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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Mar 17. 2022

작은 것에 집중하기

일상생활에서 찾아오는 작은 즐거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다. ‘뭐 이런 걸로 행복을 느끼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별것도 아닌 일에 작은 즐거움을 느끼는 삶을 좋아한다.



작은 쉼표


 

예전에는 할 일이 너무 많아 매일 다 하지 못하고 아쉬움이 남았다. 쌓여 있는 일이 감당이 안 되는데 해야 할 일들은 또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 같은 숨 막힘의 연속이었다. 일을 중요도 순으로 정리하고 많은 부분을 덜어냈다. 물론 혼자 사는 삶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중간중간 쉬어 가는 시간이 조금은 있어야 한다.

 

낮잠 자기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기분이 좋다. 배가 터질 듯이 먹고 잠이 오는 경우에는 오히려 자고 일어나면 속이 더부룩해서 낮잠이 오더라도 참는다. 오후에 포근한 이불에 누워 30분 만이라도 단잠을 자고 일어나면 상쾌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기지개 펴기

한창을 웅크리고 무언가 하다가 기지개를 켰을 때 느낌이 좋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살림살이를 정리하다가 찌뿌둥한 몸을 쭉 펴주면 구깃구깃 해졌던 몸이 쭉 펴지면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환기하기

미세먼지가 없이 화창한 날 집안의 창문을 모두 열어 약간은 차가운 바람이 온 집안에 퍼질 때 기분이 좋다. 청소기를 밀고, 약간은 코끝이 시리도록 바람이 통하면 집안에도, 내 마음에도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혼자만의 시간 갖기

너무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어서 피곤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는 꼭 그런 것도 아니지만 아이와 있다 보니 조용히 혼자 보내는 시간은 정말 꿈만 같다. 고요한 시간이 너무 좋아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 따뜻한 물을 한잔 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 동안 나는 많은 것을 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도 한다. 바쁜 일상이 시작하기 전에 잠시라도 조용한 시간을 가지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햇볕 쬐기

외출을 하기 전에 처리할 일들을 적어 놓고 한꺼번에 처리할 만큼 집순이다. ‘한 번 나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면 발걸음이 가볍다. 운동화를 신고, 가벼운 에코백이나 장바구니를 들고 신나게 외출한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 근처를 둘러보는데도 계절이 바뀌어 가는 것도 보고, 꽃구경도 하고, 새로운 상가가 생긴 것도 알게 되고 그렇다. 그냥 날씨가 좋은 날 잠시 나에게도 빛을 주면 마음이 쑥쑥 자라는 것 같다.


빈 통을 씻고 채우기

소분 용기가 유행을 탈 시기에는 뭐든지 나눠 담고 라벨지를 붙이는 일들을 흉내 냈다. 지금은 손목이 아파 사용하기에 무거운 것들만 소분 용기에 덜어 사용한다. 나는 세탁세제, 섬유 유연제, 과탄산, 구연산, 소다, 오일과 양념소스들을 소분하여 사용한다. 가끔은 귀찮아서 조금 남았을 때 또 부어 쓰기도 하지만 끝까지 다 쓰고 나서 빈 용기를 깨끗이 씻어 말린 뒤 내용물을 채우면 기분이 좋다.

 

작은 즐거움들이 모여 큰 즐거움을 만들 필요도 없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나에게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면 그뿐이다.

 










작은 행복

 

미니멀리즘을 알기 전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은 것이 변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바뀌었다고나 할까. 나는 커다란 요행을 바라기보다 작은 행복에 관심을 기울인다.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을 기다리기보다는 매일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되돌아본다. 나에게 있어 작은 행복들이란 별거 없다.


청소를 마치고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을 보면 뿌듯하다. 청소하는 일이 귀찮고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같이 하는 일이지만 또 조금씩 다르다. 어떤 날에는 걸레질이 추가되고, 현관 청소, 창틀 청소 등 매일 청소하는 방식도 바뀐다. 세탁조를 청소하는 날, 레인지 후드 때를 빼는 날… 특별한 날들이 이어진다.


정리된 공간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 엉망인 물건들과 매일 마주하고 있다면 정리할 마음도 들지 않을 것이다. ‘저걸 치워야 하는데’ 하면서 항상 찝찝한 마음일 것이다. 매일같이 청소하고 정리할 곳을 둘러보는 일이 하루 일과가 되었다. 내 마음도 정리되는 것 같다.


세제 냄새를 맡으면 조금 행복해지기도 하다. 독한 세제 냄새와 섬유 유연제가 아니다. 섬유 유연제 자리에 구연산을 녹인 물을 넣어 함께 빨고 건조기를 돌리면 꿉꿉한 냄새가 사라진다. 흰 빨래를 할 때면 과탄산 소다를 뜨거운 물에 녹여 함께 빤다. 햇볕에 말린 바싹한 빨래도 좋고, 건조기로 말린 보송보송한 빨래도 좋다. 은은한 향이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발견했을 때 기쁘다. 어떨 때는 도서 예약도 하고 희망도서도 신청해서 적극적으로 독서에 참여한다. 무심코 빌린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빠져들 때의 기분도 좋다. 책 속에서 많은 감동을 받고 영감을 얻는다. 멋진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고 꿈을 키운다. 다 읽은 책을 앱에 기록하고 다시 반납할 가방에 쌓인 책들을 보면 흐뭇하다. 예약한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 소식이 택배 소식만큼 나를 설레게 한다.


예전에 나는 아이가 읽을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자주 갔지만 내가 읽을 책을 빌릴 시간은 없었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언제나 내 책도 빌려보고 싶었지만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했다. 한가하게 책을 읽을 여유가 없다고 한탄했다.


하지만 새벽 기상을 하고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면서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하지만 시간은 줄어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꼭 시간을 할애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당연히 행복하다.


어떨 땐 매일 두세 권의 책도 읽는다. 하루에 5페이지 정도 읽는 날도 있다. 읽고 싶은 책을 펼칠 수 있다니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맞이하는 작은 행복들이 이런 것이다. 나는 일상 속에서 하염없이 작은 행복들을 마주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매일 찾아오는 행복을 느끼며 매일매일을 감사한다.

 








현재에 마주하는 작은 것들

 

나는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더욱 행복해지기 위해, 부자가 되기 위해, 여유를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나중을 위해 현재를 너무 혹사시키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생각해 본다.


물론 저절로 행복해질 수는 없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돈이 많이 들고,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작고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찾는다. 나는 일상에서 느끼는 만족감을 소중하게 여긴다. 많은 돈을 모으고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는 당장 현재에서 행복한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저 내가 해 오고 있는 작은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하루를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많은 돈이 요구되지 않는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행복하기 위해서 나는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한다. 은퇴 후, 돈을 많이 번 후에 행복해지는 것을 상상하지 않는다. 굳이 멀리 있는 행복을 좇으며 살 필요는 없다. 현재를 위해 작은 실천들을 반복하고 만족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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