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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Jun 01. 2017

프레임 밖의 세상과 만나다

학교*이야기 / 교사 박미정

앎과 삶의 통합. 
사람과 사람의 통합.

흥덕고 통합기행의 의미이자 목적이다.
부모, 학교의 취향과 의지에 따라 프레임 안의 정지된 풍경처럼 이동하는 ‘아웃사이더’ 여행자가 아니라 내가 기획하고 내가 운영하는 여행이다.

통합기행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사실 통합기행은 교사, 학생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통합기행은 학급별 체험학습이 아니라 학생들이 진로나 관심에 따른 주제를 선정하고 그 주제에 따라 스스로 팀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은 ‘누구와 같이 갈 것인가’이다. 소위 ‘끼리끼리’ 먼저 팀을 구성해 버리면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거나 팀의 결합과정에서 시작도 하기 전에 갈등이 폭발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겠다는 아이들도 나오곤 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도입한 것이 ‘팀장공모제’였다. 팀장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주제로 계획서를 제출하고 발표를 통해 최종 20명의 팀장을 선발한다. 팀장은 팀 소개를 담은 모집공고를 게시하고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팀에 신청서를 제출하되, 학생들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팀원 조정은 교사가 개입했다.  

통합기행 홍보 포스터


팀이 결정된 후에는 매주 1회의 팀별회의를 통해 동행교사 섭외, 역할 정하기, 교통과 숙소 정하기, 세부일정 및 예산안 확정하기, 중간 결과 발표하고 개선점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등 통합기행 기획서를 완성하기까지 꼬박 두 달이 걸린다. 


단계마다 미세하게 발생하는 문제들을 조율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다녀와서도 발표대회와 평가회까지 마무리하면 3월 초에 시작된 일정이 6월 중순이 되어서야 끝났다. 1학기가 끝나버린다.더구나 뒤에 언급할 사전답사와 각종 서류작업까지 하다 보면, 학교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전입교사들은 기진맥진. 통합기행 개선 혹은 폐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당진 초등학교를 방문한 교육봉사 팀



통합기행은 교사의 헌신을 담보한다


교사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무엇일까. 참 좋은 프로그램인데, 다른 학교에 감히 권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첫째, 안전문제. 15명 내외의 학생들을 교사 1인이 2박3일간 책임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었지만 매번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말 그대로 예기치 않은 사고 앞에서 교사는 무력하다.

둘째, 사전답사 문제. 통합기행은 소규모 주제별 체험학습형태이므로 경기도교육청 지침에 따라 1회의 사전답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팀은 20여 개이고 팀별 동행교사가 1인이므로 사전답사도 교사 개인별로 실시해야 한다. 여행 범위가 전국적이다 보니 당일로는 힘든 경우가 많아 주말을 이용하여 다녀와야 하니 교사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1년 여비예산의 1/3이 소요되는 것도 학교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셋째, 각종 서류 처리 문제.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숙박업체 선정 시 사업자등록, 화재보험 가입, 영업배상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서류를 받아와야 한다. 또한 사전 답사 시, 소방시설 및 비상구 등의 여부를 확인하고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에 연락하여 소방점검을 받게 해야 한다. 음식을 제공받는 경우는 3일간 해당 음식을 보존하게 해야 한다.


 참, 돌아와선 영수증 정산까지 해야 한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다른 학교의 경우, 한 학년의 대표교사가 한 번에 끝낼 일을 20여 명의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를 하면서 이 모든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정말 큰 부담이다.  

공주 지역 의료기관 실태를 조사한 의료보건 팀


그렇다면 해결방법은 없을까? 

교사 평가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안전문제는 교육청 차원에서 지원과 책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적극 찾아주었으면 한다. 사전답사 문제는 인터넷, 전화 등으로 대신하면 정말 안 될까? 가족여행을 가면서 사전답사를 다녀오는 사람은 없지 않는가. 


교육청 지침에 의하면 ‘소규모’의 기준은 100명이다. 통합기행이 15명 적게는 10명 이하의 여행임을 고려한 지침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각종 서류 처리는 행정실 혹은 교육공무직원이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 흥덕고의 경우 교육공무직원 분들과의 협의를 통해 2017학년도부터 지원을 받기로 했으나 인간적인 관계 차원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해결되었으면 한다.  

부산 버스킹 팀

 
그러나 통합기행은 계속 된다


흥덕고 통합기행은 매년 조금씩 수정, 보완되어 왔다. 해당 학년 학생들의 성향과 학력 수준에 따라 결과는 매번 달랐기에 매년 다른 색깔의 통합기행이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5월 마지막 주에 시행되었던 통합기행은 올해부터 9월 첫째 주로 옮겨간다. 학기 초 생활지도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1학기에는 학급활동을 위주로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걱정과 기대가 반반이다. 


그러나 크고 작은 좌절과 논란 속에서도 통합기행의 실험은 계속될 것이다. 좋은 교육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지만 이것보다 더 학생과 교사 모두를 성장시키는 프로그램은 없기 때문이다.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과의 간담회


학생들은 자신이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동료와의 연대와 협동을 통해 배움의 공동체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또 여러 갈등 상황을 통해 배려와 나눔, 문제해결력을 기르게 된다. 


같은 진로를 계획하고 있는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진로에 대한 진지한 모색을 하기도 한다. 실패를 통해 성장하게 된다.

교사는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학생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희망을 품게 된다. 사람은 서로 다른 개성과 매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믿게 된다. 자신의 편견을 반성하며 아이들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깊어진다. 교사도 더불어 성장한다.

이 모든 말들이 진짜다. 문서 안에서만 존재하는 말이 아니다. ‘앎’과 ‘삶’이 만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진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통합기행을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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