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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Sep 05. 2017

어느 덧 47살!

교사*사유 / 양동준_교사 혁신교육지원센터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 교사의 눈으로 본 혁신학교 정책과 방향 -



 이 글은 우리 모두의 생각일 수도 있고, 몇몇의 생각일 수도 있다.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 보태졌다. 어떤 뛰어난 사람이 방향을 제시하고 그것을 따르는 흐름 보다는 학교 안 교직원들끼리, 학교끼리, 학교와 교육청이 함께 가야 재밌고 즐겁게 더 멀리 갈 수 있다. 일단 같이 떠나 보자. 같이 가다보면 누가 손을 내밀어도 주고 끌어주기도 하겠지. - 양동이 생각



1. 우리는 8년 동안 굉장한 일을 해냈다!

 혁신학교 정책이 시작된 지 8년이다. 교사들도 여덟 살을 더 먹었다. 서른아홉 살은 마흔 일곱 살이 되었다. 경험이 풍부한 교사 중 일부는 교장이 되었다.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혁신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은 연구실행자였다. 학교 안에서 학습공동체를 꾸리고 함께 교육 담론을 이야기하고, 실천 과정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지금도 이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학교 민주주의 실현과 학생 중심 수업이 우리가 실현해야 하는 과제 같은 것이다. 이 학교들은 방향성만 같을 뿐 그 모습은 무한하다. 주체들의 상황이 각각 다른 맥락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각종 법과 제도로 통제된 학교에서 획기적인 실험학교를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혁신학교들은 구성원의 자율이 존중되는 빛깔 있는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민주적 학교운영체제, 윤리적 생활공동체, 전문적 학습공동체, 창의적 교육과정은 교사들의 실천 결과물이다. 이러한 결과물들은 학교 내부 리더들의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방향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등대 역할로 충분했고, 아직도 유효하다. ‘혁신학교라면 이 정도는 갖춰야지.’ 하는 인식을 학교에 심어주었고, 학교들은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학교 상황에 맞게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리고 학교들이 어느 정도는 민주적인 학교 문화, 공동체성 강화, 교사의 책무성 제고, 교육과정의 다양성 모색, 학생 중심 수업 등의 인식 개선이 있었다고 본다. 교사들의 운동적 관점과 실천이 학교교육의 다양화에 기여했다.

 혁신학교 8년. 초기 신념 있는 교사들의 선도적인 노력은 학교에서 수평적 협의 문화의 안착으로 발전되어 가고 있다. 협의회 과정 안에서의 직접적인 참여보다는 교사들의 협의 결과만을 지지하는 것을 민주적 자치로 오해 하던 일부 수동적인 교장들도, 교사들과의 수평적 관계 맺기를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모습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 중이다. 혁신학교의 성과의 강약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교육청도 지역별 혁신학교 네트워크와 함께 아래로부터의 변화와 협력적인 성장을 존중하는 풍토로 변해 가고 있다. 8년의 과정에서 이러한 새로운 경험들은 교사의 자존감과 정체성 향상에 기여했다. 8년의 시공간에서 보면 엄청난 성과다.


2. 우리는 함께 가고 있는가?

 교사들의 정체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현장 교사들은 학교 안 개혁 운동의 관점을 갖고 연구실행자의 교사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금 지역 단위 혁신교육실천연구회나 혁신학교 네트워크 모임들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현장 중심의 바람직한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교육청 내의 담론을 형성하거나 그들에게 정책을 제안하는 힘은 여전히 약하다. 교육청 또한 정책을 세울 때 현장에 의견을 묻지 않고, 일부 교장이 되려는 사람들이 현장 정서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새로운 학교 운동 관점과 혁신학교에서의 삶을 겹쳐 사는 우리가 거시적, 총체적 관점으로 사유하지 않으면 흔들릴 수도 있다. 특히 지역별로, 혹은 성향에 따라 활동하는 교사들의 개별화, 고립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유가 무엇이든 각자도생의 길은 위험하다. 함께 가고 손을 내밀어 사람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지역 안에서 교원의 자생성 강화를 위해 느슨한 연대를 해 나가고 있는 점은 다소 위안이다. 교사들이 각자 필요한 욕구에 따라 지역 내 혁신관련 모임이나 연수에 간헐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한 발짝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교사 중 일부는 혁신학교 운동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관점으로 일해 왔는가, 교육청에 동원되었는가?’를 묻는다. 내부에서 논의해 볼 만하다. 또 우리가 교육청보다 사유가 깊은가, 교육청보다 높은 수준의 정책 제시를 할 수 있는가 등의 성찰적 대화도 필요하다.


