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책을 읽는다는 건 작가의 시간과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늘 조금 진지해진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자기 계발서와 에세이 위주로 읽었다. 성장하고 싶었고, 무너지는 마음을 붙잡고 싶었다. 그 시절의 나는 책에 기대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 흐름은 내 인스타그램 기록에도 그대로 남았다. 위로와 다짐, 괜찮아질 거라는 문장들. 돌아보면 그건 독서 기록이 아니라 나 자신을 설득하는 글이었다. 물론 다른 책들도 곁에 있었다. 소설, 역사, 식물, 돈 이야기. 하지만 그런 책들은 인스타그램 대신 블로그나 내 마음에 기록으로 남겨두었다.
3년 넘게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는 조금 어려운 책을 피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좀 더 나의 책 세상을 확장해 보고 싶다고. 모르는 세계 앞에서 도망치지 않아도 되겠다고. 최근에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었다. 내 생각도 같이 넓어지는 것 같아 좋았다. 그러다가 한 가지 큰 결심을 했다.
내년에는 벽돌 책을 읽기로 했다. 두껍다는 이유로 미뤄 두었던 책들. 완독하지 못할까 봐 괜히 자신 없어 뒤로 밀어두었던 책들. 이제는 그 두께를 정면으로 보려 한다. 예를 들어 벽돌책이 1,000장이라면 1,000/30 = 33.4. 하루 서른 장 정도. 한 달에 한 권 읽기. 대단한 목표는 아니다. 다만 중간에 덮지 않겠다는 약속, 끝까지 가보겠다는 선택이다. 평일에 하루 이틀 정도 못 읽으면 주말에 몰아서 읽어도 될 것이다.
요즘은 인스타그램보다 블로그와 스레드에 마음이 간다. 속도를 늦추고 생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글을 쓰다보니 악플 앞에서도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가는 방향을 이미 정했기 때문이다. 내 글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둘 필요가 없다. 차단하면 그만이다.
벽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제목을 건네주었다. 그 댓글들을 보며 많은 이들이 벽돌책을 선택한 마음이 느껴졌다. 나도 꼭 읽어보고 나눠준 마음을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다.
2026년이 기다려진다. 앞으로 만날 책들을 통해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또한 기대가 된다. 두꺼운 책 앞에서 멈춰 서지 않는 나를 처음으로 만나게 될텐데 그 모습 또한 너무 기대가 된다. 오늘도 한 장을 읽고, 한 문장을 쓴다. 나는 끝까지 읽고 쓰는 사람이 되기로 이미 마음먹었다.
완독의 기쁨은 결과에 있지 않고, 매일 포기하지 않고 책장을 넘기는 그 '태도'에 있다고 믿는다. 1,000페이지라는 숫자에 압도당하기보다, 하루 30페이지라는 성실함에 집중하려 한다.
읽고 쓰는 삶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줄지 설레는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펼쳐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