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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Jun 01. 2017

그래도 희망과 설렘을 갖고 싶다

교사*수다 / 000교사

 새 학교로 옮긴다는 것은 공립학교 교사로서 항상 설렘, 기대, 걱정 등 만감이 교차하는 시점이다. 새로운 학생들을 만난다는 것, 새로운 동료를 만난다는 것,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마음 저편에 설렘, 그리고 걱정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전 근무지인 혁신학교로 옮길 때에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동료, 그리고 시스템과 문화를 만난다는 사실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컸었는데, 오히려 이번 학교로 옮길 때에는 교직 생활의 대부분을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근무해서 그런지 걱정보다는 기대와 설렘이 더 컸다.

아무래도 혁신학교에서 배운 학교 혁신과 동료들과의 연대감, 그리고 학생들과의 따뜻한 관계 맺기 등을 새로운 학교에서 실천해보겠다는 다짐을 했던 터라 더 그러했으리라. 하지만 새 학교에서 그러한 마음가짐과 설렘과는 다르게 나는 여전히 낯설음만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그냥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은 느낌, 고향이 아닌 타지에 있는 이 느낌이 내 온몸을 휘감고 있는 중이다.  


첫 시작은 교문에서부터였다. 학년 생활지도를 맡은지라 교문에서 학생들의 아침 맞이를 하게 되었다. 학교생활의 시작인 교문에서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할 생각을 하니 내심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다가도 복장과 화장을 한 학생이 있다 싶으면 학생부 선생님들과 학생자치회 바른생활부원들은 열심히 체크하고 지적을 하고 있다.


말로는 학생들에게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지만 지적받은 학생들은 왠지 좋은 아침은 어려울 듯 싶다. 더 놀라운 것은 지적받은 학생들은 억울하지만 너무 당연하다는 듯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무실로 와서 학생생활규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용의복장, 두발, 화장 등에 대한 규제가 아주 자세히 적혀 있었다. 흔히 말하는 규정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규정 자체가 교사와 학생들 간의 따뜻한 관계 맺기와는 전혀 동떨어져 있다면 개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학교의 질서를 위해서는 너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들어가면 학생들은 불평불만이 많다. 그렇지만 바뀌는 것은 전혀 없다. 아무래도 서로 이 부분에 대해서 얘기할 의도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 심지어는 여학생 화장을 못하도록 마스크를 쓰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지 못하면 감기가 심해진다고 하는 이유인데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 마스크마저 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로는 너무 빈약하다. 


당당하게 얼굴을 들고 다녀야 할 나이에 오히려 얼굴을 감추고 싶게 만드는 이 상황에 대해 교사들과 학생들 간의 서로 한번 쯤 얘기를 하기는 어려운 것일까? 도대체 교사와 학생들의 신뢰하는 관계가 중요한지, 마스크를 쓰거나 화장을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지 모르겠다. 이 상황에서 나는 오늘도 힘든 마음만을 안고 매주 한 번씩 여전히 교문에서 학생들에게 의미 없는 아침 맞이를 하고 있다.  



한편, 여기 학교는 교사의 학생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교사들과 행정실, 그리고 조리실과 얼굴을 붉히는 일이 많은 편이다. 특히, 얼마 전에는 재학증명서나 기타 학생 관계 민원서류와 관련된 업무가 어느 순간 담임교사의 업무로 내려왔다. 그것도 교사와 행정실과의 일말의 상의도 없이 말 그대로 '그냥’ 관리자에 의해 지시사항으로 내려온 것이다. 


물론, 운동부 학생들의 대회 출전이 많아 각종 학생 민원서류 발급이 많은 상황이라고 하지만 서로 간의 양해나 말도 없이 ‘그냥 너희 업무니까’ 하라고 하는 것은 서로 간의 불신과 불만을 심화시킬 뿐이다. 


교사가 학교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은 학생들과의 관계, 교직원들과의 관계, 그리고 동료교사와의 관계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우리 학교의 이러한 상황들이 서로의 공동체 문화를 저해하고 결국 사소한 일들조차 구성원 간의 마찰과 불만으로 치닫게 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모든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은 서로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이러한 관계를 개선할 무언가도 시작하기 어렵다. 서로 논의할 수 있는 토론의 장도 없을뿐더러 2주에 있는 일방적 전달식 직원회의가 동료교사와 만나는 전부일 뿐이고, 행정실 직원과 조리실 직원은 학교의 어떤 행사도 함께 참여하지 않는다. 철저히 배제되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고등학교이다 보니 생기부에 기록될 만한 프로그램은 있지만 학생들과 교사와 함께 관계를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은 전혀 없다. 따뜻한 아침 맞이나 특색 있는 아침 조회시간, 친구 사랑 주간이나 프리허그데이 그리고 학생과 교사가 만들어가는 현장체험학습 등이 전무한 상황에서 교사 개인이 학생들과의 관계를 맺고 오롯이 교사 개인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교사는 더더욱 지칠 수밖에 없다. 동료교사와의 관계맺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 생활지도와 수업 등을 혼자 해결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본인의 능력으로 비춰지고 서로 비교되는 것은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각 부서의 업무들은 교사가 상담과 수업연구에 집중하도록 간편화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아닌, 누가 잘못했는지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상황으로 만들어져 쓸데없는 절차들이 많아 교사들 사이에서도 원성이 잦다. 이러한 것에 대한 서로의 논의의 자리가 없으니 당연히 각 부서는 자신들이 해 온 관례대로 처리하거나 규정에 입각한 절차들을 하나하나 만들뿐이다.

이 학교에 와서 매일 이러한 고민과 관계의 힘듦의 연속이다 보니 오히려 담임으로서 학생들에 대한 고민,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일반 고등학교에서 계속 근무했다면 이러한 모습들이 당연하게 다가왔을텐데, 학교 혁신을 경험한 입장에서 딱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곧 있으면 스승의 날 이다. 시청각실에서 학생자치회 학생들이 교사에게 꽃도 달아주고 공연도 한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들은 학급에서 반 학생들과 이 학교 교사가 아닌 것처럼 방송으로 시청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행사일까? 오늘도 전체 메시지를 날리거나 직원회의 때 일어나서 이러한 학교 문제에 대해 외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하지만 예전의 버럭 교사가 이러한 학교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에 있어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또 다른 동료교사와 관리자들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 수 있음을 알기에 조금 더 지켜보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야겠다. 


내가 지내 온 혁신학교에서는 공동체 구성원 간의 소통을 위해 토론과 협의 문화는 필수적이었다. 누가 우위에 있어 시키는 것이 아닌 관리자, 교사, 학생 모두가 동등한 학교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자기 의견을 낼 수 있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끊임없이 토론과 협의를 통해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였다. 그 모든 것들이 우리 학교에서는 아직 힘든가보다. 스승의 날 나는 교실에서 반 학생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련다. 시청각실에서 그들만의 스승의 날 행사가 진행될 동안....  



당분간은 힘들겠지만 앞으로 우리 학교에서 공동체 구성원이 서로 고민하고 함께 얘기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가는 시도를 하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다짐과 조그만 실천들이 우리 학교의 변화의 첫걸음이 되길 희망 해보고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많이 만나길 기대하면서 오늘도 아웃사이더로서 힘든 학교생활을 하루하루 버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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