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던 내 모습을 끌어내는 사람

사랑이구나 깨닫기까지

by 혜윰

나도 모르던 내 모습을 끌어내는 사람.
그런 내 모습이 좋아 널 계속 만나고 싶어 했다.

마음에 드는 사람.
호감이 가는 사람.
그 사람과 대화하는 나 자신이. 내 모습이. 내 행동에 내가 놀라게 되고.


그런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상대방이 신기해서,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널 계속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우리의 평범하던 연락의 횟수가 줄어들었을 때. 부재가 생겼을 때. 나와 함께 있는 너의 모습을 너는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내 모습만큼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내 모습도 좋았으므로.

난 이제껏 모든 내 감정과 행동들을 절제하며 사람들을 만나왔는데. 생각을 거치지 않고는 행동이 먼저 앞선 적이 없었는데.

널 만나면. 네 앞에서만은 무너지고 달라진다.


아닌 척하며 짓던 내 무심한 표정들과 말투들이 이젠 오히려 알아달라며 변하고 있다.


어느 날 같이 영화를 보고 나와 올려다본 하늘은 푸르스름하게 해가 지고 있었고. 우리 머리 위에 드리워져 일렁이던 나뭇잎들은 잠시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내 옆엔 방금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걸어가는 네가 있었고. 나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걷던 네 앞에 서서 널 마주하고는 뒷걸음질로 네 얼굴을 보며 걸었다.


넌 당황해하지도 않고 놀란기 색도 없이 변함없는 표정으로 날 지긋이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마주 보며 몇 발자국을 뒷걸음질로 더 걸은 후에야 난 내가 한 행동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동안 나를 따라다니던 물음표의 흐릿했던 형체가 확연하게 선명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아- 사랑이구나. 그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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