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25년도 오늘을 포함해 단 4일만 남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일은 예전엔 늘 설렘이었다. 내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떤 사건이 내 삶을 바꿔 놓을까. 30대까지의 연말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설렘보다는 감사가 먼저 온다. 40대의 연말은 무언가를 더 이루지 못했음에 대한 아쉬움보다 이미 충분히 지켜낸 것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채워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자리 잡은 감사는 ‘건강’이다. 내가 오늘도 무탈하다는 사실, 가족들이 아프지 않다는 것, 자주 보지 못해도 안부를 묻는 이름들이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 건강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밥 한 끼 나누고 크게 탈 없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일. 어쩌면 이것이 내가 오래도록 좇아왔던 ‘성공’의 진짜 얼굴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30대와 40대는 한 끗 차이 같으면서도 생각의 깊이는 전혀 다르다. 누군가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그때의 설렘보다 지금의 감사가 훨씬 단단하고 기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2026년에도 대단한 성취를 꿈꾸기보다는 내게 주어진 삶을 성실히 돌보고 싶다. 주변 사람들의 하루를 조용히 축복해 줄 수 있는 삶. 물론 바라는 것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글로 소득을 만들어내는 일. 이 목표만큼은 꼭 이루고 싶다.
설렘은 짧지만 감사는 길다는 걸 알게 된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건 보이지 않던 가치들을 하나씩 발견해 가는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젊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영역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생각해 보면 꽤 멋진 일이다.
2025년의 남은 4일 동안 나는 나 자신에게 ‘고생했다’는 말 대신 ‘충분히 잘 살아오고 있다’고 말해주려 한다. 거창한 파티 대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조용히 한 해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이런 소박한 일상이 감사로 끝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연말은 없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꼭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올해가 가기 전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한 번 하고 싶다. 서로의 건강을 빌고 우리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왔음을 감사하는 시간. 남편과도 따뜻한 차 한 잔 앞에 두고 올 한 해 부부로, 가족으로 잘 살아냈음에 대해 고마움을 나누고 싶다. 그날의 달콤한 사치라면 케이크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 이 글을 읽어주는 모든 분들의 평안과 건강도 함께 빌어본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건 그 사람의 삶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일이니까.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