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과 와인 마시기

안녕, 낯선 사람

by 온이

토요일 저녁에는 와인시음회가 있었는 데, 와인을 좋아하는 친구도, 연락할만한 목록도 없다는 걸 알고 고민이 되었다. 와인 시음회는 실제로 혼자서 오는 분들도 많지만 그날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 시음회는 처음이기도 했고, 문화생활은 언제든 혼자 하는 걸 좋아하지만 술은 함께 마시고 싶은 고집이다. 그리고 시음회를 혼자 가본 경험도 전무했다.

그래서 종종 사용했던, 애플리케이션을 켜서 와인을 좋아하는 몇몇을 모았다. 처음에는 4명 그렇지만 2명은 티켓을 구매하지 못해 결국 나와 낯선 분 1명, 2명이서 시음회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디가 많이 익숙하다 싶었는 데, 알고 보니 작년 여름에 와인을 함께 마셨던 분이었다. 인원이 많다 보니 전혀 기억을 못 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보기로 하고, 서로 눈이 마주치자 '엇' 싶으며 알아보았다.




한잔의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그 과일이 자란 땅과 나무, 바람과 햇빛을 느끼고 즐긴다는 것이야.
좀 거칠거나 심플해서 별맛이 없다는 것도 그것은 그 술이 온 땅에 대한 솔직한 설명이야.
-책-

이 시음회를 가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화이트와인과 내추럴와인을 중심으로 한 시음회였기 때문이다. 와인의 아주아주 초보자이지만 마시다 보니 레드와인보다는 화이트와인의 사르르 함과 상큼함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와인의 다채로움은 미각의 즐거움을 살려준다. 삶에서 취향의 스팩트럼이 다채로워지면서 삶을 더 풍족하고 만족감 있게 즐기게 만들어주었다.


음주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와인은 술의 맛이 이렇게 다양했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었고, 음식을 더 맛있게 느끼게 만들어주었으며,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의 포문을 열어주었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가 어색하지 않아 졌다.

몇 가지 와인을 둘러보고, 스탠딩석에서 떡볶이와 보쌈, 소시지를 먹으며, 시원한 호수바람과 와인의 맛에 여름의 맛이라고 감탄을 했다. 그렇게 간단하게 먹으려고 시작된 와인시음이 몇 가지 와인을 먹다 보니 커지고 말았다.



낯선 b군과의 대부분의 주제는 이러했다. 와인, 와인의 향과 맛, 종류, 비교해 보기, 대부분의 이야기는 와인이야기로 시작되어 귀결되었다. 저 내추럴와인은 꿉꿉해, 저 와인은 달콤하지만 전혀 저렴한 느낌은 아냐. 상큼하고 레몬향이 느껴져서 되게 좋았어. 저 로제는 … 등의 이야기들이었다. 저녁에는 좋아하는 Stand by me 연주와 귀여운 작은 전구들이 밝혀진 곳에서 건물 속 야경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자신의 어떤 부분을 항상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살 수 있어야 해요. 그건 아무도 상관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남들을 그 비밀에 끼어들게 하는 것은 곧 자신의 힘 일부를 포기하는 거랍니다.
-책-

익숙함으로 당연시되는 것들에서 낯선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어 진다. “아, 맞다 나 이런 사람이었지”라는 것을 '낯선' 감각에서 깨닫게 된다.


오로지 취향만으로 만났기에 다음을 기약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이야기를 1부터 100까지 나열하지 않아도 되고, 애꿎은 친절을 남발하며, 어색한 침묵을 메꾸려 하지 않아도 되었다. 조직과 공동체 속에서 끼워 맞춘 나에게 익숙해졌을 때, 그 틈에서 나와 만나는 낯선 사람들은 나의 취향을 지켜준다. 오늘은 낯선 사람으로,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는 A양으로 와인을 양껏 마시며 지낼 수 있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