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이 May 26. 2022

정리할 동기는 충분하다


대부분 집안을 잘 정리하고 싶을 것이다. 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나 같은 경우에는 집이 편안한 장소이기를 더없이 원한다. 잡지에 나오는 대로 혹은 유명한 유튜버가 사는 집처럼 꾸미지는 못한다. 모두들 각자가 편하고 내키는 대로 집을 꾸미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핑곗거리를 만들 필요는 없다. 

‘나도 1인 가구라면 깔끔하게 살 수 있다.’

‘아이가 없어서 짐이 없다.’

‘집이 넓어서 깔끔하다’ 등등

나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집처럼 정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한 때 그랬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미니멀라이프가 미친 듯이 부러웠다. 게다가 부부가 둘 다 미니멀리스트이면서 아이가 없는 집도 마찬가지로 너무 좋아 보였다. 그런데 18평 혹은 더 작은 월세집도 고쳐서 인테리어 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가 셋인데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기도 한다. 직장을 다니는데도 살림을 똑 부러지게 잘하는 사람도 있다. 너무 높은 기준을 잡을 필요는 없지만 현재 상황을 불평만 한다면 해결되는 일은 없다.


나는 3인 가정의 살림을 맡고 있다. 나는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넘쳐나는 물건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했다. 내 물건 위주로 정리하며 가족의 물건은 그대로 두지만 알맞은 장소로 배치한다. 정리를 통해서 생활을 편리하게 하려는 이유가 제일 먼저이다. 동선을 줄이고 여유로움을 더했다. 귀찮고 싫은 집안일을 좀 더 기쁜 마음으로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내가 정리를 하기 위한 완벽한 상황은 오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에게 맞는 것들을 찾아 나가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나와 가족이 살기에 편리한 집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정리를 통해 내가 보람되고 뿌듯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낭비되지 않고 간결한 집안을 완성할 수 있다. 내가 정리를 하려고 하고 해야만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남과 나의 상황을 비교하지 말고 나의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 하면 된다. 나의 이전의 집보다 오늘의 집이 더 정돈되고 만족스러우면 된다.






지금 당장 비웁니다

 

나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물건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것을. 경험도 많이 해 보았다. 트렁크 하나의 짐만 가지고 떠난 여행지에서 느끼는 해방감을, 청소하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을, 물건을 나누었을 때 채워지는 따뜻함을. 하지만 매일 망설여지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중에 쓰게 될까 봐, 쓴 돈이 아까워서, 나도 있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그렇게 무거운 짐을 안고 산다.


다만 예전보다 물건을 사고자 하는 물욕은 많이 줄었다. 쓸모없는 물건을 샀다가 나중에 처분하는 일이 더 골치 아프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기 때문이다. 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잘 안다. 막상 돈을 쓰지 않고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잘 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새로 사지 않더라도 있는 것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가지고 있는 것이 필요가 없는 물건일 때는 과감히 비워야 공간이 생긴다.


지금 당장 비울 수 있는 물건들은 처리한다. 먼저 사용기한이 지난 물건은 1순위로 비운다. 냉장고 문을 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 집에는 소스류가 너무 많다. 소스가 없이도 맛있게 먹는 법을 차츰 알아가고 있다. 소스는 사용기한이 짧은데 양이 많아 다 쓰지 못한 채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냉장고를 수시로 청소하고 가끔은 냉장고 파먹기를 실천해보면 많은 식재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일주일 이상 거뜬히 요리 해먹을 수 있는 양이다. 상해서 버리게 되는 야채들은 너무 아깝다. 항상 먹을 수 있는 기한 내의 음식만 사서 소비하자고 다짐한다.


낡은 물건도 비운다. 낡아서 못 쓰게 되었지만 추억이 있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고장 난 물건까지 가지고 있다.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낡고 고장 난 물건은 미련 없이 비워야 한다. 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를 비우고 생활의 쾌적함을 택한다. 고장 난 휴대폰이나 PC도 괜히 고쳐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비운다. 이미 새것을 사서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손이 가지 않는 물건도 비운다. 남들이 하도 좋다고 해서 나도 따라 산 물건들이 많았다. 물걸레 청소기가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너무 좋다고 추천하고 다녔지만 잘 사용하지 않았다. 역시 내가 필요한 물건을 사야 한다. 물걸레 청소기는 할머니 댁으로 보내졌다.


결혼할 때 샀던 그릇들도 다 나눔 했다. 부모님들이 사용하시다가 살림에 보태라고 주셨던 물건들도 마찬가지다. 기증도 하고 엄마 집으로 보내기도 했다. 내가 사고 싶어서 산 물건도 잘 안 쓰는 경우가 있는데 받아온 물건은 오죽하겠는가.


