이 전략적 판단이지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새로 오시고 교장이 되다보니 마음을 얻을 기회가 자연히 줄어드는 것 같아요. 선생님들과 직접 치열하게 논쟁할 기회가 많이 줄더라고요. 새로이 50을 채우려 노력하고 있어요. 


4. “학생중심”이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학생이 중심이 되는 학교는 실제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 학교에 E-captain이라는 활동이 있어요. 영어교과시간에 만들어지는 자율적인 스타디 그룹입니다. 기존의 봉사활동 점수 등의 보상이 주어지는 맨토-멘티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우선 잘하고 못하고의 상대적인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영어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입니다. 이 그룹의 목표는 함께 공부하면서 다른 아이들이 영어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아이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함께 찾거나, 영어수업을 실제 모니터링 하면서 수업의 순서나 활동지 내용 등을 교사와 함께 수정하는 등 수업디자인에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일상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학생이 주체가 되는 수업의 모습입니다. 학생들은 이 활동을 통해 동반성장의 기쁨을 느끼고, 어느 새 영어수업의 주인공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학생중심’이란 학생들을 배움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고민이 많습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참여와 흥미있는 활동을 늘리는 것, 그리고 학생자치를 견인하는 것이 학생중심인가. 고등학생들과 달리 중학생들은 주체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학교 급에서는 선생님들이 조력자의 역할보다는 견인 역할을 더 많이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그렇지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사실 '학생을 어떻게 주체로 세울 것이냐'의 문제에 대한 고민은 이제 첫 단추가 끼워졌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성급한 결론을 내기보다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교사들이 학생중심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고민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향후 공모교장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과 제언

 현 공모교장 정책은 현재 시점에서 최선을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승진을 희망하는 선생님들 중에서 학교장으로서의 역량을 지닌 분들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급적이면 희망하는 선생님들의 많아 경쟁이 치열해지면 좀 더 우수한 역량을 지닌 교장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그 선택의 과정과 결과에 오류가 생기면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지요.


학교에서 교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리더십은 개인이 지닌 자질로 간주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학교 사회는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만 전념할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 학교를 경영하는 역량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사들은 교장으로서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요. 이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승진 프레임에서 육성의 프레임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경영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역량이 검증된 선생님들에게 공모교장의 기회를 주는 다양한 통로를 고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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