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톡 / 구자혜_대덕초 교사
혁신교육을 알고 싶은데 어디에서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선생님, 혁신학교를 떠나고 혁신학교 문화가 너무 그리운 선생님, 함께 혁신학교를 만들어 가고 싶은 선생님, 혁신교육에 푹 빠진 선생님, 그냥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선생님...
각기 다른 이유지만 혁신교육이라는 키워드 하나를 향해 모인 안성혁신교육실천연구회이다. 우리 연구회는 혁신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어느 시점에서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열린 모임이다. 연구회의 질적 심화에 대한 염려와 어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혁신교육에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는 선생님들을 만나는 즐거움으로 힘을 얻기도 한다.
안성 혁신교육실천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어나가며 이제 겨우 우리만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이야기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세 가지 주제로 [#1. 함께 길을 찾다]에서는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연구회 모습을 소개하고, [#2. 서로에게 길을 묻다]에서는 그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마지막으로 [#3. 길잡이 별을 보다]에서는 앞으로 우리 연구회가 나아갈 모습에 대한 고민을 풀어보려고 한다.
우리 연구회의 이야기가 내부에는 성찰의 힘이 되고, 외부에는 함께 고민을 나누고 도울 수 있는 동반성장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1. 함께 길을 찾다
서로 몸을 부대끼며 신나게 웃고 가끔은 숨이 차서 헐떡이기도 하는 마음열기에 이어서 연구회원 개인의 이야기를 꺼내는 “학교를 바꾸는 시간 15분”이 진행된다. 개인 삶 속에 공존하는 세상의 모습을 통해 서로를 좀 더 알아가기도 하고, 개인의 교육적 고민을 통해 함께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주제들도 다양하고 자신의 삶을 꺼내는 진정성에 15분이라는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만큼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학.바.시!! 2부에서는 분임별 공동연구주제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된다.
분임은 혁신학교 4대과제로 나누고 분임장을 중심으로 공동연구주제를 선정하여 실행연구를 하고 있다. 분임에 따라서 관련 도서를 읽고 토론을 하거나, 안성지역 혁신학교를 분석하기도 하고, 실천과제를 정하여 실천한 사례를 나누기도 한다.
80분 동안 분임별 협의를 하고 진행한 내용을 서로 공유하면서 연구회를 마무리 한다. 분임활동을 통해 깊이 있게 실천하면서 연구회의 큰 틀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것이다.
공식적인 연구회 자리는 여기까지이며, 저녁 6시 전에 모두 끝나도록 한다. 그리고 사적으로 더 깊~게 친해지는 저녁식사와 딥토크 시간으로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다. 1부에서 전체와 개인의 삶의 조화가, 2부에서는 분임별 전문적 연구가 진행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운영방식은 첫 모임에서 연구회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정해졌기에 모두가 함께 참여하며 만들어 가고 있다.
#2. 서로에게 길을 묻다
연구회 초기에는 혁신교육 일반화를 위한 저변 확대에 집중하다 보니, 연수위주로 진행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 선생님들이 관심 갖거나 필요로 하는 연수와 특강을 기획하고 연구회원뿐 아니라 관내 희망교사를 대상으로 운영하다 보니 연구회원만의 결속력을 다지거나 깊이 있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연구회원의 수는 많았지만 연구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보다는 관심 있는 강의나 연수에만 간헐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연구회 역량의 중심이 되어줄 선배교사들의 활동범위가 지역 밖으로 확장되면서 사람이 보이지 않는 연구회가 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겨울, 마음이 맞는 선생님 몇 분과 책모임을 하기로 했다. 두 명이든 세 명이든 매주 꾸준히 모임을 갖고 교육학 고전을 같이 읽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1,2월을 보내며 연구회의 모습도 같이 그려가고, 또 그렇게 모인 최소인원으로만 연구회를 꾸려 가보자는 생각이었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교육학 고전읽기 책모임을 안내하니 10여분의 선생님들이 신청을 하였다. 사실 놀라웠다. 겨울 방학에 그것도 매주 평일 저녁시간에 모인다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자발적으로 참여를 희망하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교사로서 내면의 성장 욕구가 느껴졌고, 어렵지만 함께 시작해볼 수 있겠다는 희망도 보였다.
우리는 8주동안 [한국교육론], [코메니우스 대교수학], [존듀이 경험과 교육], [브루너 교육의 원리]까지 4권의 고전을 읽으며 긴 겨울을 함께 보냈다.
그리고 다시 봄. 새롭게 시작하는 연구회에는 연구회원 수만큼의 사람이 보였다. 함께 방향을 이야기할 동료가 보였다. 우리 혁신연구회가 개인의 성장과 배움의 자기만족에서 더 나아가 지역의 혁신교육을 위해 기여하고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분임장들의 책무성과 혁신교육에 대한 애정, 그리고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개인의 고민이 함께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는 연구회를 시작하면서 연구회원의 역량강화를 위한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을 운영하였다. 실습 과정에서 ‘2017 연구회 활동’을 주제로 퍼실리테이션을 하면서 함께 해보고 싶은 활동을 이야기하고 담당자 배정을 하게 되어, 실제 연구회에서 공부(독서동아리), 관계맺기(아이스브레이킹), 술자리 토론(회식) 세 영역이 담당자에 의해 안정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다.
#3. 길잡이 별을 보다
혁신학교 현장 모니터링을 다니면서 제일 아쉬운 점은 현재의 안정된 운영을 위해 힘을 쏟느라 이후에 대한 대비, 즉 지속가능성이나 한 단계 더 나아가는 로드맵 만들기를 위한 고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올해 연구회 운영보다 이후 연구회의 모습과 방향에 대해 더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현재의 안정적 운영은 우리 모두의 몫이고 미래의 방향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은 리더들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연구회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혼자 또는 소수 몇몇이 모든 일을 할 때가 있었다. 일을 할 사람이 없어서 몇몇이 하다 보니 소수가 모든 일을 담당하고 있고 결국 일할 사람은 만들어지지 않고 소속감이나 자발성이 나올 수 없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올해 연구회의 목표는 연구회가 소수의 열정과 헌신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닌 안정적 시스템으로 다수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드러나고 그 사람들에게 역할이 주어지고, 그 역할을 통한 성취가 또 다른 동기가 되고 결국 연구회의 주체로 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분임장을 중심으로 공동실행연구를 하는 분임 방식을 유지하면서, 각 분임이 관계와 연구에 있어 깊이가 깊어지면 분임장 중심으로 자생력을 갖고 밀도 있는 또 하나의 탄탄한 독립된 연구조직으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한다. 지역에서 이러한 작은 연구회들이 정기적으로 결합하여 연구 성과를 나누고 혁신교육의 방향과 흐름을 만들어 가는 모습으로 안성혁신교육실천연구회의 로드맵을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