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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나 Oct 18. 2021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아부었던 시간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면


수학교육과생이지만 수포자입니다


수포자였던 나는 먹고살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수학교육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전공 수업은 나의 예상대로 지루한 과목이었고 이미 고등 수학을 포기했던 내가 대학 수업을 따라간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또 대학을 입학하니 학생 때는 해보지 못했던 일들이 많았고 즐기고 놀 수 있는 곳 또한 너무 많았다. 수업은 수시로 빠졌고 과제는 급급하게 내기 바빴고 시험 직전에는 벼락치기로 수학 공부를 했다. 당연한 결과로 D와 F가 눈에 띄는 성적표를 받게 된다.


1학년 2학기가 되었고 나는 여전히 먹고 즐기는 대학생이었다. 사범대학 특성상 교직 과목을 이수해야 하며 교육 평가, 교육 사회, 교육 행정 등의 과목을 듣게 된다. 수학이라는 과목에서 흥미를 느낄 수 없었던 나에게 숨통을 쉴 수 있게 해 주었던 것들이 이 교직 과목이었다. 또 절대평가라는 이 과목들 덕분에 D와 F 속에서도 A와 B라는 점수가 종종 보이고 있었던 때였다.


망설이는 동안 날려버린 복수 전공의 기회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cGXdjyP6-NU

교직 과목은 학점을 커버해주는 과목이라는 얘기도 나올 무렵 나는 교육 심리학이라는 과목을 들었다. 그런데 이 과목이 너무 재밌고 흥미로웠다. 심리학이라는 과목 자체에 매력을 느꼈고 교수님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나는 학문을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고 자랑스러운 A+을 받게 되었다.


이 이후로도 나는 심리학 과목을 찾아서 들었고 대학 내에 있는 정신건강서비스나 심리 상담을 받아보기도 하면서 호기심을 끊임없이 보였다. 하지만 나의 호기심은 오래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어느덧 졸업할 나이가 되면서 상담 분야로 갈 수 있는 복수 전공의 기회도 날려버렸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했다


아쉬움은 지속되었지만 이십 대의 좁은 시야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는 늦은 시기라 생각했다. 분명 좋아하는 일이긴 했지만 나의 적성에 맞는 일이라는 걸 판단할 수 없었고 내가 이 직업을 갖게 된다는 확신조차 없었다. 잠시 꿈을 접어두고 사범대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자 임용 시험에 겁 없이 도전하였다.


분명 열심히 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앞만 보고 걸어갈수록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에서는 내가 원하는 길을 가고 싶고 말하기도 하였고 이미 늦었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한눈을 팔기 시작했다.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했지만(라고 얘기하고 부모님이라 쓴다) 임용 공부를 하고 아침 스터디를 나간다는 핑계로 나는 새벽부터 상담 공부를 하러 가기 시작했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1-aA2Fadydc

정규 대학 과정을 밟는 건 아니었지만 상담 교육 분야에 있는 교수님께서 하시는 심리 교육을 들으러 다녔다. 교육에 늦지 않기 위해 새벽부터 나갔고 주말 내내 장시간 수업을 들어야 했다. 자격증을 받기 위한 과정도 까다로웠는데 단순히 교육을 듣는 게 아닌 내가 배운 대로 정말 잘살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임용을 포기하고 주 6일을 나가는 학원 강사가 되었을 때도 나의 생활은 반복되었다.




잘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항상 바쁘게 지내는 나를 보며 부모님께서는 나의 생각과 계획을 궁금해하시기 시작했다. 책장에는 심리학 서적이 쌓여있고 주말 내내 교육을 들으러 다니는 걸 알게 되면서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는 성과가 있는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단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뿐인데 참 속상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의 책, 굿 라이프>에서는 행복한 사람들은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조언이 들려올 때, 늘 잘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도 없다는 주문을 외워야 한다고 했다.

그래, 잘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나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frq5Q6Ne9k4

만원 대의 음식을 사 먹는 건 비싸다고 생각하는 나인데 듣고 싶은 심리 교육이라면 백만 원도 거리낌 없이 지르게 되었다. 지금까지 쓴 교육 비용과 책만 해도 몇 천만 원이 넘는 돈이었다. 당시 사회초년생 월급의 반을 교육에 썼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특별했다.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 자체가 나의 열정과 노력을 쏟아붓게 하였고 그렇게 나는 5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순간이 왔다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은 한결같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렇게 5년을 지내니 주위에서도 조금씩 알아주기 시작하니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중 하나는 대학 시절부터 빠져있었던 MBTI였다. 당시에 나라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검사였고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었 때문에 전문가까지 되었고 친구들도 상담해주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는 일과도 연결되어 돈을 벌기 시작하였다. 좋아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돈을 벌기 시작하였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기쁘다.


좋아하는 걸 꾸준히 하면 확률은 높아진다

출처: 유튜브 세바시 인생 질문, 자기 적성을 몰라 헤매는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답
어떤 걸 하더라도 10년 정도는 해야 전문가가 된다고 생각해요. 좋아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가 없어요. 중간에 그만둘 수밖에 없거든요.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그럼 10년간 고양이를 키우고 연구를 하세요. 그러면 10년 후에 전부 다 모든 사람이 고양이를 좋아하면 당신은 대가가 돼 있어요.
10년 후에 아무도 고양이를 안 좋아한다면 어때요. 그동안 즐거웠잖아요.


나는 아직 전공자도 아니고 이 분야에서 경험과 내공이 있다고 보기엔 어린 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상담 공부는 계속된다. 올해 나는 사이버대학 상담심리학과 3학년에 편입하였고, 평소 존경하는 교수님께 일 년 동안 상담을 배우고 있다.

나의 십 년 후 모습은 어떨까?

십 년 후는 알 수 없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을지 아니면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진 않았지만 삶의 충만함을 가져다줄지 말이다.


어찌 되었든 좋아하는 걸 하고 있는 나를 보면 행복하고 바라던 순간이라는 건 알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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