3. 혁신학교는 어떻게 가야 할까?


 혁신학교는 4년 혹은 8년을 거쳐 그동안의 노력들이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축적된 교육력으로 그 가치를 평가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 수 만큼, 더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남는다. 기존의 방식을 넘어서야 하지만 그런 상상력이 우리나 정책기획자들이나 제한적이다. 법,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혁신학교는 ‘방향성과 질 관리’가 핵심이다. 지금이 좋은 기회다. 4대 중점 과제를 넘어서 학교자치와 자율을 존중하는 방식이면 어떨까 싶다. 상은 없다. 그 상은 현장의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학교 자치의 상을 만들고 제시해야 한다. 학교자치가 있는 곳에서 구성원의 역할, 공동체 관점, 교육과정과 수업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을지 상상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 전반에 대한 앞으로의 지형은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표준화된 교육과정운영 속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란 여전히 힘든 구조이다. 일부 혁신을 선도 했던 혁신학교 안에서는 “이제 할 만한 것은 다 해 봤다.” 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정말 그럴까? 예를 들어, 학력의 개념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생각하는 학력은 학력(學歷)인가? 학력(學力)인가?

 ‘학력’의 개념을 지식과 더불어 호기심, 끈기, 배려, 협력, 공감태도까지 확장해서 이해한다고 가정해 보자. 우린 8년 동안 학생의 자존감과 정체성 함양, 비판적 사고력 향상, 지적 호기심 증대 등에 기여했을까 하는 질문들을 우리에게도 해야 한다. 혁신학교의 심화 관점에서 우리의 노력이 학생의 ‘학력’ 향상에 기여했는가 되돌아 봐야 한다.

 
 혁신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삶의 기회를 같이 만들어 가는 곳이어야 한다. 교육과정과 수업 시수 등이 법으로 통제되어 있고, 순환 인사시스템이 갖고 있는 한계 속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지만 말이다.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상으로만 남길 수는 없다.


4. 2017 하반기 이후는 어떻게 될까?



 현 정부의 ‘혁신학교의 전국적 확대’가 학교혁신, 혹은 혁신학교 관점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학교혁신을 메뉴얼적 관점이 아니라 교육을 개선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의지가 담긴 운동적 관점이 더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현 정부 체제는 학교가 민주화 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관료시스템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개혁을 지원하는 여건이 조성된다 한 들, 교사들의 자발적인 개선의지를 바탕으로 한 운동적 성격을 지니지 않는 다면 교사편의주의로 빠질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앞으로 초•중등교육이 도교육청으로 이양되는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장학사 선발이나 인사권 등이 시도교육청에 위임된다면 제도의 개선이 학교의 변화에 크게 기여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기도 한다. 진보도, 보수도 목소리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또 교육 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 논의도 나올 것이다. 대비하지 않으면 본질이 왜곡되어 교육이 수단화, 대상화되어 버릴 수 있다. 학교의 민주성, 자발성, 협력적 전문성 등이 존중된 학교 자치 기풍을 어떻게 만들고 안착시킬까 하는 기대와 염려가 있다. 또 학교변화의 핵심 중 하나가 교원 역량을 키우는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지원할지도 눈여겨 볼만하다. 또 시도교육청이 얼마나 지원풍토로 바뀔지도 지켜볼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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