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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Apr 14. 2022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나는 아이를 낳고 일을 그만두었다. 산후조리를 마치고 나면 당연히 일을 다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가 너무 약해서 백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부터 입원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 후로 일은 하다 말다를 반복했다. 아이 상태가 좀 괜찮아지면 일을 하다가 아이가 아프면 또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그러니 계획을 세울 수도 없고 앞날이 캄캄했다. 주말부부였기에 아이를 돌보는 것은 오롯이 혼자서 하게 되었고, 아이가 아프면 응급실로 달려가기 위해 입원 가방을 싸서 문 앞에 놓아두고 불안한 밤을 보내는 일이 잦았다.


일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으나 부득이하게 나는 집안 살림만을 담당한다. 예전엔 살림과 일 혹은 공부를 병행했고 그러다 보니 건강이 상당히 나빠졌다. 모든 일들이 뜻대로 잘 되지 않았고 몸과 마음이 점점 더 힘들어졌다. 그러다가 미니멀리즘을 알게 되었다. 복잡한 집안을 정리하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생겼다. 현재의 내 생활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나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일정한 수입이 없기 때문에 자칫 주눅이 들기 쉽다. 아직도 남들 앞에선 크게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지 못하는 듯하다. 여전히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일을 낮추어 생각하기도 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만큼 힘들고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이기에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요리를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아 매끼 밥을 차리는 것이 싫어서 누가 해주는 밥이 그리울 때가 있다. 정리하는 건 좋아하는 편인데 물건의 양이 많으면 정리도 다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성실하게 한다. 그 일들은 끊임없이 나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중요하게 만든다. 집에서 주로 생활하는 ‘집 생활자’인 나는 주로 루틴에 맞추어 평범하면서도 부지런하게 집안 살림을 하고 있다. 매일 식사와 설거지를 책임지고 빨래, 청소, 정리정돈을 기본으로 깔끔한 집 상태를 유지한다. 가끔은 욕실 청소, 현관 청소, 베란다 청소를 하는 날들도 있다. 먼지를 제거하고, 침구를 세탁하면서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집안일이 귀찮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깨끗하게 정돈된 공간을 보며 힐링을 하게 되었다.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오히려 집안일이 줄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꿈을 키운다. 묵묵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을 큰 행운이라 여긴다. 화려해 보이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때를 기다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그냥 해 나간다.


눈에 보이는 큰 성과가 없더라도 꾸준히 할 일들을 하다 보면 나는 성장해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좋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단박에 잡을 수 있도록 천천히 나를 발전시킨다.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기회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알고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하는 힘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욕심내지 않는다


어떤 날에는 아이가 감기에 걸려 등교를 못 하니 비상이 걸린다. 일상이 삐걱거린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 입장이지만 나의 모든 개인적인 활동은 제한이 걸렸다. 새벽 기상이 좋아 아침 일찍 일어나서 미라클모닝을 하고 있었지만 잘 되지 않는다. 남편이 출근을 했지만 아이는 오늘도 나와 집에 있을 것이다.


집에만 있으니 집이 더 어지럽고 소란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일은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축 쳐진다. 아이가 놀아 달라고 하면 놀아주고, 공부도 봐준다. 읽고 싶은 책도 많아 틈틈이 짬을 내어 책도 읽는다. 다만 모든 것이 느리다. 욕심내지 않는다. 밤에 아이가 잠들 때 그냥 같이 자 버린다.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못했던 일들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참는다. 그냥 자는 시간과 누워있는 시간을 늘렸다.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이 없어져 너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나에게는 시련이 끊임없이 닥친다. 그럴 때마다 우울하고 억울해하다가는 진이 다 빠진다. 누구에게나 시련이 있다.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무리하지 않고 내 자리를 지킨다.






뭐라도 한다


나는 성실함을 높게 평가한다. 꾸준하게 무언가 하는 것이 최고다. 대충 하는 것을 싫어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최선을 다했는데 일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방법이 없다.


그럴 수도 있지, 그렇구나…


나는 할 일을 다 했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넘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울해하고 좌절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러니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뭐라도 하면서 살아간다. 무엇인가를 꾸준히 하는 습관이 나를 보듬어 주고 치유해 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면 잠이라도 잔다. 나를 바닥을 끌어내리는 불안감을 떨친다. 힘이 들 때면 뭐라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특히나 내가 찬양하는 방법은 글쓰기와 책 읽기다. 부지런히 쓰고 읽는다. 그러면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러있다.


그렇게 집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잡생각은 사라지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문제’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점점 작아진다. 실패도 고통도 유연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나는 무엇인가를 꾸준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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