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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Sep 05. 2017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기원을 찾아서

정책*사람 / 정바울 _서울교육대학교 교수

최근 현장에서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다양한 이름과 형태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접근을 각자 자신들의 지역 특성에 맞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교육부에서도 이러한 전문적 학습공동체 접근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부터 특별교부금을 편성하여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뜨거운 관심과 다양한 실천을 볼 때 가히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실천이 확산되고 그 의미도 확장되기도 하지만 전문적학습공동체를 둘러싼 실천의 다양한 지형과 의미의 광범위한 스펙트럼 속에서 개념적, 실천적 혼란이 초래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개념적, 실천적 혼란에 대한 하나의 나침반과 같은 안내는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기원을 탐색하는 과정으로부터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라는 아이디어가 처음 유래된 곳을 추적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 전개 과정 속에서 현재의 좌표와 향후 궤도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짧은 글에서는 전문적 학습공동체라는 아이디어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착상되게 된 맥락을 짚어보고, 이것이 우리나라의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주는 시사점을 간략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무엇인가의 기원을 찾으려 하는 한 가지 이유는 그 기원이 흔히 알려진 기원 혹은 원조가 아닌 진짜 ‘기원’을 찾으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이미 뻔한 기원을 굳이 새롭게 찾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그리브스와 오코너(2017)는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기원에 대한 논문에서 전문적 학습공동체라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구안해 낸 이는 1975년에 ‘교직과 교사’라는 기념비적인 저서를 낸 시카고대학 교수인 로티라고 소개합니다. 이는 흔히 전문적 학습 공동체라는 아이디어를 널리 퍼지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그래서 원조라고 이해되곤 하는 두포어와 호드를 시기적으로 한 10년쯤 앞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티는 ‘교직과 교사’라는 연구를 통해 교직사회에는 개인주의, 현재주의 그리고 보수주의라는 고유하면서 독특한 문화가 삼위일체와 같이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개인주의란 기본적으로 교사들은 동료들로부터 고립된 채 혼자 일하는 특성을 의미합니다. 현재주의란 교사들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곳’으로 ‘오늘 수업’과 ‘내일 수업’을 중시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보수주의란 교사들은 학교 또는 정책 차원의 변화나 개선보다는 자신들의 학급 그리고 수업을 잘 담당하려는 데 치중하려는 성향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에서 로티는 이러한 세 가지 교직문화 가운데 개인주의가 가장 지배적인 특징이라고 분석하고, 개인주의를 보다 협력적인 문화로 바꿀 수 있다면 교사들의 교육 실천 및 학교 운영의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즉, 로티는 교사들의 개인주의가 줄어든다면, 보수주의가 동반하여 감소하게 되어 학교의 변화가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로티의 생각은 80년대 중반과 90년대 초반에 걸쳐 실증적 연구를 통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이러한 연구가 축적되면서 전략적 프로그램으로 체계화한 것이 바로 전문적 학습공동체입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대한 기원에 대한 이해는 해답보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새로운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초기에 전문적 학습공동체라는 아이디어를 개발한 로티는 왜 하필 개인주의에 주목했을까요? 당시에 교직의 개인주의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였을까요? 그래서 개인주의라는 거대한 장애물에만 주목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현재주의와 보수주의는? 왜 애초에 현재주의와 보수주의를 먼저 감소해 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요? 로티는 개인주의가 줄어들면 보수주의가 감소한다고 했는데, 과연 보수주의가 감소할까요? 설령 그렇다고 한다면, 개인주의가 줄어들어 보수주의가 감소한다고 할 때, 그렇다면 현재주의는 어떻게 될까요? 현재주의도 감소하나요? 이러한 질문들을 제기하는 것은 우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실천을 조명하는 데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한 가지는 전문적 학습공동체 실천과 관련하여 개인주의의 극복 또는 협력 그 자체만을 맹목적으로 추진하기보다 현재주의의 측면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주의 극복에만 치중한 채 현재주의를 놓칠 때, 자칫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단기간의 실적과 성과를 올리거나 당장 시급한 문제 해결을 위해 빨리 모였다 바로 흩어지는 회전문 공동체로 굴절하게 되는 것을 간과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한편, 교사들의 개인주의를 감소시키기 위해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연수 학점을 따기 위한 수단 또는 학교 평가를 위한 하위 지표라는 형태로 관료적, 정책적으로 추진될 때,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바람이 불 때만 돌아가는 풍차” 보수적 공동체로 변형될 수 있습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기원은 교직사회의 만성적 개인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 착상된 이래 줄곧 개인주의의 극복에 천착한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향후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보다 나은 실천을 위해서는 그간 가려져왔던 현재주의와 보수주의 문화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해 줍니다. 더 나아가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원형을 새롭게 창조하기 위한 시사점도 제공해 줍니다. 현재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전문적 학습공동체, 보수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모습들이 그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어쩌면 이제 본격적으로 르네상스에 접어들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진 출처 : 참쌤의 비주얼씽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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