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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만 있어도 길은 열립니다.

삶은 목적지가 아니라 방향으로 자라는 것

by 류안

저는 살아오면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그저 ‘방향’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어떤 역할이든,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정성을 기울이고 마음을 다하다 보면

길은 늘, 저절로 생겨났습니다.


최종 목적지를 정해놓고

쉴 틈 없이 달리는 삶보다는,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만 놓치지 않고

삶이라는 여정 속을

여행자의 마음으로 걸어가는 것.

두런두런 옆을 살피고,

잠시 멈춰 향유하며,

때론 쉬어가기도 하는 것.

그게 저의 삶의 방식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최선을 다하라’는 말도

조금은 조심스러워집니다.

그 말 안에

여유가 사치처럼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요.


요즘, 진로를 앞두고

여러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는 딸을 바라보며

이런 제 마음을 말로 다 전하긴 어렵지만,

그저 이렇게 살아온 엄마의 방식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게 됩니다.


혹시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길목에서든

‘지금 이 길이 맞는 걸까’

망설이게 되는 날이 온다면


꼭 목표가 없어도 괜찮다는 걸,

방향만 있어도 길은 열린다는 걸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모든 순간을

꼭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자신의 속도대로,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삶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곧 다가올 딸의 생일을 앞두고

축하와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편지글을 정리하다가,

그 마음 끝에서

문득 떠오른 이야기들을

이렇게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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