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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Sep 07. 2019

부디


감은 눈 안에서 빛의 물결이 퍼져나간다.
물이 일렁인다.


그 일렁임의 전율이 미치는 모든 감각들이 도무지 두 눈을 뜨고 싶지 않게 만든다.

그 고운 곡선이 물결과 함께 흘러 흘러 그 마음 언저리 어딘가에 닿게 되면. 그 일렁임을 나와 같이 당신도 느끼게 된다면.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에 만들어진 유일한 구름 조각의 그늘처럼 내가 기꺼이 당신의 슬픔의 비에 그늘을 만들어줄 텐데. 같이 울어줄 텐데.

그 일렁임이 흘러 흘러 당신의 발걸음에 멈춰. 당신이 가는 곳마다 내가 길을 내어주고. 비록 그 걸음의 방향이 나를 향하지 않더라도 내 단 하나의 결, 고운 선 한 자락 만이라도 그대가 느낄 수 있다면.

따뜻한 오후 흐드러진 풀잎 사이, 잔잔히 피어올라지는 꽃내음처럼 내가 당신의 코를 향기로 가득 채워줄 텐데.

이 속으로 들어와요.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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