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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May 12. 2022

미니멀 필승조합


나는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살기를 희망한다. 미니멀리스트가 되려면 꼭 필요한 것이 있을까? 미니멀 인테리어가 유행이라고 한다. 미니멀 감성을 자극하는 아이템이 꼭 필요한가? 멀쩡한 집을 뜯어고치고, 감성사진을 찍기 위한 물건을 사고, 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내다 버리는 것은 옳은 일인가?

 

밀대걸레로 청소를 해야 하고, 세트로 맞춘 하얀 바구니에 물건을 수납을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환경을 생각해서 텀블러를 이용하지만, 이미 있는 텀블러를 사고 또 사지는 않는다. 무늬가 있거나 원색 옷은 피하고 무채색의 옷만 입을 수는 없다. 린넨 원피스 입고, 예쁜 앞치마를 둘러야 하는 것 또한 아니다. 잘만 돌아가는 가전제품을 버리고 비스포크로 바꾸는 것은(고장 나서 바꾼 우리 집 냉장고도 비스포크임) 미니멀이 아니다. 멀쩡한 물건들을 다 갖다 버리고 새로 산다면 자원낭비일 뿐이다. 미니멀라이프는 템발을 세우는 것이 아니다.

 

나는 소비한다는 것 자체가 지구에 해롭다고 생각한다. 에코백을 새로 사지 않고 그냥 집에 있는 가죽 가방을 사용하면 된다. 꽃무늬가 있다고 해서, 자주색 가전제품을 쓴다고 누가 손가락질할 수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나 자신부터 반성한다. 초창기 나는 미니멀리즘을 알고 많은 물건을 처분했다.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비웠다가 새로 들여야 했던 경우도 있다. 이제는 수명을 다해서 사용하기가 너무 불편해지면 바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결혼할 때 샀던 냉장고가 고장 나서 2번 정도 수리를 하고는 사망선고를 받았다. 수리기사가 새로 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새로 냉장고를 사서 잘 사용 중이다.





오래 두는 건 사절

 

물건을 오랫동안 집에 방치하지 않는다. 내 개인 물건 중에 골동품이나 추억을 상징하는 물건은 거의 없다. 나는 물건은 사용할 때 가장 빛을 낸다고 생각한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 앞으로도 사용할 예정이 없는 물건을 위해 공간을 내어줄 생각은 없다. 오래 방치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음식은 썩고, 가전이라면 나중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고, 색이 바랜다. 


물건을 한꺼번에 많이 사면 싼 가격에 살 수 있지만 그만큼 방치된다. 창고형 마트를 좋아하긴 하지만 묶음으로 많이 사면 나중에는 사용하기가 지겨워진다. 사용기한이 길게 남은 새 상품을 쓰면 가장 신선한 상태로 사용할 수 있다. 물건을 쟁이지 않아야 가능하다.


나는 나에게 허락된 공간을 치운다. 일단 집에 들인 물건이 있다면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아깝게 버리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사용한다. 사람도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듯이 물건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아끼고 소중하게 다루어서 쓰임을 다하게끔 돕는다. 필요에 의한 물건을 사용하고 필요하지 않다면 들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 된다.




 

대학교 때 쓰던 컴퓨터를 결혼하면서 들고 왔다. 정말 오래된 컴퓨터고 화면이 구려 절대 장시간 사용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아이가 집에서 온라인으로 줌 수업을 자주 하게 되자 내 노트북을 아이가 오래 사용했다. 노트북을 쓸 수 없을 때 간단하게 사용하기에 컴퓨터는 작동이 잘 된다. 그러니 일단 버리지 않고 쓴다. 책상 위에 어울리지 않는 구닥다리 컴퓨터를 일단 두고 쓴다. 값비싼 물건보다 내가 즐겨 쓰는 물건이 최고다.

거기다 그 물건을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소중하게 잘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 필승조합은 이러하다. 내가 즐겨 쓰는 물건+쓰던 물건을 오래도록 계속 쓰는 것이다. 내가 자주 쓰는 물건을 기분 좋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폐기해야 할 시점까지 닳도록 잘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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