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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미 Apr 27. 2022

끝까지 사용하는 즐거움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면서 바뀐 점이 참 많다. 물건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사용한다.


우리 가족을 비롯해서 사람들은 쓰던 물건이 있어도 새 물건이 있으면 새것을 사용하려 든다. 예를 들어 샴푸가 조금 남아 옆에 새로운 샴푸를 두면 대부분 새것을 쓴다. 쓰던 것은 방치된다.


나는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끝까지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핸드크림을 가위로 잘라 끝까지 사용하고 난 뒤의 쾌감이 좋다. 샴푸통에 물을 약간 넣어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사용하면 기분이 좋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썼을 때 묘한 쾌감이 있다. 비누가 작은 조각이 될 때까지 쓰다가 큰 비누에 옮겨 뭉쳐 쓰기도 한다. 자원을 절약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었다는 죄책감도 든다. 그래서 다음에도 꼭 이 물건을 써야 하는지 점검하게 된다. 내가 사용하는 물건의 가짓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환경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쓰고 있는 물건이 큰 문제가 없다면 끝까지 잘 사용한다. 마지막까지 쓰고 잘 사용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남긴 것 없이 마지막까지 사용하면 해냈다는 성취감마저 든다.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사용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샘플부터 


집에 있는 샘플들을 한 군데 모아 본다. 예전에는 화장품 샘플만으로도 서랍 한가득이었다. 온라인으로 신청해서 받은 것부터 본품을 사고받은 증정품까지 종류는 다양했다. 하지만 지금은 응모를 하고 받는 것에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아 샘플신청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 물건을 많이 사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는 아직도 샘플이 넘쳐난다. 샘플들을 한 데 모아 재고 파악을 했다. 과거에는 모셔 두었다가 사용기한이 지나 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아직 버리지 않고 둔 샘플들이라면 사용을 하는 쪽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


샘플을 받으면 왠지 모르게 내가 대단한 절약가가 된 것 같다. 공짜로 받았기 때문에 알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무료로 받은 것은 소중하게 아끼지 않는다. 물건을 살 때 필요하지도 않았던 것이지만 끼워주는 것이 있으면 사고 싶다. 추가로 얻는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싸게 샀다는 착각이 든다. 이런 사고방식을 줄여야 한다. 필요한 물건만 사고 필요하지 않았던 것을 다 쓰는데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야 한다.


모아본 샘플들을 보니 그 양이 은근히 많다. 많이 처분했다고 생각했는데 화장품 샘플이 많았다. 이미 파운데이션은 본품없이 샘플로 사용 중이고 스킨도 제법 큰 크기의 증정품부터 쓰고 있다. 섬유유연제와 샴푸 샘플도 있다. 예전에 비해선 그 양이 상당히 줄었으므로 많이 발전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일단 이 샘플들을 먼저 소진해보도록 노력한다. 쓰다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정도까지는 사용해볼 생각이다. 샘플들은 테스트를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면서도 환경 생각을 해보면 반갑지 않다.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을 제대로 재활용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화장품 샘플지들은 다 비닐 속에 들어있다. 샘플들을 먼저 사용해보고 앞으로는 굳이 끼워주는 제품을 사지 않도록 하겠다. 무엇이든 본품 조차도 사용을 줄일 예정이다. 아침에 샘플 샴푸로 머리를 감고 샘플 로션을 몸에 발랐고, 샘플 스킨과 선크림을 발랐다. 작은 것부터 실천해 간다.






소진하기


물건을 끝까지 사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돈이 없어 사지 못해 안타까울 때도 있지 않은가. 소중한 돈을 투자해서 산 것들을 다 쓰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가진 물건을 다 쓰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 사지 않아야 한다. 물건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억누르기에 좋은 사고방식이다. 지금 내가 사고 싶은 것은 그저 물욕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밀 때 써야 할 것 같은 스티커를 얼마 전에 가득 샀다. 그런데 또 사고 싶다. 이것은 욕심이다. 파운데이션도 샘플이 3개 있다. 과거에 고집하던 브랜드의 제품만을 쓸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이 작은 샘플들이 사용 기한이 제법 된다. 브리타 정수기 필터도 얼마 전에 1개를 갈았다. 한 달 사용을 권장하지만 한 달 이상 사용하는 것 같다. 3개가 있는데 세일을 한다고 하니 쟁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세일은 또 한다. 언제나 한다.


가득 차 있는 수납장과 서랍 속의 물건들을 소진하기로 했다. 빈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이 좋다. 소진하기를 통해서 마음까지 평온해지기를 바란다. 미리 사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을 비운다. 그렇게 가지고 있는 물건을 끝까지 아껴서 잘 사용하고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때에 맞춰서 구입하는 즐거움을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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