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의 서사
레코드점에 가서 음반을 예약하고, 포스터와 시디, 테이프를 받아왔다. 테이프가 늘어지고, 손때가 덕지덕지 묻을 때까지 수천번 돌려 들었다. 특히 엄마와 싸운 날이면 방이 터져가라 노래테이프를 쩌렁쩌렁 틀어놓곤 했다.
이제는 모든 것들이 애플리케이션 안에 전자로 존재한다. 퇴근길에 이어폰만 꽂으면,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 들을 수 있다. 사람을 대면으로 만나 시간을 쓰는 것이 낭비로 느껴지고, 전화나 화상, 문자로 주고받는 것들이 익숙해지면서, 실물이 존재하는 것, 만질 수 있는 것, 그리므로 흠집과 세월감으로 녹스러 가는 것들이 아깝게 느껴진다.
그런데, 요즘은 돌고 돌아, Y2K(2000년대 초반의 음악, 패션, 기술 트렌드를 지칭하는 용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어 하며, 유행은 다시 돌아와 유치했던 것들이 각광받고, 인기 있던 것들은 진부해졌다. 정반합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일 것이다.
그러기에 어떠한 가치관이나 삶도 그러하다. 자기 계발, 욜로, 워라밸이라는 말들이 돌고 돈다. 회사원으로 일을 하고 있을 땐, 여행하고 노는 친구들이 청춘을 만끽하는 거 같아 부러웠고, 여행을 다니며, 쉬고있을 땐, 일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불안해했다.
손때 묻은 테이프는 뒤켠으로 가고 mp3와 음원들로 대체되며, 편리함과 유행을 좇다가, 이제는 쉽게 대체되어 가는 유행 속에서 조금은 느리게 가며, 천천히 음미하고 싶어 한다. 고속 승진과 취업을 바라다가 이제는 나를 찾고 싶어 한다.
우리가 어떤 쪽에 서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변덕을 부리는 지 모른다. 남들의 오지랖이나 그렇게 살면 안돼.라는 식의 훈수 두는 말에 휘둘리지 않게 된 것도, 그것들이 어떤 프레임 속에서 나타나는 말들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회가 어디로 기울었는 지보다 나의 기준이 중요해졌고, 이렇게 살면 행복해. 라고 말해도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면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더 “나”라는 장르에 대해서 깊게 알게 되었다.
그러니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떻게 살고 싶은지. 결정을 내렸다면, 누군가의 첨언에 굴복하지말고 밀어붙이자. 그 결과가 실패이든 성공이든 간에 그래야 나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을 것 같다. 삶은 유한하고, 삶은 한철 유행이 아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