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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서툰 표현 너머 진심 바라보기

by 류안

내가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상처 주지 않듯,

그들도 나를 향해 그러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니 서툰 단어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그 말 너머에 잠긴 진심을 바라보세요.


신뢰를 품고 들을 때,

말은 흘러가고,

마음은 오래 남습니다.



며칠 전, 몇몇 상담 선생님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로의 삶을 조금씩 꺼내놓고, 소소한 농담도 오가는 그런 편안한 자리였지요.


그날 밤, 함께 있었던 한 선생님으로부터 톡이 왔습니다.

혹시 자신이 한 표현 때문에 제가 마음 상하진 않았는지를 조심스럽게 묻는 내용이었어요.


사실 그분과는 평소에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까지는 아니었지만,

저는 그분의 유쾌하고 솔직한 말투를 늘 좋아했습니다.


삶의 무게를 듣고, 어루만지는 시간이 많은 제게는

가볍고 싱거운 이야기들이 참 반가운 쉼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분이 함께하는 자리는 언제나 유쾌했고, 저는 그 시간들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분이 어떤 말을 두고 마음이 쓰였는지 저는 묻지 않았습니다.

기억나는 장면도 없었고, 설령 무심코 던진 말이나 표정이 조금 부정적이었다 하더라도

저는 그것을 나를 향한 부정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이지 않았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그분을 좋아하고 있었고,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분이 저를 상처 주려는 의도는 없었을 거라는 믿음이 제 마음 안에 단단히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진심을 담아,

그 어떤 상처도 없었다는 것과

오히려 그 시간들이 고맙고 즐거웠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우리는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마음이 많이 아프지 않은 상태라면,

누군가를 이유 없이 미워하거나 일부러 상처 주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내가 괜히 타인에게 날을 세우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살아가듯,

타인도 나에게 굳이 고통을 주려 하진 않을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을 품고 있다 보면,

말의 표면보다 관계 안에 흐르는 따뜻함을 먼저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상대의 마음을 의심하기보다,

신뢰를 선택하는 마음을 지켜나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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