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깜깜한 방에서 눈을 뜬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벌떡 일어난다. 커피포트에서 너무 뜨겁지 않을 온도로 물을 끓여 한잔 가지고 방으로 간다. 너무 춥지 않은 날엔 창문을 열어 잠시 새벽 공기를 들이마신다. 천천히 전해오는 맑은 느낌이 좋다.
알람을 맞추지 않는다
새벽에 눈이 쉽게 떠진 날이 좋다. 그런 날에는 마치 행운을 잡을 것처럼 얼른 일어난다. 알람을 맞추지 않고 기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시간이 매일 다르다. 어떤 사람들을 매일 같은 시간에 알아서 눈이 떠지기도 한다는데 나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새벽 2, 3시에 잠이 깬 날은 아쉽게도 새벽 기상을 하지 못한다. 너무 일찍 일어나 버리면 몸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새벽 4, 5시가 딱 적당한 시간이다. 시계를 보고 기쁜 마음으로 단박에 일어난다. ‘어쩜, 이렇게 시간을 잘 맞췄담.’
원체 체력이 달려 밤이 되면 힘이 없다. 하지만 일찍 자기에는 못내 아쉬워 억지로 늦게까지 깨어 있던 적이 많았다. 아이가 잠들고 난 후의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아이가 일주일에 2-3번 등교할 때는 내 시간이 전혀 나질 않았다. 그러니 피곤해도 매일 밤 억지로 깨어 있는 날이 많았다. 꾸벅꾸벅 졸면서도 자는 시간은 아깝다고 생각했다. 밤에 피로한 상태로 있으면 무슨 일을 하든 전혀 능률이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과감히 일찍 일어나는 생활로 바꾸자 시간적 여유가 조금 생긴 듯하다. 가족들은 자고 있는 새벽에 나는 세수만 하고 몰래 책상이 있는 방으로 들어와 살금살금 불을 켠다. 아이가 예민해서 일찍 깨면 다시 재우느라 상당히 난감하다. 아이가 더 어릴 때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작은 소리에도 일어나 나에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이도 이래저래 피곤한지 7시는 돼야 일어난다.
몸이 허락한다면 늦잠을 자지 않는다. 늦잠을 자는 사람은 게으르다거나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부지런하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미라클 모닝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 습관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새벽 기상은 미라클
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집중하기에 최적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나를 방해하는 요소는 없다. 오로지 ‘나’만이 존재한다.
일어나면 책상이 있는 방으로 가서 노트북을 켠다. 그리고 글을 쓴다. 내 머릿속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시간, 나는 성장한다. 6시쯤 요가매트를 펴고 스트레칭을 30분 정도 한다. 목에 통증이 있고 하체가 붓기 때문에 목과 어깨, 하체 스트레칭을 꼭 한다. 그런 다음 다시 7시가 되기 전까지 주로 책을 읽는다. 그리고 수첩에 오늘 할 일을 점검한다. 7시가 되면 가족들을 깨우고 아침 준비를 한다.
하루 3시간 정도 나에게 새벽시간이 주어진다면 그야말로 미라클을 경험한다. 나는 CEO도 아니고 변호사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주부이다. 하지만 나는 성장하기를 꿈꾼다. 평범한 일상을 가장 염원하지만 그 가운데는 나의 작은 성장도 포함된다. 매일 내가 하는 아침 행동들은 나를 발전시키기 위한 작은 행동들이다.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는 것은 나를 발전시킨다.
무해한 시간이 필요해
매일 아침 1시간, 2시간이라도 혼자 있으니 참 좋다. 일단 조용해서 좋다.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이런 무해한 환경이 너무나 좋다. 그리고 일처리가 상당히 효율적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고, 6시에는 운동을 한다. 다시 글을 쓰거나 책을 읽다가 7시에 가족들을 깨운다. 그냥 습관처럼 길들여진 것 같다.
마음에 여유도 생긴다. 하루 할 일 중에서 아침에 미리 일을 해 놓으면 마음이 든든하다. 시간에 쫓기듯 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여유로운 시간 활용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허겁지겁 억지로 하지 않고 조용한 마음으로 무엇이든 하니까 여유롭다.
