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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May 18. 2022

적게 가질 자유


내가 가지고 있는 소유물의 개수를 모두 세어본 적은 없다. 대충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책상 위의 물건만 봐도 50개 이상의 잡동사니가 있는 듯하다. 다들 쓰임이 있고 필요한 물건이지만 물건이 많을수록 복잡해지고 청소가 번거로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물건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편리하기보다는 더 신경이 쓰인다.

나는 물건을 적게 가질 자유가 있다. 적어도 가족의 물건이 아닌 내가 쓰는 개인 물건과 주방용품 정도는 내 맘대로 정리할 수 있다.


학창 시절에도 기숙사에 살거나 자취를 하면서 간단한 물건들로 잘만 살았다. 간소한 짐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면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 여행지 숙소나 호캉스가 좋은 이유도 집안의 잡동사니들 없이 말끔한 공간 속에서 가지는 휴식의 시간이 편해서 그럴 것이다.





내가 진짜 가진 것들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집, 자동차, 핸드폰, 노트북, 현금, 가족, 친구, 취미, 목표 등등 모든 것이 나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영원한 것인가. 하물며 냉장고 속에 날짜가 간당간당하는 두부는 어떤가. 아이가 혹시 다시 읽을지도 몰라 꽂아 둔 과학 잡지도. 무료배송을 위해 더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산 화장솜들도.


이런 것들은 내가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버리기 아깝다면 소진해서 써버리면 될 것이고, 필요로 하는 이에게 나눠주면 된다. 이런 번거로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만이다. 답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아직 많은 것을 소유하면서 살고 있다.


몇 년 전에 아이가 입원하고 병간호를 하면서 트렁크 하나의 짐으로 두 달을 살았다. 나는 많은 물건 없이도 멀쩡히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집에 있는 많은 물건들을 보니 갑갑함을 느껴 더욱더 정리하게 되었다. 집에 물건이 너무 많았다.


사람들은 편리함과 미적인 만족 등을 추구하면서 소유하는 물건의 가짓수를 늘린다. 기본적으로 살아가기에 진짜 필요한 물건은 딱 트렁크 하나 크기면 되는지도 모른다. 병원에서는 옷 몇 벌, 수저, 베개, 손톱깎이... 별다른 물건이 필요 없었다. 만약 불이 나거나 지진이 난다면 당장 챙겨가야 할 물건을 생각해 보라고들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수많은 잡동사니들이 내게 정말 필요한 것들인가. 내가 앞으로도 계속 가지고 살아갈 것들인가.


지금 많은 것을 비운 뒤 내 곁에 남은 것들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들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 의해 내가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가진 것들이 나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 결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지 ‘내가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남들이 가지고 있거나, 좋아 보여서, 별다른 이유 없이 가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짐이 되어 내 삶을 무겁게 할 것이다. 사실 꼭 필요한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가족이나 친구가 짐이 될 수도 있고, 비싼 차와 집은 편리하지만 세금과 유지비로 부담을 준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란 정해져 있지 않다.


내가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히 고민한다. 나에게 필요하다는 결론이 난다면 아끼고 소중히 다룬다. 그러면 또 그것은 내 곁에 남아 나에게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다.





충분하다



물건을 적게 소유하려고 하면서 좋은 점들이 늘었다. 물건을 사기 위해 그동안 써 왔던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휴대폰으로 쇼핑앱을 타고 다니면서 구경하고 최저가를 찾아다니는 수고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 시간과 에너지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시간으로 쓴다. 


물건은 적게 가지면 당연히 돈이 절약된다. 무지출하는 날도 많고 생필품을 아껴 쓰지만 생활비는 빠듯하고 언제나 예상외의 지출이 발생한다. 마지막 남은 물건을 뜯으며 새로 살 물건을 주문하는 것만으로도 큰 절약이 된다. 또 꼭 필요한 물건인지 사기 전에 고민해 본다면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곧바로 사지 않고 장바구니에만 담아 두거나 다음날 다시 사려고 보면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돈을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사실 쇼핑은 ‘감정’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았다. 물건을 사는 데 돈을 낭비하지 않고 그 돈을 모아 좀 더 의미 있는 일에 지출할 수도 있다. 


물건이 적으면 당연히 집안일을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청소와 정리 정돈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바닥과 선반 위에 놓인 물건이 없으면 특히 청소하는 것이 편하다. 소유물을 관리할 필요가 없어서 자유롭다. 많이 가진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가진 물건을 잘 사용하려면 함부로 처박아 둘 수 없다. 옷이나 신발들은 구겨지지 않게 통풍이 잘 되도록 신경 써야 한다. 주기적으로 사용 기한을 살펴 사용해야 한다. 물건이 많으면 오히려 잘 찾지 못하고 뒤섞여 제대로 사용할 수 없고 엉망이 되기 쉽다. 가진 물건이 적으면 오히려 정리할 필요가 없다. 쓰고 제자리에 놓아두면 그만이고 아껴서 사용하니 더 좋은 상태로 사용할 수 있다.


나에게는 물건을 적게 가질 자유가 있다.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에 휘둘리지 않기를 희망한다. 다 사지 않아도 다 가지지 않아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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