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를 읽고
서점엘 갔다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스토너'라는 책을 만났다. 베스트셀러 코너는 누군가에겐 뻔한 공간으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언제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곳이다. '사람들은 이 책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을까?', '어떤 사람들이 좋아했을까?', '이 책은 나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여러 생각들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책을 통해 연결된다는 모종의 느낌은 언뜻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렇게 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인 '스토너'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 내려간 책 속의 이야기는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디선가 스쳐 지나갔을 듯한, 평범한 한 사람의 삶이 그려져 있었다. 문체 역시 꾸밈없이 담백했지만 고요하고 우아했다.
스토너의 삶을 멀리서 무심히 바라본다면 실패와 좌절, 고통의 연속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소설의 문체처럼 그의 삶은 조용히 빛을 발하며 품위 있게 흐르고 있었다. 무언가에 온 마음을 쏟아 조용히 걸어온 삶은 결코 초라하지 않다. 오히려 그 모습은 숭고함에 가깝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스토너'들이 있다. 너무도 평범해서 기록되지도 않고, 기억되지 않는 삶일지라도 '스토너'들의 삶은 그 자체로 빛난다. 대부분 사람들의 삶은 교과서에 기록될만큼 위대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그보다는 소박하고 흔하다.
겉으로 바라본 그들의 삶이 비록 지루하고 평범해 보일지라도, 그 삶들이 결코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각자의 삶은 각자의 우주이며, 그 우주를 채워나가는 과정이 우리가 살아내는 삶이다. 스토너의 인생에는 우울하고 슬픈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스토너는 묵묵히 자신의 우주를 반짝이는 별로 채워 나갔다. 그 때 그 때마다의 열정으로, 언뜻 우울해보이는 그 부분까지도.
푸르스름한 빛이 하늘을 뒤덮은 고요한 길거리를 깨끗히 치우는 환경미화원분들. 수북히 쌓인 눈길을 새벽부터 일어나 치워놓는 공무원분들.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지방의 작은 박물관 한 켠에서 몇 시간이고 올지 모를 관람객을 옅은 미소로 반기는 직원분들.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열정으로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낸 사람들에대한 이야기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나의 하루 속에는 수많은 '스토너'들의 도움이 담겨 있다.
스토너들의 삶을 알아주는 건 교과서나 위인전, 일대기가 아니다. 그저 자기 자신이다. 뜨겁지 않지만 열정적이고, 위대해 보이진 않지만 꾸준한 하루 그리고 일 년들. 그 의미는 자기 자신만이 알아차리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 스토너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을 때 스토너는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며 무엇을 위하고,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왔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바로 그 답은 스토너만이 알고 내릴 수 있다.
나 역시 언젠가 눈을 감을 때, 한 명의 '스토너'이고 싶다. 소박하지만 값진 행복들, 작지만 깊은 열정들, 실패라고 생각했던 몇몇 순간들까지. 삶의 모든 것을 천천히 돌이켜보며,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의 옅은 미소를 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