새벽시간에 시작하는 나의 아침은 상당히 미니멀하다. 이런저런 잡다한 것을 꺼내지 않고 항상 하던 대로 한다. 복잡할 것 없이 책상에 앉으면 바로 시작한다.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한다. 혹시 잠이 온다면 다시 자도 된다.
대신 나는 밤에 일찍 자게 되었다. 10시만 돼도 잠이 온다. 체력이 약해 밤늦게 깨어 있어 봤자 억지로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다. 일찍 자니까 일찍 일어나더라도 수면시간이 충분하다. 나의 아침은 그렇게 일찍 조용하게 시작한다.
혼자만의 시간
다르게 생각해 보면 새벽 기상은 내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매일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다. 아이가 아파서 취직을 하려던 목표를 이룰 수 없었고 우울감과 자괴감이 몰려와 자칫하면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었다. 조금은 억울하고 슬픈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대안책으로 삼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나를 위로하고자 한 것이다.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가 학교에 가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 주로 집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 온전히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려웠다.
밤에 아이가 밤 9시 반쯤 잠들고 나서야 시간이 났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아이가 잠든 시간을 활용해보았다. 체력이 너무 떨어지는 나는 조금 있으면 잠이 쏟아졌다. 남편이 귀가 후 함께 있기 때문에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었다. TV 소리가 들리고 대화를 나누는 일이 생겼다. 피곤했지만 억지로 깨어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때뿐이라고 생각하자 자는 것이 아까웠다. 하지만 능률이 떨어졌다. 집중해서 하고자 하는 일을 해야 되는데 꾸벅꾸벅 졸면서 하는 것이다. 또 시끄러운 환경이었다.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생각을 바꿔 새벽시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고요한 시간에 나는 많은 일들을 한다. 내 상황과 내 건강이 허락되는 한 새벽 기상을 이어 나가고 싶다. 가끔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해도 좌절하지 않는다. 만약 새벽시간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다른 시간에 나에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아마도 다시 ‘아침 일찍’으로 돌아올 것 같다. 이른 아침 몰입했던 그 시간 나는 많은 일들을 하고 행복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침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아침이 기다려지는 것이다. 나의 하루가 기다려진다.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하다
아침에 눈을 떠 거실로 나왔을 때 정돈된 공간을 보면 마음이 편안하다. 만약 아침부터 심각하게 어질러진 공간을 보게 된다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한정된 공간일지라도 조금씩 정리한다. 엄청 무리해서 깔끔하게 하지는 못한다. 아이가 있어서 물건을 계속 제방에서 거실로 끌고 와 수시로 어지럽히기도 한다. 그런 일에 일일이 신경 쓰다 보면 머리가 아플 것이다. 적당히 마무리 짓고 잠을 자러 간다.
잘못 밟으면 너무 아픈 작은 장난감은 바닥에서 치워 둔다. 사용한 컵을 싱크대에 둔다. 아주 잠시 동안 정돈을 하면 된다. 어떤 날은 설거지하고 엎어 둔 그릇도 제자리에 둔다. 깔끔한 주부들이 흔히들 주방 마감이라고 하던데 나는 그 정도로 정리하지는 못한다. 몸이 피곤한 날은 정리를 못하고 그냥 자러 간다. 상황에 따라 대충이라도 정리하면 된다.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오늘도 수고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아침이 되면 자, 시작해볼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나의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된다.
두 번째 아침이 시작된다
어떤 날은 해가 뜨는 것을 느껴본다.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고 깜깜했던 세상이 차츰 밝아짐을 느낀다. 컨디션이 좋은 날, 적당한 시간 저절로 눈이 떠져서 호사를 누린다.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글을 쓰고 있노라면 마치 베스트셀러 작가라도 된 듯한 착각을 느낀다.
조용한 새벽은 고요하다.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누구도 나를 찾아 부르지 않는다. 소음이 없이 다들 잠을 자는 공간에서 나도 조용히 할 일을 한다. 탁탁 야무지게 노트북에 글을 쓰고, 뻐근하다면서 요가매트를 펴서 스트레칭을 한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좋아하는 책을 펼쳐 책 속에 헤집고 들어가면 아이가 일어나 찾아온다. 더 자면 좋을 텐데…
하지만 나는 일찍 일어났잖아. 그렇게 두 번째 아침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