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7일.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다. 나에게 제일 행복했던 2주. 그리고 제일 지옥 같았던 그날.
2017년 10월 14일, 결혼을 했다. 평생 비혼 주의자로 혼자 살아야지 다짐을 했던 나는 직장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이상형인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극 I인 나는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와 나는 부서가 달랐는데 우리 부서에 그와 친한 여직원이 있어 종종 같이 밥을 먹곤 했다. 그렇게 그도 나를 눈여겨봤다고 한다. 몇 개월 뒤 그의 연락으로 인해 우리는 친해졌고,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만나는 중간중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2년 정도 후 우리는 결혼을 약속하고 결혼했다.
더불어 나는 직장에서 더욱 열심히 일했다. 생각해 보면 젊었고, 열정이 넘쳤다. 일이 재미있었고, 뭔가를 성취해 내는 것이 신났다. 한 가지에 몰입하여 빠지면 헤어 나오질 못하는 나는 정말 내일이 없는 것처럼 일했고, 성과가 있었다. 물론 결혼할 당시 내가 아주 젊은 건 아니었지만 많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임신을 하지 않겠다는 아니었지만 본격적으로 임신을 준비하고 있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 아침, 점심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뭔가 몸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정말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런 걸 여자의 촉감이라고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임테기 두 줄이었다.
내 기분은 정확히 임테기 두 줄을 확인하기 전과 후로 바뀌었다. 전에는 전혀 생각이 없었던 사람처럼 살던 나는 두 줄을 확인하자마자 세상 전부를 가진 것처럼 너무나 행복했다. 그다음 날 병원에 가니 임신 확정을 받았고, 5주라고 했다. 정말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2주 동안 나는 심쿵이(태명)와 함께였다. 그 2주는 정말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 나도 드디어 엄마가 된다는 생각에 벅차오르는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다 표현이 될까 싶을 정도였다.
임신을 확인하고 딱 2주 후에 나는 유산을 했다. 하늘 높이 벅차오르던 감정은 마치 누군가가 기계로 땅을 팔 때처럼 내 마음에 큰 구멍을 냈다. 구멍은 마치 끝이 없는 것처럼 한없이 밑으로 생겨났다. 의사 선생님은 말했다. 누구의 잘 못도 아니라고. 그렇지만 나는 계속해서 나에게서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임신을 확인했던 날 점심 먹으러 간 식당 앞에서 넘어질 뻔해서 그랬나. 내가 그동안 너무 일만 하느라 내 몸을 돌보지 못해서 그랬나. 내가 뭘 잘 못 먹었나... 한없이 이유를 찾고 찾아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던 의사선생님의 말은 이미 잊힌지 오래였다. 그렇게 나에게서 이유를 찾던 나는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5년 넘게 일하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한번 임신을 했었기 때문에 금방 다시 임신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유산 후 쉰 기간 3개월을 제외하고 4개월째도, 5개월째도, 8개월이 돼도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험관을 시작했다. 3년 동안 진행된 시험관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보지 못했다. 선생님은 우리 부부 모두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정말 이 3년 동안 수없이 피를 뽑고 수없는 검사를 하고 수없이 병원을 방문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아기천사는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실패자였고, 패배자였다. 그렇게 나에게는 우울증이 찾아왔다. 무기력한 마음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티비만 봤다. 티비는 그저 의식적으로 켜놓은 것뿐 예능이 나와도 재미있는 장면이 나와도 웃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을 그만 살고 싶었지만 눈앞에 엄마의 얼굴이 떠올라 그럴 수도 없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이 막막했다.
그때 왜 그랬는지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서재에 가서 책장을 둘러보고 싶어졌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하나씩 둘러보다가 한 책을 꺼내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책은 바로 김미경 강사님의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라는 책이다. 아마 제목에 이끌려서 그 책을 빼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 책을 읽기 시작했고, 나는 읽는 내내 울었다. 실컷 울고 나니, 뭔가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책에서는 나에게 한없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용기를 내라고... 말이다.
그 책을 통해 나는 침대에서 나와 책상 앞에 앉을 수 있었고 그렇게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다시금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나에게 책은 나를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다. 그날부터 나는 책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 인생을 바꿔 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