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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Jun 01. 2017

'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 를 읽고

휴~ 休 / 권재우_청운초 교사


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 표지

#1. 당신의 수업은 안녕하신가요?

몇 해 전 일이다. 학년 연구실에서 선배 교사가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


아무 말 없이 울고만 있던 선배 교사의 축 쳐진 어깨가 한참을 들썩였다. 유난히 말썽부리던 녀석들로 가득했던 그 학년, 특히 그 교실은 아무도 가려하지 않았다. 섶을 지고 불에 들어가려는 무모함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서로 잘 알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고 그 고요함을 깬 것은 선배였다.

“제가 할께요.”

학부모님과 주위 선생님들로 부터 칭찬이 끊이지 않았던 선배, 만약 내 아이가 학교에 다닌다면 꼭 담임을 맡아주었으면 하던 그 사람이 그 반을 맡겠다고 했을 때 참 다행이다 싶었다. 정말 저런 교실은 모두에게 인정받는 베테랑 선배가 맡아야 한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선배가 한 시간 넘게 울고 있었다. 그날 더 이상 묻지 못한 체 나중에 그 이유를 듣게 되었다.

“수업이 안 돼.”

선배는 수업 때문에 울고 있었다. 직업인으로 수업이 아니라 공감과 소통하는 수업을 준비했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어르고 달래고 해도 안 되었고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매를 들었단다. 매의 효과는 무섭고 놀라웠다. 매를 든 순간 바로 변화는 아이들을 보며 이게 뭔가?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말을 했다.

“수업 시간에 매를 들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찾는 내가 싫어.”

선배에게 있어 수업은 교사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자 자존감이었다. 무너지는 수업을 지키고자 매를 들었고, 그 이유로 힘들어했다. 늦어진 진도를 빼기 위해 문제 풀이와 요약으로 수업을 대신하는 자신의 모습에 힘들어 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2. 나에게 있어 수업은....

 교사에게 있어 수업은 무엇일까? 선배에게 있어 수업은 자존감이었다. 또 어떤 이에게는 진도를 위한 시간 이상, 이하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수업을 두고 한 사람은 '존재'를 다른 이는 ‘작업 시간’으로 여기는 셈이다.

그렇다면 내게 있어 수업은 어떤 의미일까? 교직 15년차이지만 수업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겁 없던 초임 시절에는 명징했다. 좋은 연수와 내용을 받은 후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학기 정도 내 수업은 ‘협동학습, 놀이, 글쓰기, 프레네, 발도로프, 배움의 공동체….’ 이런 식으로 정의 내려졌다. 철학과 가치보단 기법과 내용에 눈이 먼저 가던 때였다.

지금 내게 수업이란 무엇인가? 이렇게 물어본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까? 고백하건데 아직도 어렵다. 그리고 두렵다. 10년 이상 한 우물을 팠는데 나만 엄한 흙구덩이만 판 것이 아닐까? 라는 두려움이 크다. 흔히 학교의 꽃이 수업이라고 하는데 나는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일까? 삶을 가꾸자고 말만 거창하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걱정 때문이다.

교사는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수업을 보아야 할지 고민이 될 때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을 통해서 그 해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3. 첫 인상

 이 책의 저자 김태현 선생님은 전작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를 쓴 교육계의 유명인이다. 이 책으로 혁신학교 초창기에 ‘수업 친구’ 만들기 활동을 했던 기억이 있다. 두 번째 책 ‘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는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고 서로 위로하는 수업 성찰’이라는 작은 제목이 곁들어져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책의 표지다. ‘카루스, Balcony Room with a View of the Boy of Napels’의 그림으로 저 멀리 바다 풍경이 보이는 발코니 창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138페이지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잠시 마음의 창문을 열고, 내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세상을 향해 열려진 창문인 듯 보이지만 저자는 자기 마음과 연결되는 길로 본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은 그림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왜 저자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엮어 갈까? 예술은 해석여지가 있다.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창작자의 숨은 이야기와 맥락과 그것을 바라보는 주체로서 나의 이야기와 경험이 만나는 것이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주제의식의 중요성을 글로써 보여주는 셈이다. 


