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떠나는 소풍
일본 벳부는 온천 여행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저 따뜻한 온천수에 온 몸을 푹 적시며 피로를 푸는 것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쉽게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일본 벳부 여행 = 온천여행이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로 벳부는 큐슈에서도 특히 질 좋은 온천수로 유명하다.
물론 직접 느끼는 온천도 훌륭하지만 벳부에는 입욕을 하지 못해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자연 온천들이 있다. 신비롭기도 때론 기괴하기까지 한 이런 온천은 여행자라면 지나칠 수 없다.
지옥온천?
지옥온천은 무시무시한 이름처럼 지옥을 연상케 할 정도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온천수다. 100도씨는 가뿐하게 달성해버리는 온도 탓에 자칫 안전사고가 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다. 과거의 사람들은 유황 냄새가 풍겨오고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이곳을 정말로 지옥의 입구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지옥온천은 이제 우리 현대 여행자들에게는 즐거운 여행지 중 하나다.
일본 벳부 여행에서 가마도 지옥을 가지 않는다면 여행을 완성하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 가마도 지옥은 그만큼 한국 여행자들의 성지순례 장소다. 작은 공간이지만 지옥온천이 3가지 이상 있어 재미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또 한국어를 재미있게 구사하는 '신기하네 아저씨'의 온천 쇼는 이곳의 하이라이트.
과거에는 이 온천의 열기를 이용해 큰 솥에 밥을 지어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가마도(가마솥) 지옥인 것이다. 일본 도깨비인 오니가 정말 어디에선가 튀어나올 것 같다. 온천수로 삶은 달걀과 라무네 사이다도 이곳의 별미니 놓치지 말자.
바다지옥이라는 이름처럼 큰 규모를 자랑하는 지옥온천이다. 물색 또한 남태평양의 물처럼 에메랄드 빛이다. 여기도 100도씨 가까운 온도로 끓고 있어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온천을 막아주는 펜스가 얕으니 호기심 많은 어린이 여행자들이 가까이 가지 못하게 통제해야 한다.
순도 100% 머드가 365일 끓어오르는 다츠마키 지옥. 진흙이 끓을 때 나오는 거품이 예쁘게 동글동글하다. 이 모습이 마치 스님 혹은 대머리와 비슷하다 해, 대머리 지옥 혹은 스님 지옥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진흙탕이 2~3개 정도 있다. 이것만 보기 위해 입장료를 지불하긴 아까우니 가급적 지옥 3개 이용권 등 패스를 구매하자.
악어 온천은 일본어로 오니야마 지옥이라고 불린다. 한국어로 독음하면 괴산 지옥. 실제로 악어를 키우는 곳이다. 온천수의 열기를 이용해 추운 겨울에도 동남아 수준의 따뜻한 수온을 유지할 수 있어 이렇게 악어를 사육할 수 있는 곳이다. 악어가죽을 팔기도 하는데, 이젠 관광이 더 큰 수요가 있다.
피지옥은 말 그대로 물색이 피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앞선 온천들보다는 끓어오르는 정도가 약하지만 여전히 입욕은 불가능한 온천이다. 물속의 철 성분 덕분에 이렇게 붉은빛을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구경해 보면 사실 황톳빛이 더 강하다.
회오리 지옥이라고도 불리는 용권 지옥. 피지옥과 바로 붙어있다. 하루 약 600kl의 용출량을 자랑하는 용권 지옥은 약 30분 간격으로 천연 분수쇼를 보여준다. 간혈천의 일종인 이 지옥온천은 온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또한 이 온천열을 이용해 이 근방에서는 각종 열대 과일 등을 기르고 있다 한다.
벳부 지옥온천 쉽게 즐기기
지옥온천 순례 여행은 사실 개인적으로 즐기기 힘들다. 물론 일본 벳부 여행을 처음부터 렌터카로 하는 사람들은 예외. 도보 여행, 대중교통 여행을 하기엔 어렵다. 7개의 대표적인 지옥온천들이 몇 개를 제외하곤 모두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보통 다른 명소가 합쳐진 투어나, 공항 픽업/샌딩이 포함된 일일투어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