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미니멀라이프를 결심했을 때가 생각난다. 아이는 아직 어렸고, 집안은 온통 잡동사니로 둘러 쌓여 있었다. 벽은 사방으로 모두 물건이 채워져 있었고 빈 공간이 없었다. 방이 2개인 신혼집이었는데 거실은 없었고 실평수가 18평 정도 된 것 같다. 큰방을 거실 겸 침실로 쓸 거라며 소파를 방 안에 들였다. 벽 한쪽은 TV장, 그다음은 장롱, 다른 벽은 소파, 마지막 벽에는 기저귀함이 있었다. 그야말로 사방이 꽉 들어차 있었다.
아기를 돌보면서 스트레스가 쌓였다. 잠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있다면 스마트폰으로 쇼핑앱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아이를 낳고 하던 일을 하지 못해 수입이 반으로 줄었지만 물건은 두배로 많이 샀다. 주로 아기용품들이었는데 기저귀나 물티슈는 항상 가득 쟁여 놓았다. 아이가 읽을 다음, 그다음 단계의 책까지 세팅했다.
뭔가 가득 채우지만 마음은 허했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미니멀리즘에 관련된 책과 영상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버리기를 결심하자 비로소 집안에 있던 모든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을 답답하게 짓눌렀던 물건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었다.
날마다 실천하는 미니멀라이프
크고 작은 물건들이 비워졌다. 더 이상 쓰지 않는 베란다 방치 물건들부터 덜어냈다. 먼지가 수북하게 쌓였지만 테트리스 하듯이 차곡차곡 잘도 쌓여 있었다.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 금이 가서 누구에게 줄 수도 없는 물건들도 많았다.
물건을 비우는 초반에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쓰지도 않을 물건들을 비싼 돈 주고 사서 돈 낭비를 하는지 자괴감이 들었다. 부서지고 쓸모없는 쓰레기들을 안고 살았다며 한탄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집안을 해체했다. 버리기 파티는 일주일도 넘게 이어졌다. 필요 없는 물건을 많이 비우고 나니 비움의 정체기가 찾아왔다. 미니멀라이프는 비우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건을 솎아내며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집안일은 줄었고, 마음이 홀가분해지니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취향에 맞춰 살림을 하고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니 얼어붙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즐거워졌다. 매일 정리하고 청소하는 루틴을 만들어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깨끗한 집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운동을 하고 맛있는 집밥을 차려 먹는다. 건강한 나를 가꾸는 것 역시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난 후의 변화된 모습이다. 냉장고 속의 재료를 알차게 이용하여 버려지는 식재료가 없도록 신경 쓴다. 배달음식과 밀키트보다는 매끼마다 무심하게 차려내는 집밥이 좋다. 그렇게 매일 미니멀라이프를 나만의 방식으로 실천한다. 나와 가족, 집을 돌보고 아낀다.
바로바로 합니다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나서 생긴 습관이 있다. 바로 즉시 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에게 아주 잘 맞는 시스템이다.
바로바로 하는 것의 첫 번째 예는 설거지다. 밥을 먹고 나서는 물론 요리를 하면서도 설거지는 옆에서 바로 처리한다. 단 1개가 나왔을 때마다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설거지가 쌓여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적당히 불리는 시간은 필요하다. 그리고 천연수세미로 깨끗하게 설거지한다.
사람마다 사정을 다를 것이다. 한꺼번에 식기세척기를 이용해서 편리하게 설거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모아뒀다가 할 만큼 기다리지 못하는 성격이다. 바빠진다면 방법을 바꿀 수도 있지만 지금은 바로 처리하는 것이 시간도 물도 적게 들고 편리하다.
두 번째는 옷을 옷걸이에 거는 것이다. 사실 옷은 갈아입고 나면 소파 위나 침대, 의자에 걸쳐 두는 것이 편하다.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금방 또 그 옷을 입고 나갈 것이기 때문에 옷걸이에 걸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만 결국 그렇지 않다. 어느새 옷이 쌓여 옷무덤이 된다. 나는 집안 곳곳에 옷이 흩어져 있는 것이 싫다. 옷을 아무 곳에나 벗어 두면 나중에 찾지 못하기도 한다. 또 나중에는 입었던 옷을 빨아야 할지 또 입을지 구별도 안된다. 옷을 옷걸이에 걸어 두면 옷을 다시 찾기 쉽다. 어떤 옷을 입을지 파악하기도 쉽다.
세 번째는 쓰레기 버리기다. 재활용품을 모아 버리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을 바로바로 한다. 각 가정마다 재활용품을 처리하는 요일이 다를 수 있다. 나는 매일 처리할 수 있어서 곧바로 처리하는 것을 즐긴다. 먼저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한다. 사실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물건을 아껴 쓰고, 택배와 배달을 시키지 않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쓰레기가 발생했다면 집안에 쌓이지 않게 바로 처리한다. 쓰레기봉투는 5리터를 선호한다. 3인 가족이고 아이가 커서 쓰레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쓰레기를 오래 보관해두지 않기 위해서이다. 재활용품을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외출할 때마다 자주 처리한다. 쓰레기, 음식쓰레기, 재활용품 모두 그냥 내가 바로 처리한다.
매일 치우다
그렇게 내가 편하게 지내기 위해 매일 치우는 습관을 들였다. 한꺼번에 치우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적게 든다. 방법은 간단하다. 바닥면에 올려져 있는 것을 제자리에 두는 것이다. 책상 위에 올려진 종이는 비울 것인지 아닌지 파악 후 파일에 넣는다. 식탁 위에 쓰인 식기나 약통 등은 제자리에 둔다. 주로 식탁과 책상에 잡동사니가 잘 쌓이는 법이다.
이렇게 잠깐 치우는 습관을 들이면 매일 깨끗한 공간을 유지할 수 있다. 가구와 가전 위를 한 번씩 훑어 주는 것이다. 걸레를 들고 나서도 좋고 그냥 물건을 제자리로 치우기만 해도 된다. 부엌 상판, 협탁, 식탁 등등 공간의 윗면을 매일 치우는 습관을 들이면 깔끔한 공간이 유지된다.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평화롭고 안락한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바로바로 처리하면 일이 쌓이지 않는다. 일이 쌓이고 나면 어떤 것부터 처리해야 할지 상당히 곤란하다. 그리고 회피하게 된다. 미니멀라이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과 비슷하다. 집에 물건이 잔뜩 쌓여 있었는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갑갑하고 화가 나는지 모르고 살았다. 입지도 않는 옷이 옷장과 행거에 가득했으며, 쓰지도 않는 그릇과 플라스틱 용품들이 수납장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정리를 하는 것이 버겁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집안일이 너무 많다면서 결혼생활 자체를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매일 바로바로 처리하는 습관을 기르자 오히려 생활하는 것에 여유가 생겼다. 한꺼번에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부담감이 줄어들고 작은 일 하나하나를 처리하는 것이 가뿐하다. 나는 이 습관이 나의 미니멀라이프에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지금은 내가 하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의 가짓수를 줄이고, 즉시 처리하면 일처리가 훨씬 수월하다. 나에게 맞는 일처리 방법을 찾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