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개 Nov 18. 2022

파리와 모기를 바라보며 들었던 생각이.

인간에게 있어서 원숭이란 무엇인가

웃음거리 아니면 견디기 힘든 수치

초인에게 있어서도 인간은 꼭 그와 같은 존재

즉, 웃음거리 아니면 견디기 힘든 수치이다

그대들은 벌레로부터 인간에 이르는 길을 걸어왔고,

많은 점에 있어서 아직도 벌레다.

일찍이 그대들은 원숭이였고,

지금도 그 어떤 원숭이보다 더 원숭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난 오늘 이 문구를 보고 내심 놀랐다.


매장 내부가 밝은 편이라 밤이 되면 창문을 닫아놓아도 수시로 열리는 매장 문을 통해 날파리나 모기, 나방이 들어오곤 하는데 일단 들어와선 밝은 불빛에 있다가 마감 후 매장이 어두워지면 바깥의 밝은 불빛 쪽으로 옹기종기 모여 열심히 나갈 궁리를 하다가 생을 마감하는걸 매일 보곤 했다.


투명한 유리문에 막혀 아무리 밖으로 나가려고 발버둥 쳐도 나가지 못하는 하루살이 모기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아, 인간도 이와 다르지 않구나. 겉으로 보기에만 다를 뿐 인간이 이 모기 파리와 다를 바가 없구나.


모기 자신이야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덕분에 나는 그 모습을 통해 알게 된 바가 있었다.


그런데 위 책에 저런 문구가 있었다니. 소오름이었다. 내가 니체, 혹은 차라투스트라와 생각의 결을 같이 한다는 게 아니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나의 생각이 결국 누군가는 이미 해왔던 생각이고 무언갈 알고, 그에 대해 저렇게 정리를 해주었다는 것. 그리고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랄까.


저기에 더 소오름인 문장은 날파리를 보며 들었던 생각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늘 해오던 생각에 대한 견해 역시 이미 글로 표현되어 있었다는 점도 인상이 깊었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차라투스트라의 종교가 어떻고 저떻고는 나는 모르고 앞으로도 자세히 알아볼 의향은 없지만 결국 모든 것은 하나이기에 분별을 내려놓고 바라보며 스스로 정진해가면 될 일이다. 다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몇몇 질문을 해보고 싶긴 하다만.



나는 파리인가 아닌가? 그건 바로 말할 수 없다. 나는 우리나라에선 정식 종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특정 종교를 믿으며 이 종교를 믿는 자만이 구원받을 수 있고 자신은 이미 깨달음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깨달았다고 말한 순간 이미 깨달은 게 아니며 깨닫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깨달음이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기에 나는 깨달음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다. 말하기도 조심스럽고. 깨달았다고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거나 더 나은 사람인 것도 전혀 아니다. 거기서 누군가를 낮게 보거나 우월함이나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못 깨달았다는 반증일 것 같은데. 혹은 자신의 깨달음을 통해 못 깨달은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깨우쳐주려는 것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 책의 말이 진리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위 글에 나온 두 가지에 대해 동일하게 생각해왔고 생각해본 것이라 격하게 공감하였고 감사했을 뿐.


내가 옳은 곳에 있다 하여 상대편이 틀렸다고 단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나는 이 문구를 보며 이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 말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역시 이 말이 진리라는 것이라기보단 내가 늘 생각했던 것이고 격하게 공감한다는 것일 뿐. 이에 대해 생각이 다르거나 반대를 한다 해도 이 역시 모두가 하나이면서도 모두가 다른 삶의 과정을 지나가는 까닭이기에 각자대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지금으로선 가장 충분하고 완전하다고 말할 것이다.


뭔 구구절절 참 길게도 쓴 것 같네. 결론은 뭐. 일단 책을 사서 읽어봐야겠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삶으로 이해했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분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 다만 너무 세상과 동떨어져 딱 보기만 해도 도를 아십니까 이거나 정말 특정 종교에 심취하여 오직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이 종교를 통하지 않고선 안된다거나 구원은 오직 이 종교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종교를 반대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부인하는 것처럼 방어적이고 공격적으로 생각하며 타 종교를 무시하고 비하하는 분들 말고. 그냥 평소의 자기 삶대로 살아가면서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저 구절을 생각해오며 살아온 분들. 그러나 물론, 결국엔 혼자 가야햘 길이지만.



써봐야 써봐야 마무리가 안된다. 그냥 끝.ㅎ

작가의 이전글 가을 하늘을 보며 그냥 끄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