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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May 19. 2022

누구 좋으라고?


나는 매일 바쁜 하루를 보내는 집생활자이다. 집순이라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가족들은 일터에 나가고 학교와 학원을 다니면서 집을 드나든다.



나를 돌보는 시간


나는 하루에 나를 위한 시간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과거의 나는 헌신과 희생을 중요시했다. 가족을 위해서 내 에너지를 다 끌어다 쓰고 난 후 지쳐서 허무함을 느꼈다. 너무 피곤하고 힘들 때면 어디론가 멀리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 절실했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다. 나는 주로 4시나 5시 사이에 이른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온전한 내 시간 말이다. 나는 쫓기는 느낌이 싫어 아침에 하고 싶은 일들을 많이 해 버린다.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는다. 능률이 좋은 날에는 나에게 허락된 3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글도 여러 편 쓰고, 책을 한 권 다 읽기도 한다. 7시쯤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에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이 많아서, 내가 마음을 차분히 하기 위해서, 내가 건강하려고 한다. 시킨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만 좋은 것

 

매일 깨끗한 집안 공간을 만드는 일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가족들이 외출하고 나면 나는 집안을 둘러본다. 설거지, 빨래, 청소가 이어진다. 집안일은 전적으로 내가 맡아서 하는 일이다. 가족들이 전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손님을 맞이할 일도 없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매일 같은 곳을 쓸고 닦고 복작복작 살림살이를 한다. 


‘대체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살림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결국 나를 위해서다. 가족을 위해서,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깨끗한 공간이 좋다. 어지럽고 먼지 쌓인 장소는 불편하다. 아이의 방과 남편의 옷방에 들어가기 싫은 이유다. 가족들 각자의 방은 어느 정도의 바닥 청소, 먼지 제거 말고는 간섭하지 않기로 한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공간만큼은 알뜰하게 살핀다.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하고 가지런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싶기 때문이다.


굳이 남에게 강요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은 나만 좋은 것이다. 또한 남을 위해서 하는 순간 울컥 화가 나고 억울해질 수 있다. 누군가가 나의 이런 고단하고 수고스러운 일들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비운다. 알아주고 도움받기를 바라면 끝도 없다. 





스스로 빛나는 사람

 

내가 편안하게 생활하기 위해 나를 힘들게 하는 스트레스 요인들을 제거하려고 노력했다. 물건을 줄여 비좁은 공간에 숨통을 마련해 주고, 청소를 간편하게 했다. 집안일 시간이 조금 줄어드니 그 시간 동안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었다. 책을 보는 시간을 통해 심적 위로를 받았다. 글을 쓰면서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 순간순간의 감정을 되짚어보면서 내 삶이 아주 소중해졌다. 나의 행동이, 나의 일상이 빛나는 순간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마음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훌륭한 며느리, 착한 딸, 멋진 와이프, 최고의 엄마, 부러운 선배, 자랑스러운 친구가 되고 싶었다. 많은 것들을 잘 알고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많은 것을 기대했다.


이제 남들 눈에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많이 비웠다. 그들과 나는 다른 사람이고 나는 나 자신이 우선이다. 나 자신에게 자랑스러울 때의 만족감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크다. 남들 눈에 부족한 사람으로 보여도 상관없다. 내가 할 일을 잘하고 있다는 것을 나 자신이 알고 있다. 내가 알면 된다. 


매일 나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정해서 꾸준히 한다. 너무도 간단하지만 대단한 일들이다. 매일 실천하고 있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스스로 칭찬한다. 매일 글을 쓰고, 지식을 습득하고, 집안을 정리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일들을 해 나간다. 운동을 하고, 요리를 하고, 자존감을 기른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에게 평범하지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한다. 내가 하는 일들을 인정해 줌으로써 하나씩 실천할 때마다 큰 성취감을 얻는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상황이 주어졌음에 감사하는 마음도 가진다.


그렇게 내가 하는 일과 나의 노력을 인정해주니 나는 참 소중한 사람임을 깨달았다. 더욱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고 발전하고자 하는 열망이 생긴다. 이것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같고 힘들 때, 나 자신을 인정해 주고 칭찬하니까 조금씩 힘이 난다. 남과 비교하거나 남들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는 보통의 엄마로 살고 있지만 멋지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주문을 외운다. 누구보다도 내 관심분야에 열정적이고 꾸준히 노력한다. 나는 오늘 하루도 수고했음을 인정한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은 나에게 엄청난 경험이 되었다. 나를 소중하고 가장 으뜸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나의 행동을 결정짓는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다. 나를 위해서, 내 의지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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