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10년차 워킹맘. 나를 부르는 단어 중 하나이다. 이정도 일만 한다고 워킹맘이라고 불릴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뭐 일하는건 마찬가지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서율이 키우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이 다가와서 진지하게 말을 걸었다. 무슨 큰 문제가 있나 싶어서 걱정스럽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알고보니 이제 일을 그만두고 가게를 하나 차리고 싶다는 말이었다. 힘든 와중에 대체 왜그러냐고 화부터 내려고 했는데, 10년정도 일 했으면 열심히 한거기도 하고 요즘 평생직장은 없다고 하니까 한번쯤은 응원해주고 싶었다. 남편은 대학가에 맛집을 하나 차리고 싶다고 했다. 허락해준 게 너무 고맙다면서 이리뛰고 저리뛰며 사업 일을 알아보았다. 남편이 집에들어오는 시간이 더 늦어졌지만 평생에 한번 있을 일이니까 내버려뒀다.
남편이 그렇게 고생해서 며칠전 부산에 있는 'ㅂ' 대학 근처에 가게를 하나 내었다. 겨울에는 미리 가서 매장 인테리어도 좀 고치고, 주변 상인 분들한테 잘 보이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하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그리고 그달 말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에서 급격하게 퍼지고 있다는 속보입니다. 이로 인해 인천공항이 일부 폐쇄되고.... "
가게를 차린게 몇개월이나 되었다고 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쳤다. 몇개월 안에 잡힐 것 같다고 하기도 했고, 처음 여는 가게를 빼고 싶지는 않아서 조금만 더 버텨보기로 하였다. 이때가 대학이 개강을 미뤘을 시기였다. 그때 멈췄어야 했는데, 처음 해본다는 설렘과 곧 괜찮아질 것 같다는 미련한 생각이 우리의 발목을 붙잡았다. 몇개월간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빚은 늘어만 가는 와중에 서율이가 코로나에 걸렸다. 코로나에 걸려도 많이 아프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던데, 우리 서율이는 밤낮없이 코로나 때문에 콜록거리며 힘들어했다. 왜 힘든일은 항상 한꺼번에 오는지, 우릴 힘들게 만드는 세상이 참 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