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는 것을 좋아한다. 소설책을 많이 보긴 하지만 요즘엔 편향된 책 읽기보다는 나의 작은 지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책은 나를 완전히 몰입하게 하여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는 것이 좋다.
아이가 크게 아파 병원에 오래 입원했었다. 이제 2년이 흘렀다. 아직도 그때의 숨 막히는 병원생활이 잊히질 않는다. 퇴원을 하고도 불안한 마음에 서울의 형님네서 2주를 더 얹혀살다 집으로 돌아왔다. 그 와중에 잠시라도 짬이 나면 책꽂이에 꽂혀있던 책을 보았다. 아이는 약을 먹어 식욕은 도는데 소화기능이 엉망이 되어 밥을 한 번에 많이 먹지 못했다. 하루에 밥을 8번 정도 차려준 것 같다. 먹이고 만지고 달래고 그러면서도 책을 읽었다.
결국 하고 싶었던 일을 못하게 되고 그냥 아픈 아이의 뒷바라지를 기약 없이 하게 되면서 나는 틈만 나면 책을 읽었다. 아이가 배를 만져 달라고 하기 전까지 짧게는 5분, 10분이라도 책을 봤다. 내가 있는 현실이 너무도 힘들어 잊기 위해 책 속 세상으로 도망갔다. 정세랑 작가님의 책을 읽었는데 거기 내 이야기 일지도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
“원래도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읽게 된 것은 우윤이 아팠던 시기와 겹쳤다. 대학병원의 대기 시간은 길었고, 난정은 마음 붙일 곳이 필요했다. 아픈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비명을 지르고 싶어져서, 그러나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성격은 아니어서 머리를 통째로 다른 세계에 담가야만 했다. 끝없이 읽는 것은 난정이 찾은 자기보호법이었다.
우윤이 낫고 나서도 읽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우윤의 병이 재발할까봐, 혹은 다른 나쁜 일들이 딸을 덮칠까봐 긴장을 놓지 못했다. 언제나 뭔가를 쥐어뜯고, 따지고, 몰아붙이고, 먼저 공격하고 싶었다. 대신 책을 읽는 걸 택했다. 소파에 길게 누워 닥치는 대로 읽어가며,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키웠다. 죽을 뻔했다 살아난 아이의 머리카락 아래부터 발가락 사이까지 매일 샅샅이 검사하고 싶은 걸 참기 위해 아이가 아닌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만한 게 없었다.” p. 22-23. 정세랑,『시선으로부터』
나도 그래서일까.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이다. 그냥 너무나도 도망치고 싶어서 책을 붙잡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가득 빌려와서 읽고 또 읽었다.
책 속 세상에 숨다
책에는 정말 많은 세상이 있다. 미니멀라이프와 관련된 주제의 책들을 읽으면 특히 마음이 평온해진다. 『심플하게 산다』, 『심플한 정리법』, 『조그맣게 살거야』 같은 책은 여러 번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새로운 지식을 얻으면 에너지가 마구 차는 느낌이다. 그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지는 않더라도 일상이 단순한 나에게는 크게 다가온다. 『지대넓얕』, 『팩트풀니스』, 『방구석미술관』, 『배드블러드』, 『사피엔스』. 인문, 과학 가리지 않고 다 매력적이다.
에세이를 읽을 때도 작가들의 필력에 감탄하면서 재밌게 읽는다. 『아무튼, 술』, 『여자 둘이 살고있습니다』, 『배움의발견』, 『어린이라는세계』,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어쩜 이리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지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소설은 쉽게 술술 읽히는 편이지만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감동받기도 한다. 『13.67』,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모순』, 『알로하, 나의 엄마들』, 『나의 아름다운 정원』, 『새의 선물』, 『밝은 밤』, 『내가 되는 꿈』. 책 속 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렇게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렇게 내 취향의 책들을 쭉 적고 보니 책이 더 읽고 싶어 진다. 요즘엔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것도 좋아한다. 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으면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문화의 힘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는 만큼 아이도 책벌레다. 부모가 핸드폰만 붙들고 누워 있는 것보다 책을 읽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훨씬 좋은 것을 알고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서 꿈을 키우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우고, 신기해했으면 좋겠다. 아이는 책을 통해 환경에 대해 걱정하고, 약자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문화를 중요시하는 삶은 돈이 중요한 시대에는 소외될지 모른다. 나는 문화를 통해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음악을 듣고, 작품들을 감상한다. 요즘에는 문화행사에 참여하거나 직접 공연을 보지 못해 책 읽는 것으로 대신하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화를 접하면서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문화의 힘은 강한데 내가 누리기에는 장벽이 높지 않고 편안하다. 그래서 내가 책 읽기를 더욱 쉽게 접하고 즐기게 된 것이다. 내가 도서관이 코앞에 있는 집에 살고 싶은 꿈이 있는 것도 바로 그 이유다.
깊어지는 취미생활
책을 읽는 것이 뭐가 그리 좋냐고 한다면 나는 배우는 것이 좋다. 책을 읽고 내가 모르는 것들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이 기분 좋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도 다시 깨닫게 되어 좋다.
점차 나를 알아갈수록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할 수 있다. 그랬더니 책 읽기에 무한한 애정을 쏟게 되었다. 틈만 나면 글을 읽고, 메모를 한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따로 표시하고 기록한다.
책 읽기는 나에게 매일을 살아갈 힘을 주는 멋진 취미생활이다. 무더운 날씨든 비가 오든 상관없다. 나에게 조금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책에 빠져든다.
집에 있는 짐을 많이 줄이자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집안일뿐만이 아니라 걱정 근심을 덜어내면서 그 소중한 시간에 책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취미가 독서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 행복함을 느낀다. 일상에서 잠시 쉬는 시간에 책을 읽는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 되었다. 천천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소소하게 행복을 누리는 삶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