예전에는 잘 썼지만 이제 사용을 다한 물건도 비운다. 아이가 어렸을 때 사용했던 아기사랑 세탁기와 가습기를 비웠다. 둘 다 가격이 제법 나가는 것들이라서 처음엔 아깝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비싼 물건도 잘 샀고 짐이 금방 늘었다. 하지만 아이는 많이 컸고, 쓸모를 다했으니 필요한 가족들에게 주었다.


지금 당장 비울 수 있다. 부피와 개수는 상관이 없다. 미니멀라이프에는 비움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신을 점검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필요 없는 군더더기를 비우고 가볍고 홀가분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하나부터 시작한다


나는 물건 비우기를 진행 중이다. 정말 많은 양의 물건을 비우고도 어느새 집안 가득 들어찬 물건을 보고 결심했다. 미니멀게임은 매일 날짜의 수만큼 필요 없는 물건을 비우는 게임이다. 그 방법은 각자 하고 싶은 대로 변형이 가능하며 나는 1000개의 물건을 비우는 것을 계획했다. 기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1년 이내에 물건을 비우고자 한다.


쉽사리 비움이 되지 않을 때도 많다. 한꺼번에 많이 비우면 좋겠지만 다시 사용할 것 같고 아까워서 선뜻 버리기 쉽지 않다. 그럴 때는 그냥 물건 한 개부터 시작해 본다. 많은 물건을 비우는 것은 어려워도 딱 한 개만 비우라고 한다면 조금은 수월해진다. 그렇게 하나부터 시작하면 생각보다 쉽게 물건을 비울 수 있음을 깨닫는다.


집안에는 비슷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이 많이 있다. 디자인이 비슷한 것들도 많고 심지어 같은 물건이 여러 개 이기도 하다. 물건을 정리하지 않았다면 있는지도 몰랐을 물건도 많다. 물건을 하나 비우면 자신감이 생긴다. 물건을 비우더라도 큰일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유로워진 공간이 나를 반긴다. 처분하고 남아있는 진짜 필요한 물건들을 더욱 아끼며 살아갈 수 있다. 애정이 없는 물건을 억지로 사용하거나 처박아 놓는 일을 없앤다.


신발이 50켤레 있는데 그중에 딱 한 가지만 골라 버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처음엔 하나의 비움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비우는 가속도가 붙으면 금세 많아진다. 무엇부터 시작할지 몰라 막막하다면 매일 1개의 비움만으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점차 비워지는 공간을 경험하고 숨통이 트인다. 물건이 없어도 잘 살아진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기만족이 생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힘을 믿는다.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

 

정리를 할 때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핑계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정리를 계속 미루게 된다. 자신이 정리를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바로 시작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시간 내기가 어렵다면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먼저 내가 정리를 위해 낼 수 있는 시간을 정한다. 오늘 만약 한 시간의 시간을 정했다면 그 시간에 맞는 장소를 선택해서 정리를 시작하면 된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나 역시 계획만 늘어놓고 실행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미루다 보면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쌓인다.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자괴감에 빠진다. 그리고 쫓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쁜 와중에 단 30분 만이라도 시간을 내면 된다. 그러면 작은 서랍 하나를 정리할 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너무 느리게 정리하는 편이다. 그래서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물건의 양에 따라서도 다르다. 비움을 실행할수록 정리시간은 단축된다. 이미 비우고 정리를 마쳤던 공간도 다시 보면 신기하게도 비울 것이 또 생긴다. 또 말끔해진 공간도 잠깐 한눈을 팔면 금세 어지럽혀진다.


당장 실천하지 못할 일은 없다. 그저 마음먹기에 달렸다. 판에 박힌 말 일수도 있다. 사실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잘 안된다. 하지만 일단 한 번 해보면 마음이 바뀔 가능성이 많다.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그냥 물건의 개수가 줄어들어 깨끗한 공간만이 남는 것이 아니다. 숨통이 트이고 속이 후련한 느낌을 준다. 께름직했던 부분이 해결된 것이다. 본인이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던 부분을 해결하면 그만큼의 성취감도 있다. 작은 일이지만 해냈다는 자신감이 들면서 마음이 뿌듯해진다. 다음번에는 더 큰 공간에 도전하게 된다. 옷을 정리할 때는 3,4일이 걸리기도 했다. 나중에는 집안 전체가 깔끔해진다. 짧은 시간을 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로바로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