여기에 저자의 잊고 싶거나, 피하고 싶은,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있다. 고등학교 때 동급생에게 폭행당한 이야기, 집안의 어려움, 교사로서의 실수 등 마치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이런 솔직함과 그림에 대한 안목은 책에 금방 빠져들게 한다. 또 글의 끝에 성찰해보고 함께 나눌만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섬세함이 책과 대화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4. 마음에 담아두기

 1. 수업의 본질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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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수업은 땅끝이다
나. 수업은 성장이다.
다. 수업은 고통이다
라. 수업은 자존이다.
마. 수업은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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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의 본질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사 스스로가 끝까지 도달해야 한다. 자신의 한계가 무엇인지 알아야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것이라 자라고, 성장하고, 흔들리기에 ‘마음을 편안히 먹고 천천히 가야 한다.(39)’ 수업을 통해 자신을 만나고, 타인을 이해하고, 세계와 만나는 전인격적인 앎이 내 수업 속에 있기(44) 위해 성장통을 인내해야 한다.


 2. 삶에서 감정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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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감정과 만나다
나. 완벽주의와 만나다
다. 무기력과 만나다
라. 외로움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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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감정 노동자다. 속으로는 썩어 문드러진 감정을 숨긴 채 수업과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삶을 살기 위해 ‘감정’과 ‘욕구’의 알아차림은 필수적이다. 이드와 슈퍼에고 사이에서 진정한 에고를 찾아갈 필요가 있다. 저자는 ‘제 3의 눈’으로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기를 주문한다. 또 지나치게 완벽해지려 애쓰지 않기를 권한다. 그리고 홀로 남겨지는 외로움에 의연해지라 말한다.

3. 삶에서 내 신념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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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주제 의식을 찾다
나. 기억에 말을 걸다
다. 아픔과 만나다
라. 기쁨과 만나다
마. 사람과 만나다
바. 신념을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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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자기만의 교육철학이 있어야 한다. 교과서를 학생에게 잘 전달하는 작은 역할에 머물기 보단 적극적으로 자신의 뜻과 방법이 담긴 주체적인 수업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삶은 진행형이고, 교과서는 과거형이기에 교사의 역할은 앞으로 나가는 학생들에게 맞게 교과서를 변형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신념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저자는 내 삶 속의 ‘기억’과 ‘아픔’, ‘기쁨’을 만나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과 만나길 권한다.

 4. 삶에서 내 창조성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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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창조는 용기다
나. 창조는 시선이다.
다. 창조는 자연이다.
라. 창조는 예술이다
마. 창조는 연결이다
바. 창조는 고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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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김정운의 에디톨로지가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이야기의 핵심은 이렇다. ‘무에서 유로 만드는 완벽한 창조란 거의 없다. 기존에 있는 것을 서로 연결하여 (맥락을) 새롭게 하는 것이 창조다.’수업 역시 마찬가지다. 창조적인 수업이란 존재하지 않던 것을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을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롭고 낯설게 볼 때 가능하다. 저자는 예술교육과 자연, 홀로 있기를 통해 이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많은 혁신학교에서 번져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과 생태교육, 여유 있는 아침과 연결된다.

5. 삶에서 공동체와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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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교사에게 위로를 건네다
나. 수업에서 서로 위로하다
다. 공동체에서 서로 위로하다
라. 삶에서 나의 길을 다시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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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회적 존재다. 타인과의 대화와 만남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교사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교사들과 삶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자존감을 얻는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고, 교사의 질은 동료교사와의 관계의 질을 통해서 만들어 진다. 혁신학교에서 말하는 학습 공동체의 시작은 동료 교사와의 일상적인 만남에서 이루어진다.

#5. 이런 교사에게 권합니다.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세바시 김창옥 교수, 강연 장면


세바시 김창옥 교수의 유명한 강연 중 내용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했다. 내 삶은 이렇게 힘든데 주위에는 행복한 교사들만 보였다. 나만 멈춰있고 다른 이들은 저 멀리 앞선 것 같은 느낌에 한동안 힘들어 했다. 행정 조직의 말단 공무원이 아닌 제대로 ‘교사’로 존재 하려 애쓰지만 마음만큼 쉽지 않았다. 지치고 외롭고 힘들다는 말이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책은 교사들을 위로하고 있다.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고 다독이고 있다. 수업을 하면 할수록 소외되는 선생님, 잘 살고 있는지 흔들려 마음 아픈 선생님, 새로운 수업을 찾고자 하는 선생님, 함께 수업을 개선하고자 애쓰는 선